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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조은성 프로듀서, 스포츠 다큐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다스포츠 다큐멘터리 조은성 프로듀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6.02 12:29 | 최종수정 2015.03.05 16: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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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2006년 당시 ‘K리그 꼴찌팀’ 인천 유나이티드를 소재로 했던 스포츠 다큐멘터리 ‘비상’이 스포츠팬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스포츠에 다양한 기록을 담아 영화로 재구성하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스포츠를 즐기거나 관람하면서 느끼는 본연의 체험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 분야가 세계적으로는 스포츠 산업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국내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일을 운명처럼 여기며 스포츠계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스포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조은성 씨다. 그는 특히 재일교포들이 스포츠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는 감동의 스토리를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스포츠Q 글 신석주·사진 이상민 기자] 스포츠를 흔히 한 편의 드라마라고 표현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만큼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중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스포츠 속에 있는 감동과 역사를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내기에 가장 완벽한 수단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포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는 조은성 씨는 스포츠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팬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조은성 씨는 요즘 재일교포 럭비부의 애환을 담은 ‘60만 번의 트라이’라는 작품을 국내에 상영하기 위한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8월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는 이 작품은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장편 경쟁부문에서 CGV 무비꼴라쥬 배급 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상영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29일 상암동 DMC 첨단산업단지 내 사무실을 찾아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도 마무리 작업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 조은성 PD는 오는 8월 개봉을 앞둔 '60만 번의 트라이' 막바지 작업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와 창작을 접목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민하다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시작하게 됐고 지금은 천직처럼 즐겁게 일하고 있다.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이라고 느끼는 조  P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야말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할 수 있고 소중한 역사를 품고 있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운명적인 만남’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다

조 P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어두운 터널 속에서 헤매다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것같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2008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던 그는 자포자기 상태로 유일한 낙인 사회인 야구만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2009년 1월쯤 우연히 읽은 ‘재일교포 야구’에 관련한 기사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그 기사를 보면서 가슴 속에 왠지 모를 뭉클함이 끌어 오르며 ‘이거야’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 기자를 수소문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찍고 싶다고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편의 기사를 통해 인생이 바뀐 조은성 PD는 그때부터 재일교포 야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이라는 작품을 찍는 데 몰두하게 됐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1956년부터 1997년까지 봉황대기에 참가했던 재일교포 야구팀을 다룬 영화로, 그중에서도 1982년 결승에 오른 팀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수많은 선수가 한국 땅을 밟았지만 그중 1982년 팀을 선택한 것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82년은 한국이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해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출범한 해이면서 잠실야구장이 처음 개장한 해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일교포 팀이 결승전에 진출했었다.”

그는 1982년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백방으로 찾기 시작했다. 변변한 연락처도 없었고 자료도 많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수소문 끝에 대표선수 10명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 성공했다.

   
▲ 조은성 P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야말로 스포츠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조 PD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그라운드의 이방인이라는 장편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한 뒤 10명의 주인공들을 지난해 4월 두산 베어스의 잠실 개막전에 초청해 시구를 맡겼다. 그들에게 잠실야구장에 대한 32년 만의 향수와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 것이다.

조 PD는 '그라운드의 이방인' 촬영 이후 재일교포에 대한 남다른 감정이 생겼다. 이후 그가 기획하고 촬영한 다큐멘터리는 대부분 재일교포 소재의 스포츠물이 차지하게 됐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이외에도 그동안 '60만 번의 트라이'와 '울보 권투부' 등 또다른 재일교포 소재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사실 이 작품하기 전까지 ‘재일교포’라는 글자조차 떠올려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관심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가고 있고 고국에 대한 애정이 강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 스포츠 다큐멘터리 ‘사람이 보물이다’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 그는 모든 일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그는 어린아이부터 백발노인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이 직업이 천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사람들과의 오랜 만남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촬영하는 것은 생각처럼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과 친밀도를 유지하는 데 모든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을 구상하면서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기 위해 수시로 찾아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덕분에 만나는 사람들이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다 꺼내놓았다.

조은성 P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레고’에 비유했다. 만들고자 하는 작품의 소재는 변하지 않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큐멘터리만이 가진 진정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일반 영화는 사전에 준비한 대본대로 철저한 계획 속에서 진행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와 만나야 한다.

실제로 그라운드의 풍운아를 찍을 때는 기획부터 섭외, 예산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에 일본 대지진이 터져 1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남들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으므로 위험하고 어렵다고 느끼지만 나에게는 이 점이 오히려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 무궁무진한 스포츠 세계, 영상으로 남기고 싶다

조은성 P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작품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우선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잠시 중단한 ‘기억, 타이거즈’라는 작품을 완성하고 싶고, 영국 축구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팀 ‘리젠트FC’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구상 중이다. 하위리그팀인 '리젠트FC'에 대해서는 아직 규모나 역사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그의 포부는 명확하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한국 스포츠의 다양한 기록을 필름으로 남기는 것이다. 특히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들을 다룬 ‘마지막 국가대표’라는 작품을 통해 한국 야구를 재조명하고 싶어 한다. 현재 한국야구사 7부작을 제작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기록보관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역사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지금 야구 박물관이 지어지고 있지만 과거 사진과 선수들의 손때가 묻은 장비만으로는 팬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수 없다. 영상자료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그의 인생에 있어 전부나 다름없다. “힘을 때 손을 내밀어 줬고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즐겁고 매력적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도전 의식이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 조은성 PD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한국 스포츠의 다양한 기록을 필름으로 남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 조은성 PD는 누구?

1997년 교육방송(EBS) 구성작가로 근무했던 그는 대원 엔터테인먼트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며 ‘천공의 성 라퓨타’, ‘고양이의 보은’ 등 다양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국내에서 상영했다. 이후 스포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전환, KBSN 스포츠 야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덕아웃’을 기획했고 '그라운드의 이방인'을 비롯해 '60만번의 트라이'와 '울보 권투부' 등 재일교포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를 프로듀싱했다.

[취재후기] 조은성 PD는 ‘즐겁지 않은 삶은 죄악이다’라는 모토로 살아가고 있다.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무한 긍정'의 삶의 자세로 극복해 왔다. 잊혀질지 모르는 스포츠 역사의 순간들을 되짚어 나가면서 남다른 즐거움을 느낀다. 그는 오늘도 새로운 작품 구상에 여념이 없다. "소재도 할 일도 무궁무진하다"는 그가 만들어갈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인터뷰 내내 넘친 그의 강한 자신감만큼이나 기대감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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