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고속 슬라이더, 새로운 필살기 됐다

5개 삼진 가운데 3개를 슬라이더로 잡아…낙차 큰 커브도 위력적

2014-07-22     박상현 기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류현진(27·LA 다저스)의 브레이킹볼이 한층 위력이 높아졌다.

빠른 공이 아닌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무기로 피츠버그의 강타자들을 돌려세우며 큰 힘 들이지 않고도 경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201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원정경기에서 7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피안타 4개와 볼넷 1개로 2실점했지만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팀의 5-2 승리를 이끌어냈다.

시즌 11승(5패)째를 거둔 류현진은 지난해 14승을 더해 MLB 통산 25승째를 거뒀다. 이제 류현진은 앞으로 4승만 더하면 지난 시즌 아쉽게 해내지 못한 15승을 달성할 수 있고 5승을 추가하면 MLB 통산 30승을 거둘 수 있다.

◆ 컷패스트볼이냐, 슬라이더냐, 논란의 구질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효과를 거둔 구종은 고속 슬라이더였다. 이날 류현진의 빠른 공은 최고 시속 93마일(151km)이었지만 슬라이더의 속도도 시속 88~89마일(142.5~144km)까지 나왔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속도 차가 크지 않아 타자들이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헛돌리기 일쑤였다.

류현진의 고속 슬라이더는 구질 논란(?)에 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로부터 전수받은 이 구질에 대해 류현진은 슬라이더라고 말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커터, 즉 컷패스트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컷패스트볼이냐, 슬라이더냐가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류현진의 주무기가 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앤드류 매커친과 가비 산체스, 러셀 마틴 등 1회말과 2회말에 기록한 초반 3개의 삼진은 모두 고속 슬라이더에 타자들이 방망이를 헛돌린 결과였다. 슬라이더가 잘 들어가기 시작하자 류현진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였다.

4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마틴에게 던진 슬라이더로 우전 적시타를 내주기도 했지만 슬라이더로 승부한 공은 대부분 범타 처리되거나 삼진으로 이어졌다.

1회말 2사후 매커친이 슬라이더에 연달아 방망이를 돌려 삼진을 당한 것만 보더라도 이날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분명 위력이 있는 승부구였다.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다가도 빠른 공과 비슷한 속도로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 각도 큰 커브까지 더해 피츠버그 타자 요리

또 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각도가 큰 커브였다. 7회말 마틴을 상대로 다시 한번 헛스윙 삼진으로 이끌어낸 구종이 커브였다. 4회말 마틴이 슬라이더를 공략해 적시타를 만들어낸 것을 경험삼아 류현진이 다른 구종으로 승부를 건 것이었다.

커브 역시 위력적이었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처럼 뚝 떨어지는 커브는 타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커브 구종의 경우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반반 정도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상대 타자들을 요리하기엔 충분했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위력이 더해지니 류현진의 공 배합도 이전과 달라졌다. 그동안 류현진은 절반 또는 6대4의 비율로 빠른 공을 조금 더 많이 던졌지만 이날 피츠버그전에서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의 비중이 2-1-1-1 정도였다. 98개의 공 가운데 빠른 공은 42개였고 56개가 브레이킹볼이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19개 던지고 커브를 18개 기록했을 정도로 브레이킹볼의 비율도 거의 비슷하게 가져가 자신의 구질을 모두 활용했다.

4개 구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상대 타자에 맞는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 까다로운 타자를 상대로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적절하게 브레이킹볼을 구사하며 승부를 걸었다.

◆ 후반기 15승 달성, 슬라이더·커브에 달렸다

문제는 류현진이 후반기에 계속 고속 슬라이더와 커브의 위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4일 휴식 뒤 5일째 등판할 경우 빠른 공의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고속 슬라이더도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 위력이 반감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디트로이트전에서 류현진이 집중타를 맞은 것도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팔이 아래로 처져 커브의 각도도 예리하지 못했다. 치열한 후반기로 가면 이런 현상이 한두번 나올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분간 닷새 휴식 뒤 등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원정 9연전 가운데 4경기째를 치른 LA 다저스는 25일이 이동일이어서 하루를 쉬게 된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이 오는 28일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이기 때문에 5일 휴식이 보장된다. 또 29일이 이동일이어서 샌프란시스코 다음 경기도 다음달 3일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컵스와 경기를 치른 이후에는 19일까지 다시 한번 연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나흘 휴식 뒤 닷새만에 등판 일정이 이어진다. 이 때가 류현진에게 올시즌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다.

■ 류현진 예상 등판 일정 (한국시간 기준)

7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 8월 3일 시카고 컵스 (홈) / 8월 8일 LA 에인절스 (원정)
8월 13일 애틀랜타 (원정) / 8월 18일 밀워키 (홈) / 8월 24일 뉴욕 메츠 (홈)
8월 31일 샌디에이고 (원정) / 9월 6일 애리조나 (홈) / 9월 11일 샌디에이고 (홈)
9월 17일 콜로라도 (원정) / 9월 22일 시카고 컵스 (원정) / 9월 28일 콜로라도 (홈)

tankpark@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