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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이강석,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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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이강석,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2.1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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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1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2위...평창에서 유종의 미 거둘지 주목

[스포츠Q 강두원 기자] 2006년 2월, 온 국민의 시선이 이탈리아 토리노로 향해 있었다. 전통적인 금메달 효자종목인 쇼트트랙과 올림픽 4회 연속 진출하는 '한국 빙속의 전설' 이규혁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국민과 언론이 이규혁의 메달 여부에 집중하던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장 한 켠에서 스케이트끈을 단단히 조이며 묵묵히 레이스를 준비하는 이가 있었다.

이강석(29·의정부시청). 그는 날카로운 눈매에 다부진 얼굴, 굳게 다문 입술로 첫 올림픽 출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스타트 라인의 긴장감을 뚫고 힘차게 박차고 나간 이강석은 500m를 전력으로 달려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1·2차시기 합계 70초43, 1위인 미국의 조이 치크(69초76)와 2위인 러시아의 드미트리 도로페예프(70.41)에 이은 3위, 동메달이었다.

0.02초 간발의 차이로 은메달을 놓친 이강석은 김윤만이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후 14년만에 한국에게 스피드스케이팅 메달을 안겼다.

이후 2007년 솔트레이크시티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34초25를 기록하며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고 2009년 밴쿠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숱한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며 한국 빙상의 단거리 간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런 성적에도 모든 관심은 이강석이 아닌 이규혁에게 여전히 쏠렸다. 그는 항상 주목받지 못하고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는 2인자였다.

그런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그는 1년 전, 레이스가 펼쳐지는 경기장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세계선수권대회 500m 우승을 차지한 좋은 기억이 남아 있었다. 자신감도 넘쳤고 컨디션도 최고였다. 선배이자 우상인 이규혁 역시 금메달을 노리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여전히 조용하게 레이스를 준비했다.

하지만 또 다시 승리의 여신은 이강석을 외면했다. 종목의 특성상 자신의 시간에 맞춰 컨디션조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가 레이스를 치르려는 순간 정빙기가 고장이 나면서 경기장 정비가 2시간30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컨디션조절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결국 이강석은 1·2차 합계 70초030의 기록으로 대표팀 후배 모태범과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 가토 조지에 이어 아쉽게 4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후 그는 2011 알마티-아스타나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하향세에 접어 들었다.

2014년 2월 11일(한국시간), 이강석은 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섰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인 모태범(25 대한항공)과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규혁(36 서울시청)에게 여전히 가려져 있었지만 포기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500m 한 종목만을 준비하며 집중해 온 이강석은 1차시기에서 35초45, 2차시기에서 35초42를 기록해 합계 70초87로 22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중 모태범(69초69), 이규혁(70초65)에 이은 3번째 기록이었다.

밴쿠버때와 같은 사고도 없었고 그간 준비도 잘 해왔기에 좋은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기대됐으나 페이스를 급격하게 올리다보니 코너에서 실수를 범하며 기록이 처지고 말았다.

아쉬운 기록을 남겼지만 이강석에겐 후회는 없었다. 그리고 4년 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평창에서 다시 한 번 도전할 지 아직 미지수이지만 선배 이규혁의 발자취를 따라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출중한 실력을 가졌으나 1인자에 가려 언제나 빛을 보지 못한 이강석은 항상 그랬듯 누구보다 묵묵히 최선을 다해왔다. 과연 그가 평창에서 그동안 받지 못했던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 지, 그의 팬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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