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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자 핸드볼 '우생순' 레전드들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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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자 핸드볼 '우생순' 레전드들이 뭉쳤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03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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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우생순을 위하여' 세대초월 레전드 올스타, 10월 전국체전 전북대표 첫 출전 도전장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국민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줬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시즌 2가 시작된다.

영화가 아닌 실제 핸드볼 레전드들의 이야기다. '우생순'의 원조 주인공들이 다시 뭉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뛰었던 선수까지 '40대 아줌마'들이 모여 오는 10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 완전히 팀이 구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 멤버의 면면은 화려하다. 여자 핸드볼의 '레전드 올스타'라고 보면 된다.

1988 서울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인 성경화(50), 임미경(47), 석민희(46), 박현숙(45)과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했던 박정림(45), 이호연(43), 홍정호(40),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영화 '우생순'의 주인공이 된 이상은(39), 허영숙(39) 등이 모두 뭉쳤다.

▲ 역대 여자 핸드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지난달 31일 정읍여고와 연습경기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메달리스트들로 구성된 팀은 오는 10월 전국체전에 전북 대표로 나설 예정이다. [사진=홍정호 제공]

◆ 서울의 영광 주역부터 베이징 멤버까지, 20년 올림픽 세대 총망라

성경화와 임미경, 석민희는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공격 트리오'를 이뤄 금메달 주역이 됐던 선수들이다.

1982년 정신여고 재학중에 대표팀에 선발된 이후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던 성경화는 172cm의 장신을 이용한 공격력으로 서울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냈다. 특히 성경화는 미모까지 겸비해 당시 국제대회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받아왔다.

성경화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도 2010년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대회 운영요원으로 참여하는 등 꾸준히 핸드볼과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체대 2학년 시절이던 1985년 오스트리아에서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았을 정도로 한국 여자핸드볼을 전세계에 알렸다.

또 임미경과 석민희 역시 서울 올림픽 뿐 아니라 실업에서도 탁월한 득점력을 발휘하며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다. 특히 임미경은 당시 소련과 최종전에서 롱슛으로 공격의 활력소가 되기도 했고 석민희 역시 173cm의 큰 키에 공격 센스까지 뛰어나 소련을 꺾고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장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를 들자면 단연 홍정호(40)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여고생이었던 그는 이미 이때부터 주니어의 실력을 넘어서는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인정받았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뛰었던 그는 일본 이즈미와 노르웨이 바에크클라게츠, 덴마크 슬라겔세 등 해외 리그에서 탁월한 공격력을 발휘하며 세계적인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뛴 그는 2011년 11월까지 광주도시공사 플레잉코치로 뛰다가 결혼과 함께 현역에서 은퇴, 지금은 한국체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폭발적인 중거리슛 능력을 인정받았던 이상은도 아테네 올림픽의 은메달 주역으로 스페인 이트삭스에서 뛰는 등 유럽에서 맹활약한 뒤 2008년 서울시청으로 돌아와 현역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허영숙도 세계 최강 덴마크 여자핸드볼 리그 한국 선수 진출 1호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 핸드볼 활성화를 위해 의기투합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현재 대한핸드볼협회 여성체육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과 MBC 해설위원인 홍정호, 박정림, 이상은, 허영숙 등이 모두 여성체육위원회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핸드볼의 저변 확대를 위해 SK 핸드볼 동호회 회원들과 일주일에 한 차례씩 서울 올림픽공원 SK 핸드볼 경기장 등에서 친선 경기를 갖는다. 또 평소에 생활체육대회 핸드볼 경기에 출전하는 등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 박현숙(왼쪽부터), 홍정호, 박정림이 지난달 31일 정읍여고와 연습경기를 마친 뒤 식사를 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현숙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 주역이고 박정림과 홍정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함께 뛰었다. [사진=홍정호 제공]

그러다가 전북도 쪽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전북에는 2008년 창단됐던 정읍시청 핸드볼 팀이 있었으나 예산난 등의 문제로 2011년 전격 해체되면서 전북을 대표해 전국체전 여자 핸드볼 일반부에 나갈 수 있는 팀도 사라졌다.

이에 전라북도체육회 측에서 지난달 "전북에 여자실업팀이 없다. 평소 운동을 하고 있었으니 괜찮다면 전북 대표로 나가면 어떻겠느냐"고 이들에게 공식 제의를 해왔다. 핸드볼 활성화라면 발벗고 나서는 이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정읍으로 내려와 정읍여고와 연습경기를 뛰면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홍정호 MBC 해설위원은 "대부분 40대가 넘은 아줌마들이라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웃은 뒤 "일주일에 한번씩 훈련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안돼 불참하는 분들은 개인 훈련으로 틈틈이 몸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위원은 "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회 출전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일단 다음달 열리는 태백산기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금은 전,후반 30분씩 60분 동안 고르게 출전하며 뛸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북체육회 관계자는 3일 "메달리스트들이 모두 모인 팀이 전북을 대표하는 것에는 이미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예산 등 실무적인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며 "부회장단들이 먼저 제의를 한 사항이기 때문에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달 태백산기대회 출전을 위한 예산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메달이란 너무 큰 목표 대신 '제2의 우생순'을 위해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아직 팀 이름도 지어지지 않았고, 누가 감독과 코치를 맡을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대부분 선수들이 40대 이상이라는 점 역시 과연 전국체전에서 젊은 후배들과 대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세계 무대를 호령하며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그들이라 하더라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하지만 홍정호 위원은 "메달은 따면 좋겠지만 그런 큰 꿈은 안꾼다"며 딱 잘라 말한다. 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핸드볼이 일반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에는 경남개발공사, 광주도시공사, 컬러풀 대구(대구시청), 부산 BISCO, 원더풀 삼척(삼척시청), 서울시청, 인천시청, SK슈가글라이더즈 등이 출전한다. 서울, 인천, 부산, 대구, 광주와 경기도(SK), 강원도, 경상남도 등 8개 시도만이 여자 일반부에 출전한다.

여기에 전북을 대표한 팀이 합세한다면 9개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 게다가 '레전드 올스타'팀이 출전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팬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

여자 핸드볼은 우리가 기대했던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충분히 감동을 주며 '우생순 신화'를 만들었다. 그 신화의 주역들이 이제는 새로운 신화창조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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