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포커스] 피치의 희로애락, 그 생생한 스토리

2014-07-20     강진화 객원기자

집념, 격돌, 좌절, 기다림, 환희...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유하곤 한다.

팀당 11명씩 22명이 피치에서 맞붙는 축구 경기에는 각본없는 희로애락이 연출된다. 같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끝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경기마다 드라마같은 장면들이 쉼없이 터져 나와 전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국내 K리그도 마찬가지다. 경기마다 골을 향해 열정을 불사르는 선수들은 기쁨과 환희도 맛보지만 고통과 좌절의 순간도 겪는다.

지난 1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경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경기에서 원정에 나선 포항은 후반 김재성과 김승대의 연속골에 힘입어 울산 현대에 2-0 승리를 거뒀다.

 

 

"축구 룰은 아주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바로 이것이다: 그것이 움직이면 그것을 차고, 그것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것이 움직일 때까지 차라." 웨일스 출신의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필 우즈남이 남긴 명언이다.

공은 둥글다.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공은 우리 편도 아니고 상대방 편도 아니다. 골대까지 공을 어떻게 몰고 가서 누가 허를 찌르는 슛을 날리느냐가 과제다. 그러자면 선수 모두 부지런히 뛰고 드리블하고 패스하고 저지하고 빼앗고 기회가 오면 망설임없이 슛을 날려야 한다.

 

 

 

골대를 외롭게 지키는 골키퍼도 중요하다. '골키퍼는 왕관의 보석'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골키퍼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줬다. 골을 넣어서 승리를 결정짓기도 하지만 한 골을 막지 못해 패배의 쓴맛을 보기도 한다.

세상에서 혼자만 살 수 없듯, 축구에서 선수간 협력이 중요하다. 팀워크다. 그래서 축구를 오페라에 비유하기도 한다.

선수들은 서로를 믿어야 한다. 때로는 욕심을 버리고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나의 위치와 역할을 정확히 숙지하고 임무를 실행해야 한다.

개개인이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최상의 독주를 선보이는 순간도 있다. 바로 골을 향해 집념을 불태우는 순간이다. 발과 머리, 때로는 몸으로 환상적인 연주를 완성한다.

골을 만들어 가는 역동적인 과정은 역시 축구 만의 미학이다.

 

 

 

 

"이것이 우리가 경기하는 이유다. 무엇이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밤 다시 그것을 증명했다."

하나의 공을 놓고 22명의 선수들이 경쟁한다. 전후반 90분. 때로는 연장전까지 겨뤄야 하고 심장이 멎을 듯한 승부차기에 이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감독은 치밀함과 단호함, 부드러움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

오페라의 지휘자처럼 감독은 선수들을 신뢰하고 한데 아울러야 한다. 각자 개성을 살려주면서도 너무 튀는 자는 누그러뜨리고 너무 색깔이 없는자는 살려줘야 한다. 최상의 화음을 만들기 위한 세밀하고 조화로운 전략 수립은 필수다.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졌다"는 호나우드의 말처럼 경기의 목적은 승리다. 어쩌면 기록은 승리를 위해 존재한다.

험난한 인생의 고비를 겪은 만큼 골맛과 승리는 환희의 절정을 제공한다.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승리가 주는 기쁨과 환희의 크기는 더 크고 세리머니는 더 격정적이다.

 

 

 

모든 노력을 다 쏟아도 경기에서 패할 수 있다. 하지만 철학이 있다면, 또 최선을 다했다면, 한 판을 지더라도 희망을 갖고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 있다.

팬들은 그러한 선수와 팀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어떤 사람들은 축구가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난 그런 태도에 매우 실망한다. 그것보다 아주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축구의 진면목을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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