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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제' 이민기 "세월 묻어나는 배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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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제' 이민기 "세월 묻어나는 배우 되고파"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6.1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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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모델 출신 배우 이민기(29)가 액션 누아르 영화 ‘황제를 위하여’(12일 개봉)에서 실체 없는 욕망을 품은 이환을 맡아 연기 인생 1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목표 달성에 연연하며 좌절, 허무를 맛본 그는 이제서야 헛된 욕망을 버릴 수 있게 됐다. 남다른 연기 열정으로 작품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민기는 세월이 묻어나는 배우를 꿈꾼다.

[스포츠Q 글 김나라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지난 3월 스릴러영화 '몬스터'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데뷔 10년차가 되니 장르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말했던 이민기가 액션 누아르 영화 '황제를 위하여'로 석 달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선다.

앞서 개봉된 액션 누아르 영화 '하이힐'의 차승원과 '우는 남자'의 장동건 사이를 비집고 야심차게 돌아온 이민기는 현충일 전날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 이민기 "'황제를 위하여' 통해 욕망 깨달아"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 최대의 사채 조직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두 남자가 성공을 쫓아가는 과정을 통해 실체 없는 욕망을 그린다. 영화는 남자들이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성공과 성취보다 이면의 허무함에 초점을 맞췄다.

시나리오를 접했을 즈음 이민기는 신인 시절보다 높아진 인지도, 연기력 등 나아진 환경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해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가 더 좋았어"라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꼬리를 문 복잡한 생각 끝에는 이번 작품의 키워드인 '욕망'이 있었다.

 

"예전에는 현재를 나대로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미래를 맞이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도 생기니까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언젠가부터 저도 모르게 목표를 정하기 시작했고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고 보람이 있을 텐데 거기까지 못 갔다는 실망감에 저를 채찍질하다보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됐죠."

그의 표현에 따르면 기쁨의 선을 딱 그어버렸다. 덧없음을 느꼈다면 다시 행복을 찾아가면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목표를 향해 다시 돌진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이런 행동의 실체가 '욕망'임을 깨닫게 됐다.

▲ '황제를 위하여' 속 이민기 [사진=오퍼스픽쳐스]

'황제를 위하여'에서 이민기는 한때 촉망받는 야구선수였지만 승부 조작에 연루된 후 모든 것을 잃게 된 이환을 열연한다. 빠져나갈 곳 없는 인생의 바닥에서 이환은 부산 최대 규모 조직인 '황제 캐피탈'의 대표 상하(박성웅)를 만나 절대적인 신임을 얻는다. 타고난 승부 근성과 거침 없는 행보로 이긴 자만 살아남는 도박판 같은 세상에서 점점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감춰둔 야망을 키워간다.

"이환을 연기하며 깨달은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 위에 뭔가 더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내가 목표한 지점까지 계속 질주했다는 거예요. 사실 이환도 성공이 무의미하단 걸 알지만 욕망 때문에 끝까지 달렸거든요."

◆ 남다른 열정 자랑하는 이민기, 스타일리스트부터 시나리오 작업까지 참여

지난달 '황제를 위하여' 쇼케이스에 참석한 박상준 감독은 "촬영에 앞서 이민기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는데 식사를 하는 내내 캐릭터와 시나리오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며 “결국 나는 소화제를 먹어야 했다”라고 이민기와의 일화를 밝혔다.

 

이민기는 때로는 영화 의상 스타일리스트를 자처하고, 감독을 괴롭게(?) 할 정도로 작품마다 열정을 쏟아 붓는다. 그는 영화 ‘몬스터’의 냉혹한 살인마 태수를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직접 의상 스타일리스트로 나서 일본까지 다녀온 바 있다. 이환의 헤어스타일 역시 이민기의 아이디어다.

또 사랑하는 여자와 가족을 잃은 이환이 복수를 위해 싸우는 등 다소 상투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누아르물이었던 ‘황제를 위하여’의 초기 시나리오를 접한 뒤 감독과 끊임 없이 대화하며 자신의 캐릭터 구축을 넘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힘썼다.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인물 간 갈등의 원인 등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세련되지 못하고 진부하게 여겨져서 영화나 책을 예로 들어가며 제 의견을 주장했어요. 자질구레한 가지를 쳐냈다고 해야 할까요? 그 결과 스트레이트한 영화가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이 최종 편집에서 강단 있게, 아주 과감하게 작업하셨더라고요."

◆ "'스타덤'은 No! 세월 묻어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고향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만 해도 배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05년 이정선 작가의 눈에 띄어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에 캐스팅돼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진지함을 배웠어요. MBC 8부작 드라마 ‘태릉선수촌’을 하고난 뒤에야 연기에 인생을 걸어보자는 각오를 다지게 됐고요. 그래서 작품에 캐스팅되면 '스타덤에 올라야겠다'는 생각보다 최선을 다해 완성도를 높이자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에 맞게 차츰차츰 장르를 넓혀가면서 세월이 묻어나는 연기자가 됐으면 하죠."

 

[취재후기] 2012년 로맨스 영화 ‘연애의 온도’ 이후 한동안 영화출연이 뜸했던 이민기는 그동안의 짧은 공백기에도 '허기'가 졌는지 올해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몬스터’ ‘황제를 위하여’를 끝내고 휴식을 반납한 채 배우 여진구와 함께 ‘내 심장을 쏴라’ 촬영에 임하고 있다. 다소 핼쑥해진 얼굴에 기분 좋은 에너지만이 가득해 보였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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