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포커스] 기도 세리머니까지 포기한 박주영 '인생 골', 그 간절함이란?
전북 골문 열어젖히며 FC 서울 극적인 역전우승 견인…11년만에 K리그 한 시즌 두자리 득점-통산 50호골 기록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박주영(FC 서울)이 골을 넣고도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까지 버렸다. 전북 현대 골문이 열리는 순간 박주영은 골 뒤풀이 대신 유니폼 상의까지 벗어던지며 환호작약했다. 옐로카드도 아랑곳 없이.
박주영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현대오일뱅크 2016 K리그 클래식 마지막 3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13분 윤일록의 중앙 돌파에 이은 전진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열어 FC 서울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37라운드까지 승점만 같고 다득점에서 전북에 밀려 2위를 마크했던 FC 서울은 마지막 라운드 승리로 승점 3점 차로 전북을 제치고 기적같은 뒤집기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정상 정복.
박주영으로서도 K리그 클래식에서 처음으로 맞보는 우승 감격이다. 그야말로 '인생 골'이다.
박주영은 2005년 특급 신인으로 K리그에 첫 발을 내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K리그에서 무려 18골을 터뜨리며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까지 2관왕을 노렸다. 비록 MVP는 울산 현대의 우승을 이끈 이천수(은퇴)에게 돌아갔지만 박주영이 받아도 손색이 없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거쳐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자리잡은 박주영은 2008년 8월 프랑스 리게 앙 AS 모나코로 전격 이적한다. 박주영은 이때부터 펄펄 날았다. 모나코에서 톱 골게터를 맡으며 한때 '박 코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박주영은 이대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번의 잘못된 선택이 골 넣는 박주영을 '평범한 공격수'로 떨어뜨렸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부름을 받아 아스날 유니폼을 입었지만 골 사냥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벵거 감독의 눈밖에 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로 임대 이적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대로 박주영의 축구 인생은 내리막을 걷는 듯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과 3~4위전에서 동메달을 확정짓는 극적인 골을 넣은 것도 금세 잊혀졌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존재감이 잊혀졌다. 박주영의 골 사냥이 위력을 잃어가면서 그는 한때 영웅에서 놀림감이 됐다.
이런 박주영을 이끈 지도자가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이었다. 데얀이 FC 서울을 떠나면서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후배를 다시 일깨워주고 경기력을 최상으로 발휘하게 해주려는 최용수 감독의 뜻도 있었다. 그리고 박주영은 올 시즌 중간에 FC 서울을 이끌게 된 황선홍 감독으로부터도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아드리아노, 데얀과 함께 '아데박 트리오'를 결성했다.
박주영은 그 신뢰에 보답했다. 전반 36분에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윤일록의 어시스트를 받아 천금 결승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18골을 넣은 2005년 이후 11년 만에 K리그에서 한 시즌 두자리 골을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또 이날 골은 박주영의 K리그 50번째 골이었다.
박주영은 골을 넣은 뒤 특유의 기도 세리머니까지 포기했다. 그만큼 극적인 골이었다. 올 시즌 리그에서 전북과 3차례 맞붙어 모두 고개를 떨궜던 FC 서울로서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K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전북의 우승으로 굳어져가던 올 시즌 K리그의 역사는 박주영 골로 인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그동안 박주영은 골잡이로서 수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지만 어긋난 적이 너무나 많았다. 박주영이 출전한 세 번의 월드컵 가운데 두 번은 실망만 안겼다. 박주영이 그나마 제대로 활약했던 월드컵은 프리킥으로 멋진 골을 넣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뿐이었다. 남아공 월드컵과 런던 올림픽을 제외하면 골 수확이 떨어진 박주영은 그동안 팬들에게 실망만 안긴 적이 더 많았다.
FC 서울의 통산 6번째 우승을 이끄는 '인생 골'을 작렬한 박주영. 이제 30대 나이에 다시 한번 펄펄 날아오를 수 있을까. '대박이 아빠' 이동국(전북)이 비로소 펄펄 날아오르던 것도 최강희 감독을 만난 2009년, 30세 나이였다. 박주영도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