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정성규 기자] 샐러리맨들이 신화를 살려냈다? 샐러리맨들에 노조까지 합심한 탄원의 힘이 컸던 덕일까. '샐러리맨의 신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14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강 전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1000여통에 달해 관심을 모은 가운데 석방된 것이다. 1심 이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옛 쌍용중공업과 STX중공업의 전·현직 임직원 등 샐러리맨, 협력업체 직원들이 탄원서를 냈다. 샐러리맨, 봉급쟁이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대열에 참여한 것이다.
장학재단 장학생부터 노조 간부들까지도 동참했다. 기업 총수 재판에 노조 측 인사들이 대거 탄원서를 낸 것은 이례적이어서 더욱 화제를 낳았다.
탄원의 요지는 고난의 시기 ‘샐러리맨 신화’를 이뤘던 강 전 회장의 ‘선의’에 향해 있다.
노조 측 탄원서에는 ‘외환위기 상황에 노사 문제까지 겹친 1999년 모두가 쌍용중공업을 버린 상태에서 당시 강덕수 상무만이 고군분투했다’‘강 전 회장은 다들 늦게까지 일하고 있으면 새벽에 나가 한 손 가득 치킨과 막걸리를 사왔던 사람이다. 다른 재벌들과 다른 만큼 양형에 참작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진 것으로 보도됐다.
그중 ‘평범한 서민들이 강 전 회장을 통해 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용기를 달라’는 호소는 그 선처대상이 누구인지를 떠나 좀처럼 살림살이 펴지지 않는 이 시대, 고단한 삶을 지탱해 나가는 봉급쟁이들의 마음을 담아낸 것 같아 보인다.
강덕수 전 회장은 1970년대 초반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해 50세에 쌍용중공업을 인수, STX그룹을 세워 한때‘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경우 그룹 총수의 위치에서 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도모했다는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뿔뿔이 흩어진 ‘STX맨’들은 탄원서로 뭉쳤다. 애사심도 컸겠지만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에 대한 존경심도 컸으리라. 부가 대물림되는 이 시대, 유리천장을 뚫고 성공에 대한 희원을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아온 샐러리맨들은 청춘을 다 바친 직장에서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함께 맞대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밤을 샜던 그 기업가의 구명을 위해 나서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 같다. 누구를 위한 성공과 도전이었는지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기업가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고, 그 책임감으로 여러 사업에 도전한다. 위험도 많고 고난도 따르지만 유능한 기업가라면 그 난관을 애사심 많은 직원들과 함께 헤쳐나간다. 비록 나중엔 실패했지만 기업가 강덕수는 샐러리맨, 직원들에게는 공감어린 희망을 남겼음을 이번 탄원과 석방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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