[잠실=스포츠Q 이세영 기자] “첫 타석에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힘이 들어가서 삼진을 당했다. 두 번째 타석에는 차분하게 치려고 했는데, 이것이 주효해 홈런이 된 것 같다.”
두산 베어스 간판타자 김현수(27)가 욕심을 줄이는 것을 포스트시즌의 과제로 내세웠다. 상황에 맞는 타격, 팀을 먼저 생각하는 타격으로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수는 4일 KBO리그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김현수의 활약에 힘입어 9-0 승리를 거둔 두산은 넥센을 0.5경기차로 제치고 3위를 확정,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다. 두산은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두산이나 KIA에 모두 중요한 경기였다. 두산은 이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만 3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KIA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잔여 3경기를 모두 잡아야 가을야구 막차인 5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이 가운데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한 김현수의 면모가 돋보였다.
두산이 3-0으로 앞선 4회말 1사 1, 3루에서 타석에 선 김현수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까지 불러들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팀이 4-0으로 앞선 6회말엔 1사 1, 2루에서 우월 스리런 홈런을 폭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이날 4타점을 추가한 김현수는 팀 내 타율 1위(0.326), 최다 안타 1위(167개), 홈런 1위(28개), 타점 1위(121개), 출루율 1위(0.438), 장타율 1위(0.541), 멀티히트 1위(50회)를 차지했다. 도루(11개·3위)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팀 내 1위에 오른 것. 4번 타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김현수다.
김현수에겐 이번이 프로 7번째 가을야구다. 2007년 데뷔한 김현수는 2011년과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하지만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했을 뿐, 우승 트로피를 안지는 못했다. FA(자유계약선수) 선언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우승이 목마를 터. 김현수는 가을야구 선전을 위한 키워드로 ‘욕심 버리기’를 꼽았다.
경기 후 김현수는 “첫 타석에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힘이 들어가서 삼진을 당했다. 두 번째 타석에는 차분하게 때리려 했는데, 마침 실투가 들어왔다. 홈런을 친 뒤 나도 모르게 타구를 끝까지 봤다. 투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스리런 홈런을 친 소감을 밝혔다.
팀 내 중심타자로서 책임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현수는 “선수들과 경기 전 수비에서 무너지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타석에서는 과감하게 치자는 마음뿐이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게 가장 기쁘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이번 포스트시즌선 욕심을 부리기보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문을 연 김현수는 “나부터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차분하게 잘 준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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