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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우리 사회를 빗댄 김명민의 통쾌한 호통 "전쟁은 늙은 자들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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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우리 사회를 빗댄 김명민의 통쾌한 호통 "전쟁은 늙은 자들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0.0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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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전쟁은 늙은 자들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죽는 것들은 단지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6일 방송된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 2회에서 망해가는 고려의 권력을 부여잡은 노욕(老慾)에 가득찬 대신들을 향해 장평문에 울려퍼진 정도전(김명민 분)의 호통은 '육룡이 나르샤'의 초반의 흐름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대사였다.

'육룡이 나르샤' 초반의 배경인 고려말 당시 중국에서는 명나라가 등장하며 몽고족에서 시작된 원나라가 그 권세를 잃어가고 있었다. 고려는 한때 원나라의 부마국으로 불리며 원나라의 압제에 시달렸으나 이 시기에는 원나라의 압제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었다.

고려 도당의 중심이자 권력의 중심인 이인겸(최종원 분)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원나라와 다시 수교를 하고 명나라와 전쟁을 할 것을 결심한다. 원나라와의 수교를 반대하는 정몽주(김의성 분) 이하 고려의 대신들은 쌍성총관부를 토벌한 이성계(천호진 분)가 개경으로 돌아오자 그를 내세워 원나라와의 수교를 막아보려 하지만, 이인겸에게 과거의 약점을 붙잡히고 만 이성계는 힘없이 개경을 떠나게 된다.

▲ 원나라와의 수교를 반대하는 반대파를 몰살시키기 위해 이인겸(최종원 분)은 원나라 사신을 맞이할 영접사로 정도전(김명민 분)을 발탁하고, 정도전은 결국 원나라 사신으로 위장한 길태미(박혁권 분)에게 가볍게 제압당한다. 하지만 정도전이 소매에서 꺼낸 것은 칼이 아닌 엿이었다 [사진 =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기대했던 이성계 장군이 물러나자 정몽주를 비롯한 조정의 대신들은 원나라와의 수교를 막을 수 없게 된 현실에 개탄한다. 그리고 이인겸은 원나라 사신을 맞이할 영접사로 원나라에 누구보다 깊은 반감을 가진 정도전을 선택하는 강수를 선택한다.

이에 정도전은 홍인방(전노민 분)에게 장평문에서 원나라 사신을 영접하는 척하며 살해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고, 홍인방에게 정도전의 계획을 전해들은 정몽주는 "이인겸이 어떤 자인데 그것을 모르겠는가"라고 탄식하며 영접사로 정도전을 선택한 것이 반대파를 뿌리뽑기 위한 이인겸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과연 정몽준의 말처럼, 이인겸이 정도전을 영접사로 발탁한 것은 함정이었다. 원나라의 사신의 정체는 삼한 제일검 홍륜(정두홍 분)을 이기고 새로운 삼한 제일검이 된 길태미(박혁권 분)이었고, 길태미는 소매에서 칼을 빼들고 덤벼드는 정도전을 가볍게 제압하고 그의 흉악한 살계를 폭로한다. 하지만 정도전이 빼든 것은 칼이 아니라 바로 '엿'이었다.

당황해하는 길태미를 뒤로 하고 정도전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원 사신이 도착하면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기와 의분을 만천하에 보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섰소"라며, "작금에 원나라와 수교를 하면 명년에 명나라와 대전쟁을 치뤄야 할 것이고, 도당 3인방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원나라와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통쾌하게 이인겸을 비롯해 고려의 권세를 쥐어잡고 있는 도당들을 상대로 호통을 친다.

이어 정도전은 단호한 표정으로 이인겸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전쟁은 늙은 자들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죽는 것들은 단지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라고 호통을 치며, "자식이 아비의 장례를 치르는 것이 옳겠는가? 아비가 자식의 장례를 치르는 것이 옳겠는가?"라며 지금이라도 원나라 사신을 죽이고 원나라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도전은 밀약대로 크게 "어떻게 원나라와 수교를 맺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라고 묻는 홍인방의 질문에 "우리 모두 원나라 사신을 죽이겠다는 결의를 보여 그를 도망가게 한다면 수교를 막고 전쟁을 막을 수 있소"라고 말한다.

▲ 정도전(김명민 분)은 원나라와 수교를 맺고 젊은이들을 명나라와의 전쟁터로 내몰아 자신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이인겸(최종원 분)을 비롯한 도당 3인방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전쟁은 늙은 자들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죽는 것들은 단지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라고 통쾌하게 꾸짖는다. [사진 =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물론 '육룡이 나르샤'는 정통 사극이 아닌 팩션(Faction, Fact+Fiction) 사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장평문에서 행해진 정도전의 이 통쾌한 연설은 실제 역사가 아니다. 정도전이 친원파인 이인임(극중 이인겸, 최종원 분)에게 반대하다 유배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장평문에서 정도전이 전쟁을 막기 위해 행한 이 감동적이고도 통쾌한 연설은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늙은이들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젊은이들에게 전쟁이라는 피의 댓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정도전의 연설은 '육룡이 나르샤'의 배경인 고려말을 살아가던 백성들은 물론, 6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10년대에 사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가진 자는 더욱 더 자신의 부와 권력을 늘리기 위해 탐욕을 멈추지 않으며, 애국(愛國)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시대. 무너져가는 고려말의 참담한 풍경이 2010년대의 대한민국과 겹쳐보이는 것이 단순한 착각은 분명 아닐 것이다.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지난 2011년 방송된 SBS '뿌리 깊은 나무'의 앞선 시대를 그리는 시퀄(Sequel)로, 고려를 끝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유아인 분), 분이(신세경 분), 땅새(변요한 분), 무휼(윤균상 분) 등 여섯 용(龍)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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