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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우정 대신 사랑을 선택한 고준희, 그녀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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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우정 대신 사랑을 선택한 고준희, 그녀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0.09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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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친한 친구가 좋아하는, 친구의 어린 시절 첫사랑이 어느 순간 내 마음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친구와의 우정을 생각해 어떻게든 그 남자를 내 마음 속에서 지워보려고 했지만, 만날 때마다 따뜻하고 자상하게 날 감싸는 그 남자를 더 이상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나중에 이 사랑으로 인해 설령 상처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은 이 남자를 붙잡기로 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이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은 '그녀는 예뻤다'의 또 다른 여주인공 민하리(고준희 분)의 이야기다. 민하리는 어린 시절의 미모를 잃어버리고 지금은 외모도 볼품없고 가진 것도 없이 초라한 절친 김혜진(황정음 분)을 대신해 친구의 어린 시절 첫사랑 지성준(박서준 분) 앞에 '김혜진'이라는 이름으로 나갔고, 운명의 장난처럼 우연히 지성준과의 만남이 겹쳐지며 결국 지성준을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박서준을 향한 고준희의 마음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주 방송된 '그녀는 예뻤다' 6회였다. 고준희는 친구 황정음을 생각하는 마음에 어떻게든 박서준과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지만, 박서준이 2개월 후까지 부편집장으로 있는 잡지 '더 모스트'의 판매고를 업계 1위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잡지를 폐간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는 "딱 2개월만" 욕심을 내기로 한다.

▲ 민하리(고준희 분)는 지성준(박서준 분)에게 "어릴 때 친구말고 나 이제 네 여자친구 하고 싶어"라고 고백하고, 지성준은 민하리를 첫사랑 김혜진(황정음 분)과의 추억이 담긴 낙서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사진 =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보통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에서 고준희와 같은 친구를 흔히 '악녀(惡女)'라고 부른다. 돈과 미모, 사회적 지위까지 모든 것을 갖추었으면서, 가진 것은 없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여주인공을 미워하고, 그런 여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주인공을 가로채려는 그런 캐릭터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의 고준희를 멜로나 로맨스 드라마에 반드시 나타나는 그런 악녀 성향의 서브 여주인공과 동일하게 보기는 또 어렵다. 고준희가 절친인 황정음이 좋아하는 남자를 뺏으려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바탕에는 질투나 미움이 아닌 친구에 대한 미안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7일 방송된 '그녀는 예뻤다' 7회는 고준희가 박서준에게 "네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졌어"라며 자신의 마음을 갑작스런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막을 내렸다. 이어 다음날인 8일 방송된 '그녀는 예뻤다' 8회에서 고준희는 박서준에게 "어릴 때 친구말고 나 이제 네 여자친구 하고 싶어"라며 고백하고 결국 박서준과 연인이 된다.

고준희는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속일 수 없어 박서준에게 고백을 하지만, 그러면서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친구 황정음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더욱이 황정음이 고준희가 좋아하는 사람이 첫사랑 박서준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고준희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고준희를 꼭 끌어안는 순간 고준희의 얼굴에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여기에 '그녀는 예뻤다'는 고준희의 슬픈 과거사를 슬며시 얹어내며 고준희가 왜 그렇게 박서준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한다. 황정음은 고준희의 연애사실을 알고 공원에서 그네에 앉아 "너 예전에 그런 얘기 한 적 있지. 엄마도 널 두고 떠났는데 남자놈들은 어떻겠냐고. 그래서 진짜 사랑 같은 거 절대 안 한다고. 나 그 말이 내내 덜컥 걸려있었거든"이라고 말하며 차갑게 얼음처럼 닫혀있던 고준희의 마음을 연 그 남자를 오히려 궁금해한다. 그 남자가 자신의 첫사랑 박서준인지도 모른채 말이다.

▲ 김혜진(황정음 분)는 민하리(고준희 분)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는 말에 그 남자가 첫사랑 지성준(박서준 분)인줄도 모르고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민하리는 그런 김혜진을 보며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결국에는 혜진의 어깨에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사진 =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고준희는 그렇게 좋아하는 황정음으로 인해 미안한 마음이 커져만 간다. 자신의 사랑을 응원해주는 황정음을 보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미안해 혜진아. 나 딱 두 달만. 두 달만 성준이 옆에 있을께. 딱 두 달만. 나중에 나중에 내가 다 이야기할께. 전부 다"라고 혼잣말을 하는 고준희의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슬픈 사랑을 해야할지를 예고하는 장면이다. 결국 고준희는 황정음이 박서준에게 해고를 당한 날, 황정음의 어깨에 기대 눈물을 쏟을 정도로, 우정을 배신한 그녀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러브라인의 행복한 결말은 어린 시절부터 변치않는 첫사랑으로 이어져온 황정음과 박서준이 서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결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준희 역시 이런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녀가 아닌, 어린 시절부터 버림받는 것에 대해 상처를 지니고 미안함을 간직한 슬픈 사랑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사랑 역시도 상처받지 않고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더욱 애틋한 것은 황정음이 고준희와 박서준의 관계를 알게된 이후의 일이다. 자신보다도 친구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 황정음이라면 고준희와 박서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오히려 첫사랑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기고 고준희와 박서준의 관계를 더욱 지지하고 응원해줄 것이다. 서로 한 남자를 공유하며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누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미안하고 애틋해하는 관계. '그녀는 예뻤다'의 러브라인이 유쾌하면서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찡한 눈물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런 애틋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주근깨 뽀글머리 '역대급 폭탄녀'로 역변한 김혜진(황정음 분)과 '초절정 복권남'으로 정변한 지성준(박서준 분), 완벽한 듯 하지만 '빈틈 많은 섹시녀' 민하리(고준희 분), 베일에 가려진 '똘끼충만 반전남' 김신혁(최시원 분) 등 네 남녀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코미디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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