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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는 남자' 두 번 울리는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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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는 남자' 두 번 울리는 김민희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6.04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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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고등학생 때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한 김민희(32)는 1999년 KBS 1TV 청소년드라마 ‘학교2’를 통해 배우에 입문했다. 최근 영화 ‘우는 남자’에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를 열연하며 관객들에게 칭찬세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데뷔 초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스타성을 인정받은 것과 달리 불안정한 연기력으로 시청자에게 외면당하며 가슴아픈 시간을 겪었다. 이를 밑바탕 삼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한 결과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위해서라면 나이 먹는 것도 두렵지 않은 그는 항상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배우다.

▲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민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Q 글 김나라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제 모습이 작품에서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마음은 별로 없어요.”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으로 입었다 하면 ‘베스트 패션’ ‘품절예약’ 등을 찜 해놓는 대한민국 대표 패셔니스타 여배우 김민희의 발언이다. 뭇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인 그는 4일 개봉된 ‘우는 남자’에서 오직 연기를 위해 패셔니스타 수식어를 내려놓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어찌 보면 초췌할 정도의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에 앞서 ‘우는 남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에 김민희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 “첫 엄마 역 부담 없지만 아이 잃은 감정 어려워 진심 담아 연기해”

2010년 배우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로 628만 관객을 동원한 이정범 감독의 신작 '우는 남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던 킬러 곤(장동건)이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표적 모경(김민희)을 만나, 임무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  장동건과 김민희가 20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우는 남자' 캠퍼스 특급 어택 쇼케이스에 참석해 입담을 뽐냈다.  [사진=스포츠Q 최대성기자]

톱스타 장동건과의 호흡, 데뷔 이후 첫 모성애 연기 도전으로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김민희는 펀드매니저로서 출세했지만 남편과 딸을 한꺼번에 잃은 뒤 모든 희망을 놓아버리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최모경을 열연했다.

“엄마 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지만 모경이 가진 깊고 어두운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는 남자’의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당시 아이를 잃은 아픔이라는 부분이 마음을 움직여서 그 감정들을 떠올리며 촬영 내내 유지하려 노력했죠. 솔직하게 연기했기에 관객들에게 진심이 전달될 것이라 믿어요.”

▲ '우는 남자'에서 딸을 잃은 뒤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최모경(김민희)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는 자식을 잃은 엄마의 심경을 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일상을 보내며 덤덤하게 그려나갔다. 그러나 감정이 극에 달한 순간에서는 컷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숨죽이며 촬영한 감독의 배려에 보답하듯 모경에 빠져 울분을 토해, 그 고통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냈다.

“‘우는 남자’를 제안받았을 때부터 모경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려내고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는데 인물의 배경(출세한 여자)을 생각해서 감정을 억눌러 표현했어요. 모경은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일을 할 때는 슬픔을 억누르고 있다가 홀로 남아있는 집에서는 솔직한 감정을 표출했죠.”

김민희는 ‘아저씨’의 아역배우 김새론을 제외하고 이정범 감독이 처음 작업한 성인 여배우다. 그는 이정범 감독에게 “첫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 걱정됐지만 테이크를 여러 번 진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했다”라는 극찬을 이끌어낼 정도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여과 없이 발휘했다.

◆ 핫 셀러브리티 김민희에게 패셔니스타란?

최근 김민희는 물 오른 연기력으로 30대 여배우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에는 ‘자타공인 패셔니스타’라는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 연기보다는 그 외의 것들이 더욱 주목을 받아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누가 뭐래도 대중성과 연기력까지 겸비한 톱스타다.

▲ 김민희 "'베스트 & 워스트 드레서' 개인 취향일 뿐, 신경 쓰이지 않아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대중들이 ‘패셔니스타 김민희’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어서 공식 석상에 나설 때 의상 선택을 심사숙고해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많이 고민하고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베스트 & 워스트 드레서' 강제 등극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지 묻자 “개인 취향일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그는 ‘우는 남자’에서 모경의 내면을 강조하기 위해 패션뿐 아니라 민낯으로 등장하며 뷰티까지 포기했다.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스타일링하는 그가 역시 진정한 패셔니스타다.

“과거 대중의 편견이 있었던 것과 달리 요즘 모델 출신 배우들이 활약하고 있어서 기분이 무척 좋아요.(웃음).”

◆ "호평 얻을 수록 책임감 강해져… 결혼보단 일이 우선"

호흡을 맞춘 장동건이 얼마 전 열린 ‘우는 남자’ 제작보고회에서 김민희에 대해 “알에서 깨어난 배우”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김민희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자로서 알에서 깨어난 시기는 과연 언제일까 궁금해졌다.

“대중은 ‘굿바이 솔로’를 거쳐 영화 ‘화차’를 접하면서부터 저를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이런 평가들이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보다는 그만큼 책임감이 강해지고 있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고, 배우라는 한길만 가고 싶기 때문에 혹여 연기에 대한 평이 안 좋더라도 열심히 할거 예요. 묵묵히 책임감을 갖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요?”

▲ 김민희가 "결혼보다 일에만 집중하고 싶어요"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과거 김민희는 드라마 ‘순수의 시대’ ‘형수님은 열아홉’, 영화 ‘서프라이즈’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했지만 한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에 “책을 읽는 듯한 연기력으로 논란이 있었다”라고 기록돼있을 정도로 극심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2006년 노희경 작가의 ‘굿바이 솔로’에서 18세 연상 이재룡과 로맨스 연기를 선보인 뒤 연기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몇 년 후에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나이를 먹는다는 게 두렵지 않고 좋아요. 20대 때 보다 더욱 성숙해져 가니까 배우로서 큰 장점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결혼이요? 지금은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 시기에요. 곧바로 차기작을 준비할 예정인 걸요.”

▲ 패셔니스타답게 미니 원피스 차림으로 단정하면서도 발랄한 룩을 완성한 김민희 [사진=CJ엔터테인먼트]

[취재후기] 쏟아지는 비를 헤치고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눅눅한 기분이 떨쳐졌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공들여 촬영한 ‘우는 남자’가 만족스럽게 나왔다"라며 열의에 찬 목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려한 수식어에 인한 편견과 달리 보통 사람들처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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