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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 닷새째 '눈 펑펑'…3년 전 재난 떠올라, 피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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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 닷새째 '눈 펑펑'…3년 전 재난 떠올라, 피해 눈덩이
  • 뉴시스
  • 승인 2014.02.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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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 대설경보가 발효 중인 강원 영동지방에 지난 6일 오후부터 내린 눈이 10일까지 최고 100㎝를 넘어섰다.

눈은 시간당 1~6㎝ 이상씩 쏟아지면서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적설량이 불어나고 있다.

영동지방은 3년 전에도 100㎝가 넘는 100년 만의 적설로 150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현재 진부령 109.0㎝, 정선 임계면 44.0㎝, 강릉 왕산면 100.5㎝, 강릉 100.5㎝, 대관령 65.0㎝, 미시령 109.0㎝, 동해 72.0㎝, 삼척 77.0㎝, 속초 69.5㎝, 태백 29.0㎝, 고성 간성읍 86.0㎝의 적설량을 나타냈다.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강릉·속초·고성·양양 평지, 강릉·동해·삼척·정선·속초·고성·양양·평창·홍천·인제 산간, 태백 등 11곳에는 대설경보가 닷새째 발효 중이다.

◇'폭설 닷새째' 피해 속출

닷새째 내린 폭설에 비닐하우스 붕괴 등 우려됐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강릉에서는 안현동 비닐하우스 양식장 1개 동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됐고 양양군 서면 서림리 고속도로 현장사무실 식당 건물 일부가 파손됐다.

양양군 서면 송현리 등 농촌마을에서는 비닐하우스 4개 동이 무너졌다.

관계당국에서는 눈이 그쳐야 피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상당수 농가 등에서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폭설에 강릉 등 영동지방 산간마을 곳곳이 고립됐고 시내버스 31개 노선이 끊기거나 단축 운행되고 있다.

강릉에서는 5개 면 19개 리로 들어가는 시내버스 노선이 단축 운행 중이며 3개 구간은 우회도로를 이용해 운행되고 있다.

강릉 등 5개 시·군 41개 초·중·고는 10일 임시휴업이 결정됐고 졸업식과 개학은 날이 개는 11일 이후로 연기됐다.

경찰은 고순대를 중심으로 을호비상에 들어가 교통사고 예방 활동에 총력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월동장구 없이는 운행이 힘든 삼척 댓재 구간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옛 도로는 월동장구를 장착한 차량에 한해서만 통행을 허가하고 있다.

7차례나 눈사태가 발생한 미시령관통도로는 인제 방면 2차선 도로가 운행이 불가능한 가운데 수십대의 차량이 눈사태에 갇혔다. 경찰은 속초 한화리조트 앞 교차로에서 미시령 구간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설악산·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도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탐방로 등반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강릉·묵호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뱃길은 며칠째 끊겼고 어선 수천척도 조업을 포기한 채 항·포구에 정박해 있다.

이와 달리 양양국제공항은 폭설 속에서도 국내선 22편과 국제선 2편의 항공기가 정상 운항됐다. 다만 국제선 전세기 4편은 항공사 사정으로 운항이 취소됐다.

겨울 관광 대목을 노렸던 동해시의 묵호항 수산물축제는 폭설로 된서리를 맞아 어업인들이 울상지었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소나무 가지가 부러지는 산림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곳곳서 '쾅쾅쾅'…'산길 뚫어' 산악회원들 탈출 도와

곳곳에서 눈길 미끄러짐 사고도 잇따랐다.

지난 9일 오후 1시55분께 강릉시 강동면 동해고속도로 서울 방면 1터널 부근에서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운전자 등 6명이 다쳤고 앞서 8일 오후 2시40분께는 강릉시 홍제동에서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주차된 차량들을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모(64)씨가 화물차와 주차된 차 사이에 몸이 끼여 다쳤다.

토익시험지를 운반하던 호송차가 국도 7호선 동해시 천곡동 구간에서 미끄러져 호송에 차질을 빚었지만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경찰들이 순찰차에 시험지를 싣고 시험장인 강원대 삼척캠퍼스까지 호송해줘 토익 시험 취소 사태를 가까스로 막았다.

국도 7호선과 동해고속도로에서는 관광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과 전봇대를 들이받는 추돌사고가 잇따르는 등 곳곳에서 눈길 미끄러짐 사고가 속출했다.

강릉에서는 산악회원들이 폭설 때문에 약속된 지점을 벗어난 곳으로 하산하면서 애초 약속됐던 곳에서 기다리던 관광버스와 길이 어긋나 9일 오후 8시30분께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산악회원들은 도로당국에서 길을 뚫어져 버스를 탈 수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119 구급대원들은 9일에만 폭설 관련 사고로 12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중 낙상사고로 8명이 병원행 구급차를 탔다.

강릉·동해소방서 구조대원들은 주택 붕괴를 걱정하는 홀몸노인들의 잇따른 신고에 밤낮없이 출동했다.

◇최문순 지사 소치서 귀국 즉시 폭설 현장 살펴…당국 구조활동 '활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9일 소치동계올림픽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폭설 피해가 예상되는 강릉으로 내려와 폭설 현장을 살폈다.

최 지사는 현장 방문에 앞서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영동지방 폭설 대비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육군과 공군에 인력과 장비를 적극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중앙·성남시장과 월호평동 비닐하우스 농가를 찾아 제설 현장의 피해 상황 등을 살피고 상인들과 농민들을 위로했다.

동부지방산림청은 폭설로 고립된 양양군 연창리 등 28개 마을에 굴삭기 등 장비 10대와 인력 70명을 긴급 투입해 제설지원에 나섰다.

동부산림청은 설해 대비 비상상황실을 지난 7일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24명의 근무자가 24시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경일 청장은 "이번 폭설이 10일까지 계속된다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비상상황실을 운영해 피해 상황을 수시 확인하고 해당 지자체와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과 홀몸노인들을 구조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육군 제8군단 특공대대 장병들은 지난 9일 양양군 서면에 거주하는 이원섭(87) 할아버지가 폭설로 고립됐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눈을 치워 길을 내고 지붕에 쌓인 눈을 치웠다. 그리고 생필품을 전달하며 이씨 할아버지의 건강을 살폈다.

강릉·속초경찰서 경찰관들과 의무경찰 대원들은 치안 구역 내 비닐하우스 농가를 찾아가 하우스에 쌓인 눈을 치워 붕괴사고를 예방했다.

◇습설이라 무거워 빨리 제설해야…동풍과 일본 동쪽 저지기압능 발달로 큰 눈

이번에 내린 눈은 습기가 많은 습설이라서 건설보다 상당히 무거워 제설하지 않고 놔뒀다간 시설물이 붕괴되는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번 눈은 12일까지 동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큰 눈이 이어질 것으로 강원기상청은 내다봤다.

눈은 12일까지 최고 25㎝ 정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장근일 예보과장은 "북쪽 고기압에 의한 한기를 동반한 북동풍과 남쪽 저기압에서 유도되는 동풍이 동해상에서 합류하면서 해기차에 의해 형성된 눈구름대가 영동을 중심으로 유입되고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조밀해지면서 동풍의 강도가 가장 강해져 영동을 중심으로 매우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동쪽에 저지기압능이 발달해 상층 기압계 흐름이 정체하면서 강수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많은 눈이 내리고 있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온은 12일까지 평년기온을 유지하거나 조금 낮아 춥겠고 추워진 날씨에 눈이 얼어 빙판 사고가 곳곳에서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인 동해 중부 전 해상에는 물결이 높게 일고 있다. 강원기상청은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덮칠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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