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포인트] '시그널' 시즌2 예고한 최고의 열린 결말…무전도, '시그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6-03-13     원호성 기자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결말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고 오롯이 시청자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은 특히 인기있는 작품의 경우 큰 논란거리를 남기곤 한다. 특정 카페 광고로 더 기억에 남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이나 다시 1988년으로 돌아가는 '열린 결말'을 보여준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쌍문동 골목길 장면, 그리고 수없이 많은 논란을 낳았던 영화 '인셉션'의 결말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열린 결말'이 추가됐다. 방영 내내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으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마지막회 결말이 '열린 결말'로 끝난 것이다. 하지만 '시그널'의 '열린 결말'은 다른 작품들처럼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아니, 논란은 커녕 오히려 시청자들이 가장 환호하고 바란 최고의 '열린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12일 방송된 '시그널' 마지막회는 두 주인공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박해영(이제훈 분)은 차수현(김혜수 분)이 총을 맞게 될 상황에서 온몸으로 차수현을 보호하며 그 총을 대신 맞는다. 2000년 과거 시점의 이재한(조진웅 분)은 차수현에게 선일정신병원에서 자신이 죽는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도 '김윤정양 유괴살인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선일정신병원을 찾아간다.

총을 맞고 죽어가는 이제훈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조진웅이 과거를 바꾸며 현재까지 함께 바꾸는 것 뿐. 하지만 그런 기대와 달리 조진웅은 선일정신병원에서 김범주(장현성 분)의 지시로 그를 미행한 안치수(정해균 분)의 습격을 받게 되고, 장현성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이미 과거는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시그널' 1회에서 조진웅에게 '선일정신병원'을 알려준 사람은 이제훈이었지만, '시그널' 15회에서 '선일정신병원'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은 김혜수였다. 이런 사소한 차이들이 결국 과거를 조금씩 바꿔놓고 있었던 것이다. 조진웅은 밧줄을 풀고 야산으로 도망쳤다가 정해균에게 붙잡히지만, 미리 동료 형사들을 매복시켜서 역으로 정해균과 조폭 김성범(주명철 분)을 체포하는데 성공했다. 조진웅이 죽지 않고 살아나면서 총을 맞고 죽었던 이제훈도 극적으로 되살아나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해피엔딩을 향해 가도 좋은 시점에 '시그널'은 새로운 난제를 던진다. 되살아난 이제훈이 확인한 바뀐 현재에 여전히 조진웅은 15년 동안 실종상태였던 것이다. 조진웅은 선일정신병원에서 도망친 장현성을 계속 추격했고 결국 장현성을 붙잡았지만, '대도사건' 당시 부각된 국회의원 장영철(손현주 분)이 보낸 부하들에 의해 장현성은 살해당하고 조진웅 역시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무전기가 없는 이제훈은 더 이상 과거의 조진웅과 교신할 방법이 없지만, 조진웅의 형사수첩에 조진웅이 남긴 메모를 근거로 조진웅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이 편지에는 손현주의 진양 신도시 재개발과 관련된 비리를 밝혀낼 결정적 단서인 디스켓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제훈은 이 디스켓을 언론에 폭로해 손현주를 궁지에 몰아넣어 조진웅이 바라던 '정의'를 실현시켰고, 이어 김혜수와 함께 15년 전 실종된 조진웅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이들은 조진웅이 남긴 편지가 담긴 봉투와 김혜수에게 온 괴문자를 근거로 조진웅이 요양병원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대목은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당시 하반신 불구가 된 진범 이진형(이기섭 분)과 아들의 죄를 숨기려던 아버지 이천구(김기천 분)의 관계를 통해 이미 암시된 복선이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시그널'은 요양병원에 살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진웅과 그를 찾아나선 김혜수와 이제훈의 만남을 보여주지 않은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자신의 비리가 폭로된 손현주는 조진웅을 찾아 부하들을 요양병원으로 보냈고, 이제훈과 김혜수는 조진웅이 혹시라도 처했을지 모르는 위기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 그리고 조진웅은 예상대로 아버지의 보호 속에 요양병원에 살아 있었다.

'시그널'의 결말은 시청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열린 결말'이지만, 동시에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될 여지를 열어준 최고의 '열린 결말'이었다. 원래는 죽었어야 할 조진웅이 되살아나면서 이제훈과 조진웅의 무전교신은 완전히 끊어졌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조진웅이 가지고 있던 무전기가 켜지는 모습을 슬쩍 보여주며 '시그널'은 또 다른 시점에서 벌어질 과거 혹은 미래와 현재의 교류를 암시했다.

또한 '시그널'의 '열린 결말'은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됐을 때 바로 오프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고의 연결성을 갖추고 있다. '시그널'에서 김혜수와 이제훈이 손현주의 부하들이 조진웅을 죽이려는 긴박한 상황에서 조진웅을 구해내는지의 여부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시즌2가 제작된다면 오프닝에서 김혜수와 이제훈이 조진웅과 함께 요양병원에서 탈출하는 모습으로 바로 시작을 알릴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형사 드라마들이 만들어졌지만 마지막까지 이렇게 애간장을 녹이며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동시에 두 번째 시즌의 예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간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았다.

2000년 8월 3일, 정해균의 총을 맞고 선일정신병원 뒤편에서 죽어가던 조진웅이 이제훈에게 한 무전처럼 "무전은 여기서 끝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고, 무전은 다시 시작될 것"이며, '시그널' 역시 이대로 끝이 아니라 분명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 드라마를 고작 16편의 짧은 이야기로 이렇게 떠나보내기란 너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