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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라이벌이라고?", '티격태격' 엘넥라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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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라이벌이라고?", '티격태격' 엘넥라시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5.31 0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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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압도적 우위지만 명승부 양산

[목동=스포츠Q 민기홍 기자] “실력이 비슷해야 라이벌이지.” “우리는 원년팀인데. 팬 차이가 월등하단 말이야.”

넥센과 LG 팬간의 설전이다. 30일 목동구장에는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양팀간의 시즌 6차전을 보기 위해 평일임에도 5460명의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넥센팬 이성빈(7)군과 LG팬 황채민(7) 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어린이는 아직 양팀의 혈전 스토리를 잘 모른다.

경기도 파주에서 목동을 찾았다는 직장인 2명은 양팀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말문을 열었다.

포문은 넥센의 2010년 유니폼을 착용한 팬이 열었다. 그는 “우리는 상위권이고 LG는 최하위다. 거기다 넥센이 LG의 천적이지 않나. 라이벌로 엮는 것 자체가 웃기는 소리”라며 동료를 쏘아붙였다.

이 팬의 말대로 올시즌 성적은 넥센 4위, LG 9위다. 히어로즈 창단 후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하위권을 맴돌았던 히어로즈가 역대 상대전적에서 앞서는 팀은 LG가 유일하다.

이야기를 들으며 말없이 웃기만 하던 LG팬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많이 지는 건 인정한다”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우리는 원년부터 시작된 팀”이라고 역사를 내세우며 “우리 팀 팬층이 얼마나 두꺼운가. LG 라이벌이 되기에는 넥센은 멀었다”고 맞받아쳤다.

양팀간의 대결은 ‘엘넥라시코’라 불린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간의 맞대결 '엘클라시코'에서 유래한 '엘넥라시코'는 LG와 넥센이 경기를 치를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함에 따라 만들어진 합성어다.

▲ [목동=스포츠Q 최대성 기자] LG 조쉬 벨이 2회초 최경철의 안타 때 홈으로 파고들다 태그아웃되고 있다.

상대 전적만 놓고는 일방적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승패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극적인 대역전극이 여러 차례 펼쳐졌다. 특히 2011년부터 형성된 두 팀의 혈전 시리즈에 언론과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을 연고로 한 두 팀의 대결은 어느덧 최고의 흥행카드로 거듭났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LG를 응원하기 위해 목동을 찾았다는 손비오(32) 씨는 “넥센전 때마다 장타력에 번번히 당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팀에서는 조쉬 벨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는데 5월 들어 너무 페이스가 떨어져 걱정”이라는 전문가급 견해를 내놨다.

넥센팬 김영윤(24) 씨는 “다른 어떤 경기보다도 LG전이 재미있다. 짜릿하게 이긴 기억들이 대부분“이라며 응원팀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보여줬다.

올 시즌 전적도 이날 경기 전까지 4승1패로 넥센의 우위였다. 넥센은 1회말부터 LG 선발 임정우를 공략하며 가볍게 2점을 선취했다. 경기 중반 박병호와 강정호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멀찌감치 달아나며 올 시즌 LG전 5승째이자 통산 72승째(44패)를 거뒀다.

프로스포츠는 팬들의 관심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넥센과 LG의 선수들은 다이아몬드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미디어와 팬들은 이를 포장해 사연 있는 스토리로 발전시켰다. ‘엘넥라시코’는 어느덧 33살 먹은 프로야구가 단기간에 예쁘게 빚어낸 소중한 콘텐츠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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