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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투어, '무명 골퍼 반란'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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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투어, '무명 골퍼 반란'이 반가운 이유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5.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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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무대 5년 이상 베테랑, 준비된 선수...새로운 흥행 요소가 될 재목

[스포츠Q 신석주 기자] 무명 골퍼들의 반란이 거세다. 올 시즌 국내남자프로골프(KGT)는 무명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투어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이동민(29)이 데뷔 6년 만에 첫 승을 올린 것을 신호탄으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박준원(28·코웰)이 49전50기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후 SK텔레콤오픈에서는 무명의 김승혁(28)이 데뷔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국내 유일의 매치플레이 대회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도 이기상(28·플레이보이골프)이 4년여만에 통산 2승을 신고했다.

올 시즌 대형스타 부재에 따른 수혜자라는 평가 속에 이들의 활약은 KGT투어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고 새로운 스타 탄생의 신호탄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 하늘은 준비된 자를 돕는다

올 시즌 우승자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준비된 선수’라는 것이다. 이들의 활약은 시즌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의 기록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특히 김승혁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303.750야드)와 평균 버디수(4.625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평균 타수에서는 70.125개로 2위에 올라 있다.

또한 이기상과 박준원은 각각 발렌타인 상금순위 1위(2억6322만원), 발렌타인 대상 포인트 1위(1420점)에 올라 투어를 이끌고 있다. 이동민은 4개 대회 중 3번이나 톱10에 올라 톱10 피니시율에서 선두를 기록,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 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골퍼이지만 무명 선수라는 점이다. 모두 국내 투어에서만 5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활약해온 선수들이다.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할 만큼 유망주로 주목받았고 잠재력이 있었다.

▲ 올시즌 한국남자프로골프(KGT)는 무명 선수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투어를 이끌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동민, 박준원, 이기상, 김승혁 [사진=한국프로골프투어 제공]

하지만 프로무대에 뛰어든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이들은 시드권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만큼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지만 온갖 경험을 통해 프로에서의 자생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J골프 이신 해설위원은 “대기만성형 선수로서 대형 스타들이 없는 시기와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빛을 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1986년, 1987년생인 이들은 기량이 절정에 올라 있는 선수들로 대형 선수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자연스럽게 대체하고 있다. 국내 투어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커리어를 쌓았고 국내 코스에 대한 적응력도 상당히 높아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핑크빛 전망을 내다봤다.

◆ 눈물 젖은 빵 ‘스토리를 만들다’

무명 골퍼들의 우승으로 그동안 국내 투어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역경과 러브 스토리 등이 터져 나와 골프계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지난 18일 막을 내린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기상은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매치플레이에서 2승을 기록한 선수로 기록됐다. 또한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예비신부에게 우승상금 2억원이 적힌 상금보드를 건네며 깜짝 프러포즈로 감동을 선사했다.

김승혁도 데뷔 9년 만에 첫 정상에 오르자 한일 상금왕 출신 김경태(28·신한금융그룹)와 중학교 동창이자 2003년 국가대표 동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인기스타인 양수진(23·파리게이츠)과 교제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한동안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이동민과 박준원은 올 시즌 첫 승과 함께 대기만성형 골퍼로 주목받으며 그동안의 활약이 재조명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생애 처음 위너스 클럽에 등극한 이들이 남은 대회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골프팬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흥행 부진? 또 다른 스타 탄생 예고

시즌 초반 무명 선수들의 잇따른 우승으로 투어 흥행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KGT는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 러시로 ‘스타 부재’의 홍역을 앓아왔다.

다행히 지난해 ‘장타자’ 김태훈(28)과 어린왕자 송영한(23·신한금융그룹) 등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으로 한시름 놓긴 했지만 이들만으로 투어를 이끌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내 남자투어에는 투어를 대표할만한 선수가 별로 없다. ‘돌아온 장타자’ 김대현(26·캘러웨이), ‘영원한 2인자’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 ‘꽃미남 골퍼’ 홍순상(33ㆍSK텔레콤) 등이 있지만 올 시즌 활약이 저조한 편이다. 오히려 최경주(44·SK텔레콤), 배상문(28·캘러웨이), 김경태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국내 투어에 참가해야 그나마 갤러리들이 모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명 선수들의 우승이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투어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선수가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고 지적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우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신 해설위원은 “스타 부재로 흥행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방송 편성에서 여자프로투어에 밀린 것도 국내남자투어의 현 상황을 대신 말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올시즌 남자투어가 다양한 선수들이 우승하면서 더욱더 아기자기한 맛이 생겼고 새로운 얼굴을 보는 매력이 생겼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지금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많은 선수가 우승을 통해 갤러리들에게 국내 선수들의 높은 수준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여자투어를 예로 들었다.

“여자프로들의 경우 박인비(26·KB금융그룹),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 등 해외에서 쟁쟁한 스타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국내에도 김하늘(26·BC카드), 양수진, 김효주(19·롯데) 등 못지않은 스타들이 활동하고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남자투어도 그들의 장점을 본받아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남자골프투어는 29일부터 나흘간 전남 나주의 해피니스 컨트리클럽(파71·7025야드)에서 해피니스 송학건설 오픈이 펼쳐진다. 이번 대회에는 ‘무명 돌풍이 계속되느냐 아니면 기존 강자들의 자존심 회복이냐’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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