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포커스] 두산 보우덴 '언터처블 데뷔', 니퍼트-유희관-장원준과 철벽 구축

NC전서 8이닝 10K 무실점 호투…KBO리그 최강 선발투수 4명 보유

2016-04-06     안호근 기자

[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얼핏 보면 더스틴 니퍼트가 등판한 줄 알 정도였다. 그만큼 완벽했다. 두산이 새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30)의 완봉에 가까운 투구로 리그 최강의 4선발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을 보였다.

보우덴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NC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시즌 첫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1개만 내주고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호투했다. 김태형 감독이 시즌 첫 등판으로 무리하지 말라며 9회초를 이현승에게 맡기긴 했지만 투구수가 102개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로 NC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올 시즌 시범경기 3차례 선발 등판, 14이닝을 던져 1승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한 보우덴은 이날 올 시즌 등판한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완봉 도전도 가능했다.

◆ 니퍼트가 2명? 마야-핸킨스는 잊어라, 보우덴의 8이닝 10K 완벽투

나무랄데 없는 투구였다. 정확한 제구와 낙차 큰 포크볼, 공격적인 투구 3박자가 완벽히 들어맞았다. 최고 시속도 149㎞에 달했다. 스트라이크를 들락날락하는 공격적인 투구에 NC 타자들은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범타가 계속 이어졌다. 방망이가 나오기 시작하자 포크볼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홈 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헛스윙이 계속 됐다. 보우덴은 이날 주 무기 포크볼을 25개를 던졌다.

1회초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4회초까지 단 1명에게도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보우덴은 5회초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4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또 6회초와 7회초에는 2명씩 모두 4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8이닝 동안 모두 10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보우덴은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승리에 기여하는 게 내 역할이기 때문에 첫 승이라는 것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다"며 소감을 밝혔다.

딱히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도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보우덴은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서 빠르게 경기를 이끌어가려고 했다. 양의지를 비롯한 팀원 모두가 잘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의지와 보여준 배터리 호흡이 돋보였다. 보우덴은 시범경기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승부를 보려다가 실점이 늘어났다. 이를 간파한 양의지는 보우덴의 공격적인 투구 성향을 잘 살리면서도 영리한 리드를 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보우덴이 너무 잘 던져줬고 양의지와 호흡이 정말 기가 막혔다"고 배터리 호흡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우덴도 "공격적으로 가자고 말했는데 양의지가 영리하게 경기를 이끌어주고 공격적인 동시에 완급조절도 골고루 잘해줘서 좋았다"고 공을 돌렸다.

◆ 만만한 구석이 없는 1~4선발, 50승도 꿈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두산은 니퍼트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투수 복이 없는 팀이었다. 지난 시즌 유네스키 마야는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투수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2승 5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 도중 방출됐고 대체 외국인선수 앤서니 스와잭도 5승 7패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더 기적적으로 보이는 이유기도 했다.

2014년에도 크리스 볼스테드(5승 7패)와 마야(2승 4패)를 합쳐 7승에 그쳤다. 2013년은 더 심각했다. 개릿 올슨(1승 1패)과 데릭 핸킨스(3승 3패)가 4승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두산 팬들은 니퍼트 말고 외국인 투수 1명은 없는 선수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지난해 두산은 정규시즌 동안 1선발 니퍼트의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랜 부상과 그로 인한 부진으로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에 그쳤다. 두산의 믿음직한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유희관이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84억의 사나이’ 장원준이 12승(12패, 4.08)을 이뤄내며 간신히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날 보우덴이 보여준 투구에서 충분히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꼭 이날이 아니어도 보우덴은 시범경기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우덴이 꾸준한 활약을 해준다면 두산으로서는 엄청난 탄력을 받게 된다.

기본 10승씩이 기대되는 유희관과 장원준이 있고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부진했지만 가을야구에서 '니느님'의 면모를 뽐낸 니퍼트가 건재하다. 보우덴이 10승만 거둬준다면 50승 합작도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5선발만 구하면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선발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다. 올해 5선발 유력 후보로는 노경은과 허준혁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둘은 시범경기에서 5선발 경쟁을 벌였다. 노경은은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해 12이닝 10실점 평균자책점 7.50을, 허준혁은 2경기에서 5⅔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다.

노경은은 7일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다. 5선발을 떠나더라도 안정적인 활약이 기대되는 3명의 선발 투수와 함께 보우덴이 예상이 가능한 활약을 해줄 수만 있다면 두산은 올해도 그 어떤 팀보다 강력한 우승후보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