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22 20:47 (금)
[SQ인터뷰] '모델학 1호 연구원' 이지원, 모델 트렌드를 제시하다
상태바
[SQ인터뷰] '모델학 1호 연구원' 이지원, 모델 트렌드를 제시하다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6.10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지원 동덕여대 대학원생 “모델의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고 싶다”

[300자 Tip!] 대한민국에 모델학과가 개설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모델학과는 하나의 학문이라기보다 실습 위주의 수업으로 무대에 서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델의 역사를 밝히고 모델이 되는 방법을 정립하는 등 모델 자체를 하나의 학문 개념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동덕여자대학원 모델학과 이지원(29) 씨는 이러한 연구를 하는 국내 1호 모델학 연구원이다. 그는 모델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모색해 모델이 단순한 소비의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입장으로 변화하길 희망하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스포츠Q 글 신석주·사진 노민규 기자] “단순히 패션쇼를 누비는 소모적인 모델이 아니라 모델의 역사와 방향을 연구하고 주체적인 모델로 성장하기 위해 모델학의 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모델에 대한 학문적인 정립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지원(29) 씨는 모델에 관한 자료 수집에 여념이 없다. 또한 그는 한림여고 모델학과 등에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모델들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뼈대가 될 수 있는 모델의 역사가 바로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지원 씨는 현재 동덕여자대학원 모델학과에서 모델학 교재 작업에 동참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다.

◆ ‘모델에 대한 애정’ 인생을 결정하다

모델은 이지원 씨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 어려서부터 이지원 씨는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델’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그는 “모델은 어머니의 꿈이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어머니는 내가 모델이 되기를 바랐고 키가 컸던 나도 자연스럽게 모델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반대로 모델의 꿈을 잠시 접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델’이라고 확신하고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고등학교 시절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화려한 옷을 입고 무대를 걷는 모습에 행복했던 그는 대학교에서 모델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2004년 당시 동덕여대 스포츠모델학과에 입학했다.

그의 모델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줄곧 과대표를 도맡아 했고 졸업 후 대학원을 진학해 조교를 하는 등 모델학과를 떠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모델학과에 머물면서 모델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겨났고 모델학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국내 모델학이 생긴 지 10년 정도 됐는데 학문적으로 명확한 교재가 없는 실정이다. 처음 작업한 모델학 교재는 지금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그 작업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교수님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 모델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모델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지원 씨는 모델을 위해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고 고민했고 그래서 결정한 것이 모델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 모델학,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희망이 있다

현재 이지원 씨는 동덕여대 모델과 대학원에서 모델학 교재 정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델학과를 지원한 학생들에게 모델 역사와 모델 방법론 등 모델을 하나의 학문으로 완성하기 위해 터를 다지는 일을 하고 있다.

대학원 시절부터 전공 교수를 도와 모델학 교재 작업에 발을 들인 이지원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모델 일을 포기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성격상 두 가지 일을 함께 못한다. 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 연구할 분량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무대에 서는 일을 줄이게 됐다. 에이전트에서 많은 행사를 잡아주며 기회를 줬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모델 영역을 접목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선 모델들이 입는 패션을 분석하고 가장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모델들의 신체와 식단 등을 연구할 수 있다고 했다.

모델과 관련된 여러 가지 학문 중에서도 모델의 역사를 정립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모든 학문의 기본은 역사를 알아야 한다. 모델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고 시대별로 어떤 모델들이 주목받았는지를 아는 것은 모델의 근본을 확립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지원 씨는 실용적인 부분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도 절실하다고 말한다.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모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하지만 실제로 모델이 되는 정확한 방법을 모르고 있다. 이처럼 모델이 되는 법을 포함해 모델의 기본 소양을 알려주는 것도 문서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개척하는 학문인 만큼 어려운 점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참고 문헌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렵다.

“지금껏 패션쇼 무대에 세우기 위한 하나의 소모품으로 여기면서 모델을 연구하는 학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학문으로도 인정받지 못해 해외에도 참고할 만한 문헌이 별로 없다. 인터넷 정보도 확실하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다.”

이지원 씨는 지금이 모델에 대한 학문을 정립할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현재 모델들은 연기자, 방송인 등으로 영화와 TV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인지도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SNS 등을 통해 팬들도 많아져 모델에 대한 관심과 인식도 좋아진 편이다. 모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지금이 모델학을 연구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모델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힘들고 고된 일을 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즐겁고 보람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록 방향은 불명확하고 어두운 길이지만 반드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항상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 모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로운 교사가 꿈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이지원 씨가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었던 직업은 바로 교사였다.

그는 교사에 대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체질상 맞지 않고 자신도 없었다. 특히 재미없어 보였다”고 말할 만큼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을 남의 일로만 여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금 한림예고 패션모델과와 서울전문대학 모델과에서 모델 이론을 가르치면서 하루하루 ‘어떻게 하면 좋은 선생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  이지원 씨는 "모델학 정립이 비록 힘든 길이지만 반드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지원 씨가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원 진학이 계기가 됐다. “대학원에 입학한 뒤 사람들 앞에서 모델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때문에 주저했지만 믿고 맡겨준 교수님을 생각해서 꾹 참고 했는데 강의 후 고마워하고 변화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커졌던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됐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모델을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깊이가 있어야 겠다’고 판단해 꼼꼼하게 수업 준비를 하고 학생들 앞에 선다.

특히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묻어 뒀던 타임머신을 얼마전에 꺼내보면서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때 고민했던 내용이 적힌 쪽지를 보게 됐다. 그땐 세상 무너질 듯한 고민이었는데 지금 보니 너무나 쓸데없고 창피한 내용이었다. 그걸 보면서 내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고민도 그들에게는 무척 괴로운 고민일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지원 씨는 "그동안의 모델 경험을 살려 딜레마를 겪고 있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앞으로의 바람도 밝혔다.

[취재후기] 호기심이 풍부한 이지원 씨는 모델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공부를 했다. 큐레이터에 관심이 생겨 모델이 돋보이는 방법을 모색했고 모델 에이전트를 해서 후배들이 편안하게 일할 기회도 제공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모든 결론은 ‘모델’로 향해 있었다. 모델학 연구를 통해 모델의 근간을 확립하길 원한다고 말하는 이지원 씨에게 진정한 ‘모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chic423@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