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3:17 (목)
여자 핸드볼 AG 정상탈환, '세대교체 파워'가 희망 밝혔다
상태바
여자 핸드볼 AG 정상탈환, '세대교체 파워'가 희망 밝혔다
  • 이재훈 기자
  • 승인 2014.06.06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선필, 김진이 등 어린 선수에 경험 많은 김온아 가세

[올림픽공원=스포츠Q 이재훈 기자] 한국 여자 핸드볼이 패기 넘치는 신예들이 가세한 세대교체의 힘을 앞세워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8년만에 정상을 향해 산뜻하게 출발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2년 뉴델리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06년 도하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었다. 하지만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숙적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28-29로 져 8회 연속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을 꺾고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이후 여자 핸드볼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베테랑들이 떠난 자리를 김온아(26), 류은희(24·이상 인천시청)를 필두로 권한나(25), 최수민(24·이상 서울시청) 등 젊은 선수들이 메웠다.

모두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에서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과연 안정적인 세대교체가 됐는지는 미지수였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강 노르웨이와 대결은 현재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한핸드볼협회의 주최로 6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 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노르웨이·크로아티아 핸드볼 세계 최강전' 노르웨이와 평가전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32-30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달 대표팀 구성 이후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는 과정을 통해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며 언니들과 신구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세대교체 파워가 아시아게임 정상 탈환에 희망을 밝힌 것이다.

노르웨이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에 ‘우생순’의 아픔을 맛보게 했던 세계랭킹 4위의 강호.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종료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해 28-29로 석패한데 이어 2012 런던 올림픽 준결승에서마저도 25-31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세계대회나 올림픽에서 고비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아왔던 노르웨이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것은 8년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에 긍정적인 신호다.

▲ [올림픽공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여자 핸드볼대표팀 막내 원순필은 이날 경기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유럽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대표팀에 무수한 찬스를 제공했다.

◆ 남자 핸드볼 ‘박중규가 롤모델’이라는 신예 원선필

유럽의 강호들과 상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피벗의 활약이었다.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몸싸움을 아끼지 않고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피벗의 존재감은 크다.

원선필(21·인천시청)은 노르웨이전에서 피벗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득점이 뛰어나진 않지만 거구의 노르웨이 수비를 상대로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승리의 알토란같은 역할을 헸다.

득점이나 도움 등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힘을 바탕으로 노르웨이 수비진을 끌고 다니며 레프트 김온아에게 여러 차례 공간을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라이트 윙으로 나선 권한나에게도 찬스를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원선필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자랑하는 인천시청에 입단, 특유의 힘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펼치는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임영철(54) 감독이 이끄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후반전에 나와 김진이(21)와 정유라(22·이상 대구시청) 등 팀의 젊은 선수들과 함께 활력을 불어 넣으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임영철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100% 만족한다. 스물한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본인들의 임무를 잘했고 김진이와 원선필이 수비에서 제몫을 다했다”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긴장하지 않은 선수들을 칭찬했다.

또 원선필은 “노르웨이 선수들을 상대로 몸싸움하는 게 오히려 편했다”며 “사실 한국 선수들은 힘이 약하지만 끝까지 붙들고 늘어지는데 노르웨이 선수들은 강한 힘으로 짧게 몸싸움을 하다 보니 오히려 그 편이 나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원선필의 롤 모델은 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피봇 박중규(31·웰컴론코로사)라고 했다. 그는 “플레이 하는 게 정말 멋있다”며 여자 핸드볼의 박중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중규 역시 190cm, 105kg의 체구로 남자 대표팀의 피봇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 [올림픽공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진이가 6일 노르웨이전서 5골(슛 5개)을 넣으며 순도 100%의 적중률을 자랑했다. 특히 181cm의 신장으로 노르웨이 선수들의 돌파를 저지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 김진이, 젊은 패기 앞세운 대표팀의 새 공격루트

이날 7골을 넣은 김온아와 함께 대표팀에서 가장 활발하게 공격을 이끈 것은 대표팀 막내인 김진이였다.

레프트백으로 선발출전한 김진이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후반에는 김온아와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9m 중거리 슛을 2번 시도해 2번 성공시킬 뿐 아니라 김온아가 수비를 끌어내면 빈 공간으로 파고들어 페널티 지역에서 골을 성공시켜(5개 시도, 5개 성공) 순도 100%의 득점을 자랑했다.

김진이는 2011년 황지정보고를 졸업한 뒤 대구시청에 입단했다. 고교시절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으며 이해 12월 브라질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181cm의 탄탄한 체구와 함께 파워풀한 플레이가 일품으로 이날 노르웨이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삼척시청 우선희(36) 코치 또한 2012년 당시 SK여자 핸드볼 선수권에서 상대팀 선수로 본 김진이를 두고 “경험만 조금 더 쌓는다면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던 적이 있다.

김진이는 대표팀 막내답게 “잘해야 하기보다는 열심히 했다. 이것이 오늘 주효 했던 것 같다”며 “오늘 경기를 점수로 매기면 70점 정도”라고 자평했다.

“잘하기 보다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진이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경기 후 임영철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 줘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 [올림픽공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 '에이스' 김온아(가운데)가 노르웨이 수비수를 따돌린 뒤 슛을 날리고 있다. 팀 내 최다 7골로 맹활약하며 32-30 승리를 이끌었다.

◆ 김온아, 다시 돌아온 대표팀의 에이스

김온아는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에이스’다. 김온아는 지난달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SK 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정규리그 1위 서울시청을 27-18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차지할 당시 9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특히 당시 발목이 안 좋은 상태에도 득점감각을 뽐내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김온아에게도 이번 노르웨이전은 각별했다. 런던 올림픽 때도 첫 경기에서 무릎부상을 입어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와 맞붙었지만 코트에 분루를 뿌려야 했다.

2년 전 아픔을 잊지 않고 있는 김온아는 이날 경기에서 양 팀 개인 최다골인 7골을 기록하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센터백으로서 대표팀을 리드함과 동시에 공격적인 면에서도 빛나는 면모였다.

경기 후 김온아는 “유럽 선수들을 상대해야 해서 긴장했다. 몸싸움이 다르더라. 힘들었다. 하지만 위축되면 안 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 어린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말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2골을 넣은 것에 대해서도 “경기를 이기고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져 지게 된다. 이에 최대한 집중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팀이 소집 된지 얼마 안됐지만 짧은 시간에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며 “국가대표 경기뿐만 아니라 국내 리그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얘기했다.

한국은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8일 같은 장소에서 노르웨이와 또 한 번 맞붙는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으에서 다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이 이번 승리를 지렛대 삼아 상승세를 이어갈지, 일단 신구의 조화가 이뤄낸 출발로 볼 때 그 전망은 밝아 보인다.

steelheart@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