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껌' 이동욱도 정려원도 없이 한 회를 모두 과거 이야기로…과감한 편성,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다 (뷰포인트)

2015-12-01     원호성 기자

[스포츠Q 원호성 기자] 한국 드라마에서 이런 편성을 선보인 사례는 단언코 없었다. '풍선껌'이 아마도 한국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주인공 한 번 등장시키지 않고 방송 한 회를 통째로 과거 이야기에 사용하는 과감한 편성을 선보였다.

30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풍선껌' 11회를 보려고 TV를 켠 시청자들은 아마도 당황했을지 모른다. 두 주인공 김행아(정려원 분)와 박리환(이동욱 분)은 나오지 않고, 김행아와 박리환의 어린시절부터 이야기가 시작됐기 때문. 그동안 '풍선껌'이 간혹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있긴 했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어린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된 '풍선껌' 11회는 마지막까지도 두 주인공 정려원과 이동욱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채 한 회 전체를 오롯이 '김행아'와 '박리환'의 어린시절 첫 만남부터 이들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로 채워냈다. 한국 드라마에서 마지막회가 다가오면 과도한 과거회상으로 분량을 채우는 경우는 흔했지만, 드라마 중반부에 이렇게 한 회를 전부 과거회상, 혹은 과거 이야기로 채우는 것은 그 전례가 없던 일이다.

'풍선껌'의 이런 과감한 시도는 박선영(배종옥 분)의 치매로 인해 서로 사랑하는 이동욱과 정려원이 헤어지게 된 상황에서, 정려원과 이동욱, 그리고 이들의 부모님인 박철민과 배종옥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풍선껌'에서 단편적으로 이들의 과거모습이 짧게 등장한 적은 있지만, 이날 방송에서 보여진 과거모습은 단편적인 이야기의 조합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 회 분량을 작정하고 만든 제대로 된 과거 이야기였다.

'풍선껌' 11회에서는 그동안 대사나 짧은 과거 회상을 통해 보여준 단편적인 정보들을 제대로 보여준다. 홀로 이동욱을 키우던 배종옥이 "그 날 너무 좋았다고"라고 표현하던 박철민에게 프로포즈를 받던 날, 그리고 박리환이 중학생 시절 배종옥이 자살을 하려 했던 사건과 배종옥이 '김행아'를 "못 키우겠으면 버리면 된다"라고 말했던 사건들이 이날 방송에서 모두 제대로 된 이야기와 함께 등장했다.

특히 '풍선껌' 11회가 만들어낸 가장 큰 효과는 그동안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정려원을 반대하는 배종옥의 심리를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 점이었다. 배종옥은 아이들이 다 자라면 박철민과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박철민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그렇게 다시 홀로 남아버린 배종옥에게 '김행아'의 얼굴을 보는 그 자체가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결국 '풍선껌'은 11회의 과감한 과거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정려원과 이동욱, 그리고 배종옥의 관계에 대해 한층 깊이 있는 진심을 더할 수 있게 됐다. 남녀의 사랑보다 어쩌면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풍선껌'은 이날 방송을 통해 배종옥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힌트를 시청자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풍선껌'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같이 지내던 두 남녀 박리환(이동욱 분)과 김행아(정려원 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천진 낭만 로맨스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