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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리의 모놀로그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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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리의 모놀로그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27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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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성유리(34)가 긴 날숨을 뱉고 있다.

지난해 촬영을 마치고 올 한해 개봉을 기다려온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감독 전윤수)가 마침내 오는 29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돼서다. 그런데다 공감 백배의 캐릭터를 만난 체험을 한 덕분이다. 27일 오후 삼청동 카페의 인터뷰석에 앉은 성유리로부터 행복과 충만함이 질게 간 먹물향처럼 전해졌다.

◆ 극중 불안한 톱스타 서정 이해하며 몰입...자연스러운 연기 호평

영화는 3편의 에피소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로 연결됐다. 성유리는 ‘사랑해’ 편에서 밴 대신 퍼져버리기 일쑤인 승합차를 타고 다니는가 하면, 막장 드라마에까지 출연하며 인기를 유지하는 톱클래스 여배우 서정 역을 맡았다. 콧대 높고 까칠하다. 돌직구를 서슴지 않는다. 10년째 소속사 대표 겸 매니저로 일 해온 태영(김성균)은 이런 서정을 남몰래 짝사랑한다.

 

“서정의 성격이 나완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왜 짜증내고 화를 내는지 알 거 같더라고요. 더 잘하고 싶었고, 이번에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을 거 같고 그러다보니 까칠해지고 매니저한테 요구사항이 많아지지 않았을까 공감이 됐죠.”

성유리는 과거 걸그룹 핑클 시절의 추억, 연기자 데뷔 후 겪었던 영광과 추락을 서정이라는 캐릭터에 꼭꼭 눌러 담는다. 때문에 캐릭터와 성유리가 어느 순간 포개져 몰입을 유도한다. 까칠해 보이나 상처에 면역력 없는 모습은 힘을 툭 뺀 듯 자연스럽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남동생을 혼자 책임지면서 얼마나 산전수전 다 겪었을까, 짠하더라고요. 저도 데뷔한 지 꽤 되니까 센 면이나 까다로운 성격이 있을 거예요. 서정은 조급함에 점점 더 세고 못된 행동을 했을 거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충분이 이해가 됐어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기특하더라고요.”

미녀와 야수처럼 보이는 상대역 김성균과 일과 사랑 사이를 줄타기하는 면은 자연스럽다. 잊기 힘든 역연을 펼친 건 아니나 관객의 가슴을 움직이기엔 손색이 없다.

“여태까지 사랑이 주제인 작품을 거의 해보질 않아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런데 성균 오빠가 평소 말하는 것처럼 연기를 해서 호흡이 너무 잘 이뤄졌어요. 로맨스 장면을 찍을 때 두근두근 긴장하게 만드는 걸 보면 멋진 멜로 배우예요.”

 

극에선 오랜만에 성유리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과거 가수 지망생이던 시절, 통기타를 뜯으며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태영이 첫 눈에 반하는 장면이다.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제일 공들여서 준비했어요. 가수 때보다 더 열심히 노래와 기타연주 수업을 받았고 촬영 내내 기타 연습을 했어요. 중학생 때부터 ‘옛사랑’을 너무 좋아했는데 감독님이 이 곡을 부르라고 해서 신기했죠. 이문세 선배님은 편하게 부르셨는데 막상 해보니까 음역대 차이가 너무 커서 어렵더라고요.”

◆ 단편·독립영화 출연하며 다양한 실험...예뻐 보이는 거에 연연하지 않아

최근 들어 성유리는 여러 가지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안온한 주류를 뛰쳐나와 독립영화 ‘누나’(2013)에서 상처 많은 우울한 여자를 연기하고, 단편영화 ‘초록이와 스토커 아저씨’(2014)에선 엄마 역을 맡기도 했다.

“저예산 영화의 매력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같이 만들어가는 점이더라고요. 흥행 부담도 덜하고요. 제가 단독 주연이 될 기회도 생기잖아요. 재밌는 작업이라 좋아하는데 소속사에서는 힘들어하더라고요.(웃음) ‘누나’는 애를 태워가면서 촬영했는데 개봉도 1~2년이 지나 했어요. 극장에서 눈물이 와락 쏟아지더라고요. 내 배 아파서 낳은 아이 같고, 엄마의 마음이 절로 들었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요.”

 

1998년 핑클로 데뷔했으니 경력 18년차 중견이다. 1세대 아이돌 출신 여배우기도 하다. 앳된 요정에서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30대 여배우로 성장했다.

“그렇게 숫자로 세주시면 낯설어요. 훅 지나간 거 같은데...제가 생각하기에도 신기할 정도죠. 사실 이 정도 경력이 되면 누구한테 의지하기도 민망하거든요. 늘 어디가나 선배니 기댈 데가 없어요.”

요즘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로 프랑스 여우 마리옹 꼬띠아르가 생겼다. ‘라 비앙 로즈’의 열혈 팬이라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저런 역할을 해보고 싶단 소망을 품었던데 이어 ‘이민자’에서의 꼬띠아르 연기를 보고는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처절한 역할인데 그 안에서도 귀족처럼 우아하고 아우라가 대단하잖아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매력적이고요. 모든 걸 내려놨을 때조차 포스가 느껴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젠 예뻐 보이는 거에 연연하진 않아요. 제가 어떻게 생긴 지 다 아시잖아요. ‘누나’ 때처럼 칙칙한 의상에 멍든 얼굴이어도 예뻐 보일 수 있거든요.”

# 에필로그...about 지진희 서강준 이주승 정웅인

“평소 지진희 선배님을 이상형으로 여겨왔어요. 이번에 영화에서 한번이라도 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회식과 홍보 때만 뵀어요. 다음엔 남녀 주인공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너무 잘 생기셨는데 성격은 반전이에요. 재밌고 독설가세요. 뭘 물어보면 자기한테 관심 갖지 말라고 하시고. 같이 촬영하면 재밌을 거 같아요.”

▲ 지진희 서강준 이주승 정웅인(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강준씨가 남동생 역에 캐스팅됐다고 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는데 함께 걸리는 신이 별로 없어서 어찌나 아쉬웠던지...태영과만 주로 붙더라고요. 그나마 2개 신을 함께 찍었는데 어린데도 포스가 있어요. 진지하고 연기할 때도 가볍게 하지 않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좋아요.”

“‘누나’에서 공연한 (이)주승이는 워낙 ‘독립영화계의 김수현’으로 불리던 스타였어요.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져서 기분이 좋죠. 주승이가 ‘누나’에서처럼 시크한 애인줄 알았는데 촬영 후 연락을 자주 하는 등 귀여운 면이 많아요.”

“극중 막장 드라마 PD 역 정웅인 선배님은 포스가 너무 강해서 기에 눌리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서정이는 저 감독님을 싫어하고, 무시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죠. 첫 촬영에서 눈빛을 피하지 않고 대사를 쳤더니 ‘잘했어! 그렇게 못되게 하는 거야’라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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