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김부장이 김연아 선전에 쾌재를 부르는 까닭은?

[아디오스! 김연아] 이상화 김연아 선전으로 눈 성형의 트렌드 바뀔까?

2014-02-21     이희승 기자

[스포츠Q=이희승기자] "아싸! 김연아 최고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현석부장(50)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에겐 21일 새벽(한국시간) 2014소치올림픽에서 2대회 연속 메달의 신화를 달성한 김연아가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일반 국민이 느끼는 기쁨 그 이상이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큰 딸 때문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쌍꺼풀이 없는, 가늘고 긴 눈을 가진 큰 딸은 늘 눈이 콤플렉스였다. 큰 딸은 여고시절부터 눈 성형을 하고 싶어 했다. 대학 가면 쌍꺼풀 수술을 해주겠노라는 부모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 딸은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쌍꺼풀 수술을 할 계획으로 마냥 들떠 있다. 하지만 김부장은 영 마뜩찮다. 곱상한 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못마땅한데다 혹시나 생길 성형부작용 탓에 어떻게든 말리고 싶은데 약속을 했으니 딱히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김연아가 판정 논란끝에 올림픽 2연속으로 메달을 따냈으니 비빌 언덕이 생겼다. 쌍꺼풀 진 큰 눈이 미인의 기준이라는 큰 딸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꺼풀 없는 눈도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세계적으로 통한다고 말이다.

딸을 가진 부모라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쌍꺼풀 수술을 놓고 부모와 딸 사이의 입씨름은 어느 집이나 있기 마련이다. 사실 ‘성형공화국’으로 통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술을 받는 부위는 눈이다. 그리고 눈 중에서도 쌍꺼풀 수술은 가장 기본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현대 미인의 기준이 눈의 경우 쌍꺼풀과 큰 눈, 큰 눈동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서양미인의 기준을 따른 것이다.

얼굴학자 조용진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평균 68%, 줄잡아 열 명 중에 일곱 명이 쌍꺼풀이 없는 눈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잠시 주변을 둘러보라. 특히 여성의 경우 쌍꺼풀 없는 사람이 그 정도로 눈에 띄는지. 그렇지 않다면 이는 결국 쌍꺼풀 수술을 하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는 방증일 수 있다. 사실 요즘에는 안면윤곽수술이니 양악수술이니 하는 대공사(?)가 많은 탓에 쌍꺼풀 수술은 수술로도 치지 않는 풍조다.

사실 미용성형의 트렌드는 매스컴의 영향이 크다. 쌍꺼풀 있는 큰 눈을 미인형으로 소개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다보면 거기에 혹하게 마련이다. 성형외과에 내원해 김태희 눈처럼 송혜교 코처럼 해달라는 여성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쌍꺼풀에 대한 통념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한 ‘빙속여제’ 이상화와 ‘피겨퀸’ 김연아가 공교롭게도 쌍꺼풀이 없는 외까풀의 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상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와 비교되는 대단한 위엄을 발휘했으며 김연아는 비록 은메달이지만 “판타스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섹시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소치를 접수했다. 만일 이상화와 김연아가 쌍꺼풀 있는 큰 눈이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외모 포스를 발휘할 수 있었을까?

사실 외까풀 눈은 동양의 미를 담고 있는 눈이다. 가늘고 긴 눈매는 세련미와 함께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댄다. 서양 사람들에겐 신비롭게까지 비쳐지기도 한다. 이제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누구나 다 있는 쌍꺼풀보다도 더 개성이 넘치기도 한다. 연예계에서도 쌍꺼풀 없는 외까풀 눈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가수 박정현을 비롯해 가인, 소희, 민아, 배우 한지혜와 백진희 박보영, 모델 장윤주 등등 손에 꼽아도 넘쳐날 정도다.

이상화 김연아의 눈부신 성적으로 외까풀의 전성시대가 오길 바라는 것은 쌍꺼풀 수술을 하겠다는 딸을 둔 김부장만의 바람은 아니지 않을까. 외국 언론으로부터 성형 때문에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한국여성들의 평준화된 외모,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점은 아닐까. 외까풀이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눈으로 한국미인의 기준으로 자리잡아 쌍꺼풀 수술이 점점 줄어들고, 오히려 서구 여성들이 이상화 눈처럼 김연아 눈처럼 해달라고 한국의 성형외과를 찾는 진풍경이 연출된다면 너무나도 발칙한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