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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패기의 '헤드윅' 품은 손승원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09 10:53 | 최종수정 2014.06.13 17: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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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록 뮤지컬 ‘헤드윅’의 한국 초연 10주년 무대가 진행되고 있는 삼성동 백암아트홀. 7일 정오 무렵부터 극장 로비는 관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날 하루만 해도 3차례의 무대가 열릴 만큼 공연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첫 번째 공연은 ‘전설의 헤드윅’으로 불리는 조승우. 이어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설 손승원(24)을 만났다.

 
 
 

◆ ‘최연소 헤드윅’ 청춘의 패기와 에너지로 트랜스젠더 록가수 도전

‘애드윅(애기같은 헤드윅)’ ‘뮤지컬계의 송중기’ ‘제2의 조정석’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신인이다. 밝은 브라운톤으로 염색한 머리 아래 하얀 얼굴이 도드라져 보인다. 롤업한 그레이 치노팬츠와 흰색 운동화를 매치한 모습은 푸른 세대의 전형이다. 그런데 눈빛이 범상치 않았다. 어둠과 폭력의 세계 속에 상처 입은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을 떡하니 꿰찬 게 운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지난해 ‘최연소 헤드윅’으로 캐스팅돼 화제를 자아냈던 그가 올해 한뼘 더 성장한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헤드윅’은 1961년 동독에서 태어난 소년 한셀이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으로 성장한 뒤 부르는 인생과 사랑, 운명에 관한 노래다.

“지난해에는 신선하고 어린 느낌의 헤드윅을 연기하려고 했다면 올해는 강한 헤드윅을 그려내고 있어요. 지난해엔 정말 걱정, 두려움, 부담이 가득했어요. 캐릭터에 대한 분석보다도 노래와 대사 익히는데 치중했으니 흉내만 냈던 것 같아요. 서울 공연 후 지방투어를 돌면서 자신감이 붙었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놀았어요.”

   
▲ 손승원의 '헤드윅' 무대 장면[사진=쇼노트]

두 번째여도 여전히 힘들다. 분장만 1시간이 걸린다. 2시간40분 동안 쉴 틈 없이 노래하고, 탈의하고,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마치고 나면 ‘할 거 다했다’는 느낌에 후회가 생기질 않는다. 그는 “힐링되고 해방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 “선배 조승우 박건형의 장점 쏙쏙 빼먹어도 칭찬 들어 뿌듯”

어린 나이 탓에 중년에 접어든 헤드윅의 연륜이나 아픔을 표현하는 데 부족할 수 있으나 헤드윅의 어린 시절인 한셀, 헤드윅의 연인이었던 17세 토미, 젊은 날의 헤드윅에서는 어느 배우도 따라오기 힘든 빛을 낸다. 특히 헤드윅이 만든 곡을 훔쳐 세계적 록스타가 되는 토미 역에 대한 객석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그가 착용하는 ‘청청패션(청색 재킷에 청치마)’까지 화제가 될 정도다.

“헤드윅이 트랜스젠더라는 걸 안 뒤 떠나버리는 토미를 연기할 때 저랑 나이대가 비슷하므로 자신이 생겨요. 딱히 분장을 안 해도 토미 같으니까. 토미를 더 살려보자, 계획을 세웠던 거죠. 더욱이 멋모른 사랑을 하고 이후 수습하려고 애쓰는 토미의 심리가 잘 이해되더라고요. 토미가 노래부를 때 가장 울컥해지고요. 토미 연기에 있어선 승우 형이나 건형이 형보다 제가 더 날걸요? 하하.”

   
 

계원예고 선배이기도 한 조승우가 무대 위에서 만들어내는 자유로움을 비롯해 어떤 돌발 상황에도 자신 있게 풀어가는 노련함과 센스, 박건형의 파워풀한 에너지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막내다보니 선배들의 장점을 훔쳐와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데다 욕먹지 않아서 좋다고 배시시 웃는다. “형들이 오히려 뿌듯해 하더라고요”란 말과 함께.

◆ ‘스프링 어웨이크닝’ 데뷔 후 ‘쓰릴미’ ‘트레이스 유’ ‘벽뚫남’으로 팬덤 형성

계원예고에서 교내공연으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를 하면서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작심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뮤지컬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주원과 함께 커버(대역) 겸 싱어로 출연했다.

이후 ‘쓰릴미’에서 나약해 보이나 집착 가득한 동성애자 ‘나’, 록밴드 리더 구본하로 출연한 ‘트레이스 유’,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신비로운 가상의 사진사 휘, ‘벽을 뚫는 남자’의 스토리텔러인 신문팔이 등 뮤지컬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이어 맡았다.

   
 

“주로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리여리하고 곱상한 인물들이었어요. 파워풀하거나 사이코패스, 악역을 제안받은 적이 없어서 아쉽죠. 제 안의 악한 면을 끄집어내보고 싶어요. 또 공통점이 있다면 ‘잃어버린 얼굴’을 제외하곤 모두 소·중극장 공연이었어요. 대극장의 경우 발성과 몸짓이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전 관객이 가까이 있으면서 밀도가 높은 소·중극장 공연이 아직은 편하고 좋아요.(웃음)”

◆ 아픈 가정사로 헤드윅 심리 공감...“제2의 조정석? 기쁘게 인정”

여전히 헤드윅이라는 인물을 정확히 이해할 순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헤드윅의 대사가 아닌 손승원의 이야기처럼 하는 경우가 있다. 고난의 시기를 거치며 내면의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다.

“이지나 연출께서 처음 절 면담하고 나서 ‘이렇게 곱상한 애가 어떻게 헤드윅을 연기하니? 착한 애는 헤드윅을 할 수 없어’라고 말씀하더니 ‘너 어렸을 놀았거나 아픔을 겪었니?’라고 물어보셨죠. 가정사 때문에 힘들게 성장했거든요. 철이 일찍 든 편이죠. 형들과 대화를 나누면 놀라더라고요. 애늙은이 같다고. 후후.”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휩쓸고 있는 청춘스타 조정석과 비교를 많이 한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이어 ‘헤드윅’과 ‘벽을 뚫는 남자’를 거치며 노래와 연기력, 스타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얀 피부와 똥그란 눈, 비슷한 신체 사이즈마저 흡사하다.

“형이랑은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함께 했어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죠. 지난번에 만났을 때 ‘형 하는 역을 제가 다 하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알고 있어 임마, 니 소식 많이 듣고 있다’고 말하시더라고요.”

◆ 드라마 ‘다르게 운다’로 영역 확장...여전히 목표는 뮤지컬배우

손승원은 오는 22일 방영될 KBS2 드라마스페셜 ‘다르게 운다’에서 퇴학당한 뒤 소년원까지 다녀온 불량 청소년이지만 내면에는 가족애와 따듯함을 지닌 류지한으로 첫 안방극장 나들이를 한다. 순간 집중력의 매력을 느낀 작업이었다.

“여전히 목표는 멋진 뮤지컬 배우예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저를 많이 알려서 티켓파워를 갖추고 싶죠. 아직도 뮤지컬은 대중화가 많이 이뤄지질 않아서 스타성이 필요하다고 여기거든요. 운이 따라서 어린 나이에 주인공을 많이 맡았는데 마음이 가벼워질까봐 걱정이 많이 돼요. 저를 다잡고 겸손해지자고 주문을 겁니다.”

   
 

[취재후기] 머리를 기르려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예고에 입학한 소년은 선배들이 하는 뮤지컬에 꽂혀 무대라는 넉넉한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현재 손승원을 뛰어넘은 손승원의 연기로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푸른 떡잎의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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