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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만나자'던 약속 지킨 리턴픽맨 임훈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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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만나자'던 약속 지킨 리턴픽맨 임훈의 비상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6.0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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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서 출발,1군 올라와 4할 불망망이 활약..."주전 경쟁 살아남을 자신 있어"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중위권 순위가 심상치 않다. 깊은 연패 수렁에 빠졌던 SK가 최근 10경기에서 7승을 올리는 상승세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멀어만 보이던 4위 넥센과 어느덧 두 경기차밖에 나지 않는다.

상승세의 원동력에는 물론 수위타자 이재원(26)이 있다. 그런데 SK에는 이재원 말고도 4할타자가 또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려면 아직 한참 남긴 했지만 임훈(29) 역시 이재원 못지 않은 뜨거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반등을 주도하고 있다.

“그럼요. 문학에서 만나야죠.”

지난 4월 16일 인천 송도 LNG구장. 퓨처스리그에서 한창 훈련중이던 임훈을 만났다. 그와 “다음에 만날 때는 송도가 아닌 문학에서 보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 지난 4월16일 인천 송도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한화전에서 타격하고 있는 임훈. [사진=스포츠Q DB]

당시 그는 “몸 상태는 아주 좋다. 나는 언제나 준비가 돼 있다”며 “1군에 불러 올려만 주면 잘할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는 한달 뒤인 지난달 17일 한화전을 통해 1군으로 올라왔다.

기다렸다는 듯 그는 콜업 첫날부터 2안타를 쳐내며 멋지게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가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딱 3경기에 불과하다. 20일 마산 NC전부터는 붙박이 좌익수로 선발출전하고 있다.

임훈은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포함해 10경기 연속안타로 타율을 5할대까지 끌어올렸다. 5월 마지막 경기와 6월 첫 경기에서 주춤했지만 다시 안타를 생산해내며 시즌 타율 4할대(0.426)를 유지하고 있다.

그가 선발로 나선 13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건 두 경기에 불과하다. 뜨거운 그의 방망이는 경계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타격 선두 이재원(0.436)과 함께 SK 타선을 쌍끌이하고 있다.

그의 가치는 쓰임새가 많아 더욱 빛난다. 그는 2번, 3번, 6번, 7번 어디에 배치돼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타순만 안가리는 것이 아니다.

최근 좌익수로 출전하지만 외야 어디든 출전할 수 있다. 경기 후반에는 1루수로도 변신한다.

그는 포지션에 대해 “우익수가 조금 더 편한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내 장점은 수비다. 외야 어디든 다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부상자가 많은 SK에 어디에 갖다놔도 제몫을 해내는 임훈은 알토란같은 존재다.

여태껏 그의 다재다능함은 장점보다는 ‘특별한 점이 없는’ 단점으로 더욱 부각됐다.

임훈은 프로야구 사상 하나뿐인 ‘리턴 픽(Return Pick)’의 주인공이다. 2011년 겨울 SK가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에서 임경완을 영입하자 롯데는 보상 선수로 임훈을 낙점했다. 그러나 얼마 안돼 롯데가 SK 소속이던 정대현을 데려가자 SK가 다시 보상 선수로 임훈을 데려왔다. 그가 보호 선수로 묶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절치부심했던 2012년, 그는 117경기에 출전해 0.268를 기록하며 자리를 잡는가 싶었다. 하지만 무언가 ‘애매한’ 선수였던 임훈은 이후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지난 시즌 40경기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타율도 0.222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SK는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의 막강 외야 라인에다 박정권, 한동민, 김상현 등 외야 수비를 병행하는 선수들이 많다. 더군다나 올 시즌을 앞두고는 설상가상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까지 가세하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 지난달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는 임훈.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밀린 임훈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음에도 시즌 개막을 송도에서 맞이해야만 했다.

그는 “여기서(송도에서)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건 2군 후배들 앞에서 사치다”라며 ‘기회는 반드시 온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며 땀을 흘렸다.

개막 후 한 달이 지나자 스캇의 부상, 박재상·김상현의 동반 부진 속에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찾아왔다. 임훈은 “팬들이 많고 내 응원가가 나와 집중이 잘 된다”던 ‘문학’으로 나와 보란 듯이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3일 LG전에서 임훈을 다시 만났다. 맹타의 비결을 묻자 “웨이트를 많이 했던 것이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임훈은 올 시즌 23안타 중 6안타를 장타로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LG전에서는 프로 통산 2호 홈런도 기록했다.

돌고 돌아 어렵사리 찾은 주전자리. 임훈은 “경기를 미리 생각하고 풀어가는 능력이 내 경쟁력”이라고 설명하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SK는 2014 프로야구에서 6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어’ 임훈의 전천후 활약 속에 상승 분위기를 타며 상위권 도약을 향한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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