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영의 포토 에세이] 서울한양도성 낙산구간 이화마을 소나무, 화났나?

2017-03-27     이두영 기자

인간의 가학적이고도 이기적인 심보를 드러내는 것 중의 하나가 소나무 분재입니다. 소나무가 뭔 죄가 있다고 철사로 묶어 키를 못 크게 하고 강제로 줄기를 비틀어버릴까요?

서울한양도성 낙산구간을 걷는 중 문득 소나무분재와 흡사한 모습을 만났습니다. 분명히 사람이 일부러 그러진 않았을 텐데, 줄기가 이리 틀리고 저리 구겨진 모습이었습니다. 여느 산에서 흔히 맞닥뜨릴 소나무일 수도 있지만 이곳 낙산에서 만난 소나무는 뭔가 분노를 터트리는 듯해 흥미로웠습니다. 봉두난발한 형상으로도 보였습니다.

낙산은 조선 도읍 한양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산으로, 높지는 않지만 경치 좋기로 유명했답니다. 강세황, 송시열 등 글깨나 쓰고 그림 그리는 문예가 혹은 고관대작들이 살거나 즐겨 찾았다고 전해집니다.

과거에 낙산의 동숭동과 이화동을 아우르는 지역에 쌍계동이란 마을이 있었는데, 바위와 숲이 어우러져서 경치가 일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쌍계는 삼청, 인왕, 백운, 청학과 더불어 도성 안 5대 명소로 인식됐다지요. 지금도 이화동 꼭대기에 오르면 성 안팎 전망이 빼어나 옛 시절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진 속의 소나무는 그 언덕에 있습니다.

이 소나무는 몸통이 두껍진 않지만 심사가 꽤 사나워 보였습니다. 발차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성난 황소의 뿔을 달고 있는 듯도 싶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문고리 3인방,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등으로 얼룩진 지금의 시국에 몹시 화가 난 듯도 합니다.

국민 대다수가 이해할 만한 정상적인 사회 분위기가 이 소나무에게도 전해질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