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현장] "우승 목걸이" "구단주님이 큰손", 스케일 커지는 V리그 우승 소원

2017-03-15     이세영 기자

[청담=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주현희 기자] “휴가비와 우승 목걸이를 갖고 싶어요.” (흥국생명 이재영)

“구단주님이 큰손입니다. 선수들은 구단주님만 믿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전광인)

V리그 우승 소원의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코트에서 적당히 춤추고 며칠간 휴가를 요구하던 선수들이 확 달라졌다. 이제는 감독과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우승 소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자부 3개 팀, 남자부 3개 팀 선수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우승 소원을 하나씩 밝혔다.

지난 시즌 대세가 하와이 여행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매우 다양했다. 먼저 마이크를 든 대전 KGC인삼공사 리베로 김해란은 “하와이 여행을 생각했는데 어디든 보내주시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 “정 안되면 여행 상품권이라도 주십시오”라고 서남원 감독에게 요청(?)했다. 서 감독은 활짝 웃으며 김해란의 말에 응답했다.

화성 IBK기업은행 센터 김희진은 “지금까지 원하던 곳을 가보기는 했다”면서 “이번엔 더 힘들게 우승하는 만큼 미국으로 갔으면 좋겠다. 또, 우승하면 감독님을 때리는 게 우리 팀의 전통인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맞고 나서 춤을 춰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인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에 일조한 레프트 이재영의 소원은 조금 더 파격적이었다. 휴가비를 달라고 했다. 장내가 술렁일 정도의 파격 발언. 이재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승 목걸이를 하고 싶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남자부 선수들의 우승 소원도 스케일이 제법 컸다.

수원 한국전력 레프트 전광인은 TV로 보고 있을 구단주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예전보다 구단에서 지원을 많이 해준다”며 “구단에서 알아서 잘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구체적으로 말해야 소원을 들어줄 것 같다”고 했고 전광인은 “구단주님께서 큰손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구단주님을 믿고 있다”고 장내를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전광인의 발언에 옆에서 지켜보던 신영철 감독도 웃음을 터뜨렸다.

천안 현대캐피탈 라이트 문성민은 공부인지 관광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소원을 말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면 감독님이 해외로 배구를 보러 가시는데, 올해 로마에서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감독님과 함께 보러가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자 최태웅 감독도 “선수들과 한번 보러가고 싶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인천 대한항공 김학민은 우승하면 가족여행을 보내달라고 했다. 이 발언을 한 배경이 이채롭다. 그는 “우리 팀 장점이 비행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학민은 웃음을 터뜨린 박기원 감독을 보며 “회장님께서 하와이 가족여행을 약속하셨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의 기상천외한 우승 소원으로 조금은 무거울 수 있었던 장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