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와 예능' 변해가는 아나운서 웃어야 해 울어야 해?

2014-07-05     박영웅 기자

[스포츠Q 박영웅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듯 여성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큰 이미지 변화를 겪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여성 아나운서라고 하면 사전이 정하는(TV 혹은 라디오 등에서 뉴스 등을 고지 및 전달하는 사람) 직업군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라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아나운서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강해지면서 이에 맞는 미(美)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뉴스의 전달이나 중계방송을 전문으로 맡아오던 아나운서라는 직업군이 엔터테인먼트까지 소화하는 의미의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영역의 여성 아나운서들에게는 미적 기준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는 실정이다. 쉽게 말해 '지성'이라는 이미지가 지배하던 여성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섹시와 미모'라는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다.

'여신'으로 통하는 여성 아나운서

최근 여성 아나운서들 사이에는 그들의 인기 척도를 말해주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여신'이다.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여신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은 방송사들이 야구 중계에 미모의 아나운서들을 투입하면서부터다.

대표적인 예가 '야구여신' 김민아 아나운서다. 김 아나운서는 MBC가 색다른 야구 중계를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한 첫 번째 아나운서다. 투박하고 거친 스포츠 구장 한복판에 뛰어난 미모를 가진 아나운서가 등장하자 MBC의 야구 중계 관련 프로그램들은 큰 시청률 상승을 맛보게 됐다.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커졌다. 여신이라는 호칭을 달며 열광했다. 대성공이었다.

성공을 모른 척할 경쟁 방송사들이 아니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등 야구 중계를 하던 다른 방송사들은 앞다퉈 미모의 여성 아나운서를 야구 중계, 더 나아가 모든 스포츠 중계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세계에 '여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엔터적 요소를 갖춘 아나운서 등장은 비용절감이 목적
  
여신 아나운서의 등장이 미모와 섹시함이 중심 콘셉트가 된 여성 아나운서 역사의 시발점은 아니다.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미모와 섹시함을 요구하게 된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방송사들은 예능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비싼 몸값의 연예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아나운서들을 대규모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아나운서들의 예능프로그램 진행은 많았지만 이 시기부터 시작된 진행은 연예인 수준의 규모와 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여성 아나운서들은 기존의 지성적이고 단아한 이미지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한 예로 일부 여성 아나운서들의 옷차림은 이전과는 다른 파격 수위까지 올라갔다. 현재 일부 여성 아나운서들은 연예인인지 진행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 형국이 돼버렸다.

◆ 예전과 지금 아나운서가 아나운서가 아니다?

백지연, 김주아 등 단발머리에 정장을 떠올리던 과거 여성 아나운서는 지성과 단아함의 상징이었다. 소위 말해 '지식있는 여자, 품격있는 여자, 똑똑한 여자'를 말하는 대명사였다. 이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아나운서의 옷차림과 머리스타일 말투 등에서 고정관념 같은 기준이 생기게 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 아나운서들은 '예능화' 현상을 겪고 있고 단아함보다는 섹시함을 우선으로 두는 모습들이다. 사실상 이들은 아나운서라기보다는 연예인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아나운서들의 잇단 '프리'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예 기획사 엔트리 이성모 대표는 "최근 여성 아나운서들을 보면  거의 연예인 수준이다"며 "솔직히 주변에서 프리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과도함은 좋지 않다. 모든 몫은 시청자 판단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한 법이다. 최근 일부 여성 아나운서들의 예능화가 지나치게 과도한 것 아이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 수준의 수위 높은 의상과 이에 따른 노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쉽게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자주 비추다 보니 자신을 연예인으로 착각(?)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일부 여성 아나운서들도 나오고 있다.

수익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면서,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방송사 '아나운서'라는 타이틀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과연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명 이들 아나운서가 적은 비용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방송사의 보물 같은 존재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긍정적인 부분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방송의 입이자 얼굴'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예능화돼 버린 일부 아나운서들이 위협한다면 방송계가 방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된 건 아닐까? 분명 아나운서는 연예인이 아닌 공익을 위한 정보 전달자라는 인식이 아직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요즘 일부 아나운서들이 너무 심각하게 연예인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방송사들은 계속해 예능화 돼가는 아나운서들에 대해 방관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결국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이 될 텐데 언제까지 박수만 쳐주지는 않으리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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