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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강동원, 신인 감독들의 페르소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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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강동원, 신인 감독들의 페르소나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10.3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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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 3편 모두 신인 감독들의 입봉작이며 1년 안에 개봉된다. 배우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배우 강동원(34)이 신인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부상했다. 한국영화계의 미래를 책임질 푸른 떡잎들과 연이은 호흡의 첫 테이프는 정통 엑소시즘을 표방한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11월5일 개봉)이 끊는다.

◆ 정통 엑소시즘 다룬 첫 한국영화...보조사제 최준호 빙의

“기획의 출발점이 그간 한국에 없었던 정통 엑소시즘 소재를 어떻게 한국적으로 풀어낼까였다. 욕심이 났다. 대신 무섭거나 관객을 놀라게 하는 영화를 만들진 말자를 목적으로 삼았다. 소재가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충분히 상업적으로 나온 것 같다.”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재탄생시킨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악령을 몰아내는 구마 예식에 김신부(김윤석)의 보조 사제인 부제로 참여하게 된 신학생 최준호 역을 맡았다.

강동원이 연기한 보조사제는 ‘부마자(사령이 몸안에 존재하는 사람)의 언어를 서취하고 구마사의 말을 번역해야 하기에 라틴어, 독일어, 중국어에 능통해야 한다. 용감하고 대범한 성격. 영적으로 민감한 호랑이띠여야 한다’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구도자의 길을 선택한 최부제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명석하나 음주, 커닝, 월담까지 가톨릭대학 교칙을 어기는 게 일상인 ‘똘기’ 충만한 신학생이다. 신부 탐구는 기본 과제였다.

“신부님이란 직업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 강원도 교구의 신부님과 5일간 함께 지내며 생활하기도 했다. 3일 째에 신부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인간으로서 감당할 직업이냐? 고해성사하는 이들의 걱정, 불행을 다 들어주고 상담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너무 받을 것 같다’고. 그랬더니 ‘나는 귀를 빌려주는 사람일 뿐이야’란 말씀을 하셨다. 이 직업의 본질과 마음가짐을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가닥을 잡는 키워드를 얻을 수 있었다.”

◆ 강원도 신부와 5일간 합숙...3명 선생 모시고 라틴어 열공

그것만이 아니었다. 신학교 과정이 어렵단 걸 시나리오를 읽으며 간파는 했으나 막상 준비에 들어가니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신학생들은 3년 동안 라틴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영어 등 7개 국어를 배운다. 각종 예식에 걸맞은 복장과 행동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거면 하루 이틀 정도면 되는데 이번엔 마음가짐에 대해서 배워야 하니까 준비 기간을 길게 잡았다. 특히 나 같은 다수의 비종교인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잘 표현해내고, 전달하고 싶었다. 초를 하나 켜도 초의 의미를 알아야 나도 연기가 되지 않겠나. 하나하나 배우다보니 그 어떤 작품보다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연기를 위해 처음으로 강원도까지 가서 합숙생활을 하고 온 강동원에게 ‘초능력자’를 함께했던 김민석 감독은 “이번에 메소드 연기하시나봐!”라고 농을 건네기까지 했다.

예식이나 동작은 녹화 영상을 보며 숙지했고, 기도문을 낭독하는 장면을 위해선 3명의 선생님을 모시고 라틴어 수업에 매진했다. 감독은 어차피 관객들이 못 알아듣는 사장된 언어이므로 단문을 반복하잔 제안을 했으나 단호히 거절했다.

“자신이 뱉는 대사인데 대충 하는 건 배우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여겼다. 또 라틴어는 종교적으로 지닌 의미가 크지 않나.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라틴어 발음과 의미 파악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이탈리아 선생을 비롯해 4명이 머리를 맞대고 질의응답을 하며 의미, 말의 변형, 발음과 인토네이션을 파악했다. 그러고 나선 녹음파일을 무한반복 청취했다. 그 뒤엔 무조건 외웠다.”

◆ ‘캐릭터 톤’ 두고 감독과 이견...‘2탄 제안’ 등 기획자 마인드

두 번째로 힘들었던 건 캐릭터 톤 설정이었다. 감독은 시나리오보다 밝은 최부제를 원했다. 반면 강동원은 그러면 캐릭터가 무너질 것 같았다. 최부제의 어두운 그늘, 깊이를 순간순간 드러내고 싶었다.

 

“깊이는 연기톤으로 잡는 거니까. 너무 까불다가 훅 하면 그것도 이상하잖아요. 평소 생활 장면에서 은근히 까분다든가 그늘을 보여준다든가 그러다가 자신의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맞닥뜨렸을 때 얼마만큼의 표현을 해낼 것인가에 집중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공감이겠죠. 촬영장에선 감독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스타일이라 밝게도 찍었는데 결국은 그건 하나도 못쓰고 누른 걸로 썼어요.(웃음)”

인터뷰 중 강원도 신부님으로부터 휴대전화가 걸려왔다. 저녁에 있을 VIP 시사에 초청받아 확인 차 온 전화였다. 공손하게 전화를 받고난 뒤 강동원은 언론시사 이후 솟구치고 있는 2편 예상에 말을 보탰다.

“현장에서 특히 내가 ‘이번에 흥행에 성공하면 2탄은 경쾌하고 액션을 넣어서 여러 사건을 다루는 영화로 하면 재미있겠다’고 얘기하곤 했다. 사람들이 그런 갈증이 있으니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검은 사제들’을 대하는 강동원의 마인드는 출연 배우가 아닌 기획자급이다. 지난 여름 ‘두근두근 내인생’ 촬영이 끝나고 예정됐던 ‘검사외전’이 밀리는 통에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버렸던 즈음,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와 프로듀서를 만나 “옛날 한국영화 판권을 사든 해서 상업적인 공포영화를 해보면 어때?”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보여줄 작품이 있다”고 내밀었던 게 ‘검은 사제들’이었다.

사건의 발생, 추적, 해결의 기승전결이 익숙한 데다 상업적으로 또 다르게 풀어낸 스릴러에 매료된 강동원은 곧장 “하자”고 질렸다. 이후 김윤석으로부터 “너 할 거야? 시나리오 죽인다. 나도 할거야!”란 연락이 왔다. 원안은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이었는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수정한 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 ‘검은 사제들’ ‘범죄외전’ ‘가려진 시간’ 신인감독 입봉작 3연타

강동원은 이일형 감독의 범죄 오락영화 ’범죄외전‘, 엄태화 감독의 판타지 미스터리 ‘가려진 시간’을 이어간다. ’검은 사제들‘에 이어 3연속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셈이다.

‘검은 사제들’에선 아웃사이더 신학생이었다면, ‘범죄외전’에선 전과 9범의 날라리 사기꾼. ‘가려진 시간’에선 소년성이 짙은 같은 남자로 휙휙 변신한다.

“원래 장난꾸러기 면이 있다. 가장 내 성격과 비슷했던 캐릭터가 ‘두근두근 내 인생’의 대수다. 최근 들어 스스로 성숙해졌단 느낌이 새록새록 든다. 사람들이 내 얘기를 관심 있게 들어주고 직업인으로서 인정해주는 모습이 보여서인지 편하다. 존중해준다는 느낌이랄까. 예전엔 ‘니가 뭘 알겠어?’ 느낌이라 대화가 재미없었다.”

한창 물오른 30대 중반에 접어든 배우 강동원. 나이와 경험, 분주한 작품 활동이 준 훈장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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