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지도자 설기현이 자신에게 매긴 80점, 그 이유는

올해초 전격 은퇴 후 성균관대 지휘봉…"감독대행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많은 공부했다"

2015-11-13     박상현 기자

[성균관대(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월드컵 판타지 스타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대행이 아쉽게 U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놓쳤다. 설 감독대행의 표정에는 시원함과 섭섭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성균관대는 13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축구장에서 열린 2015 카페베네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용인대에 0-2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려 수중전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모교 학생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렀지만 중원부터 강하게 압박해오고 빠르게 측면 돌파해오는 용인대를 막아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올해 전격적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설기현 감독대행은 아직까지 지도자 자격증을 갖추지 못해 정식 감독이 아니다. 이 때문에 1년 내내 모든 경기를 벤치가 아닌 관중석이나 별도의 장소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선수들의 훈련이나 경기 전 지시는 할 수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벤치에 앉을 수가 없다. 이날도 설 감독대행은 별도의 마련된 장소에서 90분 내내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0-2 패배로 끝나자 설기현 감독대행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방송 및 취재진 인터뷰에 응한 설기현 감독대행은 "이장관 감독님이 워낙 선수들을 잘 조련했다. 용인대가 너무나 강했다. 한 수 배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설기현 감독대행은 "1년 내내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전수하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잘 됐던 것 같다"며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누구를 가르치기보다 나 역시 선수들과 함께 축구 공부를 한 것 같다.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또 설 감독대행은 "축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배움의 자세를 갖게 해준 소중한 1년이었다"며 "올해 내 점수를 준다면 80점을 주고 싶다. 100점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도 U리그 왕중왕전 결승까지 올랐으니 나름 잘 보낸 1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성균관대는 실제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 U리그 왕중왕전은 두 차례나 제패한 연세대를 비롯해 숭실대, 동국대와 편성된 4권역에서 11승 3패를 거두며 1위를 차지, 왕중왕전에 올랐다. 왕중왕전에서도 선문대, 서남대, 숭실대, 인천대를 차례로 물리치고 처음으로 결승까지 올랐다. 전국체전에서는 용인대를 제치고 경기도대표로 뽑힌 뒤 8강에 오르며 성균관대 축구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