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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모르는 박명환 · 최영필 '투혼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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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모르는 박명환 · 최영필 '투혼의 귀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6.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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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 흐름에 불펜 약점 KIA-NC 마운드에 큰 힘 불어넣는 1군 복귀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반가운 얼굴들이 실로 오랜만에 마운드에 돌아와 투혼을 불살랐다.

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NC전. 중계를 시청하던 야구팬들은 프로 19년차에 접어든 박명환(37·NC)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의 전성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같은날 KIA-삼성전이 열린 대구구장에서는 또 다른 노장 최영필(40·KIA)이 마운드에 올랐다. 박명환만큼 화려했던 시절은 없었지만 그 또한 야구팬들에게는 못지않게 반가운 존재다.

두 선수는 1990년대 후반 프로 무대를 밟았다. 박명환은 1996년 OB 베어스에, 최영필은 1997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다. 지금은 팀명마저 사라진 역사속 팀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둘은 굴하지 않는 의지로 끝내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 최영필, 구멍난 KIA 계투진 희망이 되다 

▲ 지난 1일 광주 NC전에서 역투하고 있는 최영필. 그는 프로야구 최초의 현역 부자 야구선수를 꿈꾼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팬들은 이번 시즌 편하게 야구를 보지 못한다. 선발이 잘 틀어막고 마운드를 내려가더라도 불펜들이 불을 저지르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기 일쑤다.

지난 1일 광주 NC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팀이 6-5로 앞선 7회초 1사, 최영필이 등판했다. 그는 네 타자를 상대로 14개의 공을 던지며 1.1이닝을 무안타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았다. 이어 나온 마무리 하이로 어센시오가 리드를 지키며 선발 양현종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최영필은 4일 대구 삼성전에도 등판해 0.2이닝을 깔끔하게 막으며 좋은 흐름을 잇고 있다.

최영필은 두 번의 아픔을 겪었다. 1997년 데뷔 후 2000년대 한화 마운드의 한 축이었던 최영필은 2010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행사했으나 아무런 제안을 받지 못하고 프로야구를 떠나야만 했다.

일본으로 날아가 독립리그에서 공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12 시즌 SK로 돌아와 2년간 활약했다. 그러나 2013 시즌 2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6.23에 그치며 또 다시 방출되고 말았다. 코치직 제의도 받았지만 현역 연장을 택한 그는 지난 3월 KIA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선동열 감독은 신고선수 신분으로 5월까지 1군에 등록될 수 없는 최영필을 간절히 기다렸고 6월 첫 날부터 그를 불러올렸다. 호출된 최영필은 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필승조가 없는 KIA의 희망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영필의 아들 최종현(18)은 현재 인천 제물포고에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최영필의 활약이 지금처럼만 이어진다면 야구팬들은 곧 프로야구 최초의 현역 부자선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1425일의 기다림, 홈런왕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박명환 

‘왕년의 에이스’ 박명환도 마운드에 섰다.

박명환은 4일 넥센전에서 9회초에 등판했다. LG 소속이던 2010년 7월10일 잠실 두산전 선발 이후 1425일 만에 오른 1군 마운드였다. 박명환은 1이닝 동안 32개의 공을 뿌리며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 박명환은 지난 4일 마산 넥센전에서 4년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볼넷 3개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한 점은 아쉬웠지만 2사 만루에서 홈런왕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위력을 보였다. 통산 1401번째 탈삼진을 잡은 후 오른손 주먹을 쥐며 환호한 박명환의 모습은 마치 전성기 때 보던 그 장면이었다.

박명환은 지난 겨울 장원삼(삼성)이 4년 6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역대 최고 대우를 받는 FA 투수였다. 2000년대 중반 빼어난 활약으로 손민한(NC), 배영수(삼성)와 우완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그는 2006 시즌을 마친 뒤 4년 40억원에 LG로 이적했다.

그러나 이적 첫 해 10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면 어깨 부상으로 인해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먹튀’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0년 4승을 마지막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그는 2012년 방출됐다. 하지만 박명환은 공을 놓지 않았다. 홀로 재활과 피칭훈련을 하며 복귀를 원했던 그는 NC의 공개 트라이아웃을 거쳐 프로 무대로 돌아왔고 4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1군 마운드에 섰다.

2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NC는 1군무대 데뷔 두 시즌 만에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있다. 막강한 선발과 타선에 비해 불펜이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존재감 넘치는 박명환의 합류는 NC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반가운 노장의 활약, 모두가 환영

프로야구가 극심한 타고투저로 신음하고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인 선발투수가 단 한 명뿐일 정도로 타자들이 마운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선발의 조기 강판 이후 나서는 계투진이 대량실점하는 경기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투수의 가치가 더욱 올라간다. 난타전 경기가 난무하는 이 때 1이닝을 든든하게 책임져줄 수 있는 투수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KIA와 NC는 한현희(넥센), 안지만(삼성), 정재훈(두산) 같은 확실한 계투가 없는 팀이다.

최영필과 박명환은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 팀에 합류해 힘을 불어넣는 복덩어리가 됐다. 둘의 합류는 단순한 전력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산전수전 모두 겪은 그들의 경험담과 노하우는 투수조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둘은 30대 후반의 동료들과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방출의 아픔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돌아온 두 선수를 보며 많은 이들이 희망을 품고 환호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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