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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진 "하이힐 재밌는 영화·차승원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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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진 "하이힐 재밌는 영화·차승원에 감사"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6.06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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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언제나 똑똑한 인상. 평생 영화인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남자 장진 감독이 영화 '하이힐'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 '하이힐'은 그동안 장진 감독이 하고 싶어 하던 액션과 성 소수자 이야기를 다뤘다. 어려운 이야기였던 만큼 이번 영화에 대한 애착이 크다. 하지만 장진 감독은 이 영화를 매우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했다. 역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거장다운 모습이었다. 자나깨나 한국영화 걱정인 장진. 그는 진정한 영화인이었다.

▲ 장진

[스포츠Q 글 박영웅기자· 사진 노민규기자]최근 장진 감독은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화 '하이힐'이 개봉했기 때문이다. '하이힐'은 장진 감독의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액션물이자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 고뇌를 담은 휴먼드라마이기도 하다. 특히 이 영화는 기획부터 촬영, 완성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이에 장진 감독에게 '하이힐'은 애정과 동시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복잡한 영화다. '장진표' 누아르 하이힐.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장진 감독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이힐' 구상 "언제인지 기억이 않나"

'하이힐'은 액션과 성 소수자 이야기를 절묘하게 버무려 놓은 장진 감독의 새로운 감성누아르 영화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냉철한 형사가 여성이 되기 위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은 어쩌면 참신을 넘어 놀라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누가 평소에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장진 감독의 대답은 간단했다.

"사실 모든 작품의 구상이 언제 떠오르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순간순간 이뤄지는 것 같죠. 하지만 '하이힐'은 꽤 오래 하고 싶었죠. 그래서 제가 평소에 친한 장동건에게 이 영화의 일부 내용을 들려주며 영화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죠. 결국 장동건은 이 영화의 주연이 못됐지만(웃음)"

▲ 장진

     
◆"기획 단계부터 고생 배우 스태프 감사. 만족은 글쎄"

항상 구상해오던 이 영화를 시작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하이힐' 자체가 사회로부터 거부되는 성 소수자에 대한 소재가 들어 있었고, 이런 이유로 대중성을 크게 바라보는 현 대한민국 영화계의 투자문화에서는 영화 자체를 지지해줄 세력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진 감독은 이를 극복해 냈고 '하이힐'을 완성했다.

"시작부터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하이힐'이 다루고 있는 터부시 되는 성 소수자 이야기라는 소재 때문이었죠. 처음에는 배우나 투자자를 쉽게 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 영화의 참모습을 본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차승원, 투자배급사 롯데, 스태프들 모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힘든 현실 속에서 완성한 '하이힐' 그러나 정진 감독은 영화 완성 후 만족감에 대해서는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영화를 완성하고 100% 만족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영화('하이힐')는 정말 만족감이 50%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배우와 스태프에게는 불만이 없지만 작가적 한계, 연출적 한계가 어느 정도는 있었던 것 같아요."

▲ 영화 '하이힐' 포스터

◆그래도 '하이힐' 재미있을 겁니다

워낙 소재가 민감하고 특이한 영화이다 보니 '하이힐'의 흥행에 대해서는 예측불가의 상황이다. 하지만 장진 감독은 '하이힐'이 전문가적인 견지에서는 냉정하게 봐야 하는 영화지만,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재미있는 오락 영화임을 역설했다.

"'하이힐'은 분명 우리 사회에서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소재는 아니죠. 그래도 이 영화는 상업 영화가 맞습니다. 특히 대중들이 가진 건강한 오락성에 접근하며 만들었어요. 분명히 이 영화를 관람하신다면 관객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신선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진정한 영화인 장진. '우는 남자'도 잘되길

비록 소재는 민감하지만 건강한 오락영화임을 자부한 '하이힐' 분명 이런 장진 감독의 발언은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하이힐'은 동시 개봉한 액션 누아르 '우는 남자'(주연 장동건)와 대결 중이다. 싫든 좋든 하이힐의 흥행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셈. 그러나 장진 감독은 역시 한국 영화인 다운 생각을 보였다.

"'우는남자'. 평가를 떠나 상업적으로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유는 분명하죠. 한국영화계가 이정범이라는 한국형 액션영화를 만드는 대형 감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특히 액션 감독이라는 고유명사를 붙여주는 과정은 쉽지 않았죠. 그가 한 작품 실패했다고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해요. 관객들께서 이정범 감독을 지켜줘야 합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죠. '하이힐'의 차승원도 있지만 '우는 남자'의 장동건도 있어요. 이들이 잘돼야 한국영화를 더욱 이끌어갈 기둥들이 많아지는 셈이죠. '우는 남자'도 반드시 잘되길 바랍니다."

▲ 장진

◆"죽도록 겸손할 것"

마지막으로 장진 감독은 스타감독이자 한국영화계의 거목으로서 앞으로 살아갈 자세에 관해 이야기를 남겼다.

"감독은 죽도록 겸손해야 하고 끝없이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분위기 어떤가요. 아무리 잘되다가도 영화 2개 말아먹으면 무너지는 현실이에요. 그래서 더 겸손하게 영화를 접근 해야 합니다. '하이힐'이 몇백만이 들어와도 그걸 가지고 잘난 척 말아야죠. 그건 운이라고 생각해요."

[취재 후기] 이날 만난 장진 감독은 그동안 TV에서 만나온 그와는 다른 진솔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특히 그가 얼마나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큰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장진 감독이 있어 한국 영화는 앞으로도 행복하고 든든한 상황이다.

영화감독 장진. 지난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천호동 구사거리'가 당선된 후 작가이자 연극인으로 활동하다 지난  1998년 '기막힌 사내들'로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독창적인 장진 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며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후 장진은 '간첩 리철진(1999)', '킬러들의 수다(2001)' 등의 히트작을 내놓으며 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 감독이 됐다. 현재 장진 감독은 '하이힐' 이외에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공연 연출을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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