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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날개 단 사자' 김상수, 삼성 첫 도루왕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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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날개 단 사자' 김상수, 삼성 첫 도루왕 향해 달린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5.3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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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경기만에 지난해 수치 넘는 20개 성공…도루부문 단독 선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삼성의 이미지는 '거포 군단'이었다. 이승엽(1997, 2001~2003년)을 비롯해 이만수(1983, 1984, 1986년), 김성래(1993년), 심정수(2007년), 최형우(2011년) 등 32시즌 동안 5명, 10차례의 홈런왕을 배출한 팀이 바로 삼성이다.

또 수위타자(타격왕)와 최다안타, 최다타점, 최다득점, 최고장타율, 최고출루율 등 타격 부문에서 삼성 소속 선수들은 고르게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거포 군단 삼성의 이미지답게 도루 부문은 삼성 선수들이 프로야구 출범 이후 단 한차례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삼성의 예전 시즌을 살펴봐도 도루를 많이 하는 팀은 아니다.

지난해도 95개로 한화(70개)에 이어 팀 최소 도루 2위, 즉 9개팀 가운데 8위에 불과했다. 두자리 도루를 기록한 선수도 배영섭(23개), 김상수(14개), 강명구(11개) 등 단 3명에 불과했다.

통산 팀 도루도 3443개로 1982년 창단멤버 5개팀 가운데 가장 적다(KIA 3918개, LG 3852개, 두산 3582개, 롯데 3536개).

◆ 21번 시도에 20번 성공 '웬만하면 그를 막을 수 없다'

이제 김상수(24)가 전인미답의 분야인 도루왕에 도전한다. 만약 김상수가 도루왕을 차지하게 되면 사상 첫 삼성선수 도루왕이 된다.

김상수는 30일 현재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에서 45경기에 나서 2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지난해 115경기에서 기록했던 도루 숫자(14개)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고 101경기에서 30개의 도루를 기록헀던 2010년의 기록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페넌트레이스가 128경기이기 때문에 지금 추세로라면 60도루에 조금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고삐를 조인다면 2010년 이대형(KIA, 당시 LG)이 기록했던 66개 이후 4년만에 60도루를 달성할 수도 있다.

특히 김상수는 도루 성공률이 높다. 29일까지 치러진 프로야구 경기에서 1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 가운데 김상수는 95.2%의 도루 성공률로 정근우(100%, 14개)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대형이 66개의 도루로 '대도'라는 별명을 얻었던 2010년 당시 도루 성공률이 75.8%이었고 이종범(당시 해태) 한화 코치가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인 84개를 기록했던 1994년 도루 성공률도 84.8%였다는 점에서 김상수의 성공률은 매우 고무적이다. 21차례 시도해 단 한 번밖에 실패하지 않았으니 웬만하면 그를 막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 테이블 세터 같은 9번 타자, 하위-상위 타선 연결 고리

김상수의 도루 능력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0년 33개로 도루 부문 7위에 올랐고 2011년 역시 29개로 6위까지 올랐다. 2012년에도 25개의 도루로 9위에 랭크되는 등 3년 연속 도루부문 10위 안에 들었다.

올시즌 김상수의 도루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1번 타자나 다름없는 9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율 0.291로 고감도 타격감을 자랑하는 그는 하위 타선과 1번 타자와 상위 타선으로 이어주며 삼성의 '활화산 타선'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진필중 XTM 해설위원도 "9번 타자이긴 하지만 경기 중에는 야마이코 나바로 등 상위 타선으로 이어주는 테이블 세터 역할도 함께 한다"고 김상수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고감도 타격감과 함께 17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율도 0.359로 비교적 높다. 10번 가운데 3번 이상은 출루한다는 얘기다.

출루율 상위 20위 선수가 모두 4할대인 것과 비교하면 김상수의 기록이 다소 빛이 바래고 있지만 하위 타선에서 이정도 기록은 알토란 같은 활약이다.

▲ 지난 3월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김상수의 표정이 밝다. [사진=스포츠Q DB]

◆ 김평호 코치의 지도, 주루 능력 업그레이드

또 하나 이유를 든다면 김평호 코치의 지도로 주루 능력이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원래 발이 빨라 도루 능력이 있는 김상수에게 김 코치의 지도는 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김평호 코치의 주루 및 작전 수행 능력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김 코치는 상대 투수의 투구 모습이나 습관까지 모두 정교하게 잡아내는 분석력으로 선수들에게 어느 시점에서 도루를 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두산 시절 김평호 코치에게 지도를 받은 적이 있는 정수근 해설위원은 "내가 현역시절 도루를 잘할 수 있었던 것의 8할은 김평호 코치 덕분이라고 보면 된다"며 "주루 코치로서 상대 투수들을 모두 현미경으로 세세하게 분석하듯 하기 때문에 도루 실패확률이 적다. 김상수의 도루 성공률이 높은 것과 올시즌 삼성이 도루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상수가 지금과 같은 도루 능력을 계속 보여준다면 이대형에 이어 역대 프로야구에서 '9번 타자 도루왕'에 등극할 수 있다. 타순 때문에 아무래도 9번 타자는 1번 타자에 비해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9번 타자 도루왕'은 충분히 가치 있는 기록이다.

정수근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시즌 50개 초반 또는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정규리그 1위를 달리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을 경우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김상수가 도루를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박민우(NC)나 서건창(넥센), 조동화(SK) 등 도루 상위권에 올라있는 선수들과 경쟁이 붙는다면 김상수도 타이틀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고 이 경우 숫자가 60개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이 5월에 19승을 올리며 역대 월간 최다승을 거두는 동안 김상수 역시 자신이 기록한 도루의 절반이 훨씬 넘는 13개를 성공시켰다. 삼성의 고공행진에 김상수의 '무한질주'가 있었던 것이다.

김상수의 질주와 함께 삼성 역시 30일 현재 팀 도루 57개로 SK(63개)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대포와 빠른 발이 어우러져 삼성은 올시즌 더욱 강력한 팀이 됐다. 김상수가 자신의 빠른 발로 소속팀의 정규리그 및 통합 4연패를 이끌고 자신도 첫 삼성 출신 도루왕에 등극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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