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포커스] FC서울에 20년 청춘 바친 최용수, 보내고 떠나는 '우문현답'

"서울 만나면 최악, 상상하기 싫지만 그래도 맡고 있는 팀 승리 위해 최선"

2016-06-22     박상현 기자

[상암=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FC 서울을 떠났다. 이제 다음달부터는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다. 최용수 감독은 20년 넘게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서울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최용수 감독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무궁화와 2016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을 마지막으로 5년의 서울 사령탑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용수 감독은 자신의 고별전에서 윤주태의 멀티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서울도 FA컵 8강에 올라 K리그 클래식,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함께 트레블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환송식에서 주장 오스마르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장기주 구단 대표로부터 독수리 형상의 감사 트로피를 받으며 웃어보였지만 마음 한구석은 짠했다. 잠시 일본 프로축구 J리그로 진출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최용수 감독의 마음은 서울에 있었다.

◆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서울과 만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

최용수 감독은 "1994년 2순위로 입단한 뒤 월급 110만 원을 받는 선수에서 시작했다. 내 청춘을 모두 바친 곳"이라며 "내 능력은 부족했지만 좋은 선수들을 만났고 굴곡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최 감독은 "아직 서울을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내일 훈련장이 있는 구리로 갈 것 같다"며 "오늘 경기를 치르면서도 다음 포항전, 그 다음 성남FC와 경기를 생각하게 되더라"고 웃었다. 최용수 감독의 '서울 사랑'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1년 4월부터 최용수 감독은 서울에서 희비가 교차되는 사령탑의 시간을 보냈다. K리그와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환하게 웃은 적도 있었고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윤성효 전 감독을 넘어서지 못해 고개를 숙인 적도 많았다. 그러나 끝내 슈퍼매치가 주는 부담을 이겨냈다. 또 경기가 부진했을 때 팬들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용수 감독은 "슈퍼매치에서 이겼을 때 희열을 느꼈다. 또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로 이겼던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슈퍼매치에서 져서 성난 팬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1시간 40분 동안 구단 버스에서 갇혀 있었을 때 앞이 캄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내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회상했다.

또 최 감독은 스스로를 운이 따르는 지도자로 규정했다. 최용수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선수들 개개인 경쟁력이 K리그에서 톱 클래스 수준"이라며 "그러나 나는 아직 모자라다. 배워야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2위를 달리고 FA컵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까지 오르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중간에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감추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은 "2013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쉽게 물러섰기 때문에 이번에는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었다"며 "내가 없더라도 선수들은 능력이 있고 승리에 굶주려있기 때문에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시즌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장쑤와 서울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손사래부터 쳤다. 최 감독은 "내 청춘을 바친 서울과 만나는 것은 정말 최악"이라며 "어느 팀을 선택해야 할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농담도 생각해본다. 그래도 내가 맡고 있는 팀을 우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 장쑤에서 서두르지 않겠다, 삼바 삼총사와 다가가는 소통 강조

어쩌면 최용수 감독은 서울이라는 팀에 계속 남을 수도 있었다. 벌써 5년간 이끌어온 팀이기 때문에 안정을 택한다면 서울에 남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모험, 도전을 택했다.

최용수 감독은 "내 미래는 알 수 없다. 중국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 된다. 중국에서 잘못 되면 내 지도자 인생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며 "그러므로 서울에 있었을 때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서울 출신 지도자로서 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도 장쑤 구단에는 '삼바 삼총사' 하미레스와 조, 알렉스 테셰이라가 있다. 장쑤가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며 데려온 선수들이다. 최용수 감독이 어떻게 소통하고 이들을 컨트롤하느냐가 중국 무대에서 첫번째 성공 조건이다.

최 감독은 "일단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겪어본 브라질 선수들은 모두 반듯하고 착하며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즐길 줄 아는 선수"라며 "마음으로, 다가가는 소통을 하겠다. 짧은 시간에 내 색깔을 입히려고 조급해하면 탈이 생긴다. 여유를 갖고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또 최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긴 한다. 하지만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주면서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면 풀릴 문제라고 본다"며 "사실 서울에서도 개성이 강한 데얀이나 아드리아노 같은 선수들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뢰를 갖고 다가가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독수리'는 대륙으로 날아간다. 중국에는 스벤 예란 에릭손, 펠릭스 마가트 등 세계 최고의 명장들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되는 밀림이다. 독수리가 중국에서도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자리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