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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3' 사우나 토크보다 더 재미없는 최악의 개편…차라리 '쟁반노래방'을 부활시키시죠?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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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3' 사우나 토크보다 더 재미없는 최악의 개편…차라리 '쟁반노래방'을 부활시키시죠?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0.0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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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KBS의 평일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3'가 7년 만에 개편을 선보였다. '해피투게더3'는 지난 7년 동안 '해피투게더3'를 대표해온 사우나토크와 야간매점을 막내리고. 새로운 포맷으로 시청자들 앞에  8일 첫 선을 보였다.

7년 만의 개편을 맞이하는 '해피투게더3'는 새 모습을 위해 MC와 패널진을 정리하고 재편하는 강수를 뒀다. 유재석과 박명수의 2MC 조합은 그대로 가지만, 박미선이 빠지고 새로 들어온 MC는 바로 3년 전 프리랜서 선언과 함께 KBS를 떠났던 전현무의 복귀였다.

간판만 보면 개편을 맞이한 '해피투게더3'의 위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유재석이야 자타공인의 톱 MC이고 박명수 역시 '2인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유재석과의 궁합은 '무한도전'과 '해피투게더'를 통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MC였다. 여기에 프리랜서 선언 이후 '히든싱어'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한 전현무의 가세는 유재석, 박명수와는 확연히 다른 색의 방송 잘하는 MC라는 점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냉장고를 부탁해', '더 지니어스', '비법'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김풍과 '해피투게더3'의 기존 고정패널이었던 조세호가 고정패널로 가세했다.

▲ '해피투게더3'가 개편을 맞이해 새로 영입한 MC 전현무와 개편 첫 방송에서 선보인 '100물 100답' [사진 = KBS '해피투게더3'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8일 개편 후 첫 방송을 선보인 '해피투게더3'의 포맷은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해피투게더3'가 내놓은 새로운 포맷이란 바로 '정리의 발견'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100물 100답'이었다. 게스트들이 100개의 물건을 가져오면 이것을 MC와 패널들이 정리한 후 게스트들과 함께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어 정리할 물건들을 선택해 기부한다는 것.

첫 게스트로 '런닝맨'에서 유재석과 호흡을 맞춰온 지석진과 개리를 초대한 '해피투게더3'는 개편 시작부터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MC와 고정패널 다섯 명에게 텅 빈 스튜디오에 게스트들이 가져온 물건을 정리해서 진열하라는 미션을 준 것이다. MC와 패널들은 투덜거리면서 물건을 정리했고, '해피투게더3'는 이들이 등장해 물건을 정리하는 동안에만 20분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겨우 물건 정리를 마치자 이번에는 게스트인 지석진과 개리가 등장해 100개의 물건 중 자신이 말하는 물건을 MC와 패널들이 찾아오게 하는 퀴즈가 등장했다. 도무지 어떤 물건인지 짐작도 안 되는 모호한 힌트에 MC와 패널들이 이것저것 물건을 주워오고 퇴짜를 맞는 과정의 반복을 지켜보고 있자니, 개주인이 공을 던지면 개가 물어오는 조건반사적인 상황이 머리에 떠오를 정도였다.

간신히 스튜디오 녹화를 마치자 이번에는 '회전초밥'이 등장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흘러 나오는 물건 중 버리지 않을 것을 고르고 나머지 물건들은 기부를 한다는 것. 게스트들은 눈앞의 버튼을 눌러 컨베이어벨트를 멈추고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물건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기존의 '해피투게더3'는 '게스트 빨'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아무튼간에 게스트들의 진솔한 이야기라도 차라리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개편 후 첫 선을 보인 '해피투게더3'의 모습은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개편을 했는지 그 의도조차 파악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개편이었다.

애초에 몸을 쓰면서 웃기고자 하는 것인지, 말로 웃기고자 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고, 보는 내내 입가에 단 한 번의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없는데 게스트와 MC, 패널들만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물론 이런 콘셉트를 앞으로 유지해 간다면 어떤 게스트가 어떤 물건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재미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게스트 빨'이라고 하던 개편 이전의 '해피투게더3'와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는 이야기다.

▲ 게스트의 질문에 맞는 물건을 찾아 100개의 물건 사이를 뒤지는 MC와 패널들, 그리고 스튜디오 녹화 이후 등장한 '회전초밥'을 연상시키는 컨베이어벨트. [사진 = KBS '해피투게더3' 방송화면 캡처]

가장 큰 문제는 게스트들이 가져온 물건들이다. 게스트들이 선보이는 물건들의 상당수는 자신이 아끼는 소장품이라기보다 평소 관심도 없고 그냥 버려도 상관없는 물건들 정도였고, 물건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 보니 물건에 얽힌 사연 역시 의미없는 사연이 대다수였다. 그러니 웃음도 없고 감동은 더더욱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처럼 뚜렷한 미션이나 목표가 주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개편 후 첫 선을 보인 '해피투게더3'는 어정쩡하게 몸 한 번 풀고 물건이나 만지작거리며 수다 조금 떨다가 끝나버리는 상황이 펼쳐져버렸다. 아무리 유재석이 MC계의 톱이라고 해도 그도 살릴 수 없는 콘셉트란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재석과 박명수, 전현무가 아니라 예능의 신이 강림을 해도 '해피투게더3'의 이 콘셉트를 살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야외에서 벼룩시장처럼 좌판을 벌여놓고 시민들에게 안 쓰는 물건을 판매하며 리얼 버라이어티적인 재미라도 추구하던가, 아니면 아예 애장품을 들고 나와 물건에 얽힌 사연들을 꺼내며 토크라도 추구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바야흐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 '히든싱어', '삼시세끼', '더 지니어스'처럼 과거 예능의 틀을 깬 참신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는 시대에 '해피투게더3'는 개편이라고 선보인 것이 구세대적인 발상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차피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면 과거 '해피투게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쟁반노래방처럼 인기 코너를 리메이크하던가, 아니면 '위험한 초대'처럼 KBS에서 화제가 됐던 예능 코너들을 리메이크하는 편이 차라리 반응은 좀 더 좋았을 것이다. 남들이 여태 한 번도 안 했던 콘셉트라고 생각해 개편을 시도해 봤을지 모르지만, 남들이 안 하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정도면 개편(改編)이 아니라 개악(改惡), 아니 차라리 '개판'이라고 해야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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