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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구, '핸드볼 스코어' 현상의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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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구, '핸드볼 스코어' 현상의 원인과 대책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6.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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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 테크닉 일취월장한 반면 투수들은 기근

[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요즘 프로야구를 보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연일 대량득점으로 야구판이 시끄럽다. ‘핸드볼 스코어’란 용어가 여러 차례 등장할 정도다.

4일 기준으로 47경기를 치른 수위타자 이재원(SK)은 0.427로 사상 유례 없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타격 20위인 박용택(LG)의 타율은 0.320인데 이는 예전 같았으면 상위타자가 될 기록이다.

왜 연일 이런 대량득점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타격 부문 상위 20위 중에 11명이 500경기 이상 출장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타격의 테크닉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프로야구 5년차 정도가 되면 웬만한 투수의 실투는 용납하지 않는다. 타자들의 힘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엄청나게 불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반면 투수들의 제구력은 정밀하지 못하고 구종도 다양하지 못하다. 특히 직구와 변화구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나서 투수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선발투수가 조기에 무너질 경우 그 다음을 틀어막을 투수가 없다. 투수간 분업화가 확실하지 않고 기량 차이가 확연히 있어서 불안하게 경기를 이끌어 간다.

뉴욕 양키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는 제구력이 탁월하며 다양한 구종을 가지고 있어 타자들이 직구와 변화구를 구분하기 어렵다. 점점 한국 야구에서 이런 투수를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투수들은 직구와 변화구가 일찌감치 구분돼 난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선발투수가 무너질 경우 벤치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선뜻 기량 좋은 투수를 내기가 어렵다. 눈앞의 1경기가 아닌 전체 128경기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경기에 승리조 투수를 투입하기 어렵게 된다. 대량실점이 이어지는 이유다.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몇 차례 결정적인 고비가 온다. 위기 때 감독의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며 적절히 발휘돼야 한다.

지난달 1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마이애미 말린스간 경기에서 재미난 장면이 있었다. 다저스 포수 드류 부테라가 3-13으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마이애미 타선을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23일과 25일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디트로이트 벤치는 팀이 1-11, 2-9로 크게 뒤지자 백업 내야수 대니 워스를 연이어 마운드에 올렸다. 이런 경우는 도저히 경기를 잡을 수 없다는 감독의 판단 하에 투수 소모를 줄이며 다음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렇게 우리 야구도 각 팀마다 투수를 위한 감독의 다양한 작전수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뛰어난 투수 발굴로 ‘동네야구’란 말까지 듣는 이 상황을 극복해야만 한다. 대량실점이 쏟아지는 요즘 프로야구는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

시즌 도중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심판이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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