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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디자인 입은 스포츠, 그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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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디자인 입은 스포츠, 그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10.22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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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회 스포츠산업 포럼 개최…스포츠에서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스포츠와 디자인. 언뜻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다.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예산이 모자라는 부분이 크겠지만 아직 디자인이 스포츠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례가 나오지 않은 탓도 있을 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제95회 스포츠산업 포럼이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열렸다. ‘스포츠와 디자인의 융합을 통한 비즈니스 창출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자들의 발표와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이날 발제자로는 김형준 한국일보 기자, 김병동 탱그램 팩토리 과장, 장부다 주식회사 선들 본부장, 배성미 수원과학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 김형준 한국일보 기자는 "팬들을 위한 의미 한 스푼을 넣으면 콘텐츠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스포츠플러스 제공]

◆ '의미 한스푼'을 넣으면 콘텐츠의 가치가 커진다

“예쁜 디자인과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팬들을 위한 의미 한 스푼을 넣으면 콘텐츠의 가치가 커질 수 있습니다.”

다년간 프로축구 현장을 누비며 스포츠와 디자인에 대한 연재기사를 쓴 김형준 한국일보 기자의 말이다. 디자인이 추억을 품고 연고지의 정서를 공유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김 기자의 주장. 그는 두 가지 예를 들어 디자인이 스포츠와 만났을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충성도 높은 팬들의 추억을 건드리는 것이다. 지난 5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프로축구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1995년식 레트로(복고) 유니폼을 구입하기 위한 팬들이 텐트까지 치고 몰려들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레트로 유니폼에 열광했을까. 김 기자는 “디자인이 예쁘거나 한정판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팬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고민한 구단의 마음이 팬들의 마음에 닿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구단이 팬들에게 내민 건 단순한 옛날 디자인의 유니폼이 아닌 ‘추억’이었다”고 말했다.

▲ OK저축은행은 진정성을 가지고 안산 시민들에게 접근했다. 그 결과 흥행과 성적에서 모두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사진=스포츠Q DB]

다른 하나는 연고지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다. 프로스포츠는 지역의 정서를 대변한다. 지난해 3월 20일 안산시와 정식 연고협약을 체결한 OK저축은행 배구단은 불과 한 달 뒤에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지만 이럴수록 팬들에게 진심을 가지고 다가가려 애썼다. 그렇게 꺼내든 슬로건의 디자인이 바로 ‘We Ansan’이다.

김형준 기자는 “글자 그대로 ‘우리는 안산이다’라는 의미지만 앞의 두 음절인 ‘We An’은 세월호 사고 이후 슬픔에 잠긴 안산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겠다는 속뜻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기 위해 OK저축은행은 홈 유니폼 디자인에서 광고를 모두 뺐다.

이렇게 구단이 진정성을 가지고 디자인을 활용하자 팬들이 화답하기 시작했고 OK저축은행은 2014~2015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구단과 팬이 합심해서 일궈낸 성과였다.

김 기자는 “스포츠와 디자인이 만나면 의미를 만들어낸다”며 “무형이든 유형이든 다자인을 고려할 때 의미를 포함시킨다면 콘텐츠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팬들을 향한 의미를 고려한다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가 된다”고 강조했다.

▲ 김병동 탱그램 팩토리 과장(위)과 장부다 선들 본부장이 발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한국스포츠산업협회 제공]

◆ 프로스포츠 구단 디자인은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

“프로스포츠에서 디자인은 아직 각광받고 있지 않습니다. 연속성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지요. 사업으로서 가치가 생기려면 확대 재생산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현주소입니다.”

장부다 본부장은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디자인이 아직 일회성 사업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 본부장은 지난 3월 31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에서 판매된 ‘차두리 고마워’라고 새겨진 수건을 생산했는데, 이것을 고민하는 데 한두 달 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면 고민이 길었을 것”이라는 게 장 본부장의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디자인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 시즌 내내 진행돼야할 브랜딩 사업이자 장기적, 전략적 가치를 구축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스토리입니다. 스토리가 일관성 있을 때 브랜드가 되는 것이지요. 디자인은 스토리가 브랜드로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장 본부장은 스포츠 디자인 사업이 정착하기 위한 결정적 고리로서 4개의 성공요소 즉, 규모와 장기계약, 해외시장, 우수 인재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현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성공 요소들에 대한 진지한 접근 없이는 프로 스포츠구단, 나아가 스포츠산업 디자인 전반의 발전과 성숙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수원 삼성의 창단 20주년 기념 유니폼은 엠블램 밑에 '20thanks' 문구를 삽입했고 목 부분을 월계수 문양 처리해 팬들의 성원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사진=수원 삼성 블루윙즈 제공]

◆ 스포츠와 디자인이 만나면 호응도가 높아진다

김병동 탱그램 팩토리 과장은 줄넘기를 할 때 LED로 구성된 숫자가 눈앞에 보이는 ‘스마트 줄넘기’를 만들면서 젊은 층에서 상품을 볼 때 가장 고민하는 요소가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의 건강을 중요시하는 ‘For me족’을 대상으로 워킹화를 고를 때 어떤 점을 우선시하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전체의 37%가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만큼 스포츠산업에서도 외형이 중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스마트 줄넘기를 출시할 때 원활한 그립감을 위해 다양한 색상의 소프트 그립을 추가했다고 밝힌 김 과장은 “줄넘기에 대한 고민이 디자인으로 녹아나있지 않은 제품이라면 그것이 예쁘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것을 녹여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앞으로도 스마트폰과 연결된 스포츠 용품이 개발되면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출시된다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제95회 스포츠산업 포럼에 참가한 발제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이 장부다 본부장, 앞줄 가운데가 김형준 기자, 앞줄 오른쪽이 김병동 과장. [사진=스포츠플러스 제공]

[취재후기] 디자인 분야에 대한 프로스포츠 구단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인 파트를 지원할 예산이 없다. 장부다 본부장의 말처럼 정부 등 국가기관에서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초기투자를 해줄 필요가 있다. 디자인이 스포츠산업 분야에 자리 잡기 위한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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