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영화 '한공주' 소환 이유?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기억하시나요

2017-06-23     주한별 기자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영화 '한공주'에서 주인공 공주는 피해자인 자신을 냉대하던 어른들에게 힘겹게 한 마디를 내뱉는다. 영화는 피해자 공주의 시선으로 힘든 사건을 겪은 피해자에게 가혹한 우리 사회에 비판적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한공주'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 도봉구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때문이다. '한공주'는 2005년 벌어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개봉 당시에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번에 화제가 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한공주'의 모티브가 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한 여중생을 약 1년간 폭행, 강간, 협박한 사건으로 가해자만 44명에 이르러 당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 이후 가해자들 중 처벌받은 남학생은 30명으로 청소년임을 이유로 경미한 처벌만을 받아 많은 이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서울시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역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처럼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낙인이 두려워 진술을 거부했지만 사건 발생 5년 뒤인 2016년 경찰의 설득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뒤에도 가해자들은 여전히 적반하장적 태도를 보였다. 재판 선고 이후 피고인 대기실로 들어가 소란을 벌이며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피해자를 위협하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누리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해당 사건의 처벌이 죄질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당 사건의 주범은 징역 7년 형을 선고 받았다. 또 다른 가해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논란을 낳았다. 2심의 형량이 1심보다 늘긴 했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건을 맡았던 함상훈 판사는 "사건 당시 청소년이었던 점이 양형에 고려됐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영화 '한공주'는 성폭행 사건 이후 주인공 공주(천우희 분)가 겪는 일상의 어려움과 약자에게 더 잔혹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고발한 작품이다. 작 중 가해자의 부모들은 공주가 전학 간 학교로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는 등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악랄한 방식으로 공주의 삶을 파괴한다. 

실제 성폭행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이번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처럼 두려움에 차마 신고조차 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성폭행 신고율은 8.4%(2012년 범죄유형별 피해 신고율, 통계청) 수준으로 이는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미미한 처벌,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사회적 시선들 때문이다.

영화 '한공주'는 2015년 신인 배우이던 천우희에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이다. 상업 영화가 아닌 소규모 영화였던 '한공주'의 청룡영화상 수상은 작품이 던진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는 뜻이다. 

'한공주'는 우리 사회에 더는 공주 같은 아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고발 영화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제2, 제 3의 공주들이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 '한공주'에서 공주는 필사적으로 수영을 배운다. 공주는 수영을 배우는 이유로 "(삶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을까 봐"라고 말한다. 영화의 결말인 마지막 장면, 절박한 마음으로 강에 뛰어들었지만 유유히 수영하는 공주의 모습, 그리고 '한공주'를 연호하는 목소리는 공주를 응원하는 감독과 관객의 마음이 담긴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공주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헤엄쳐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응원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도 같지 않을까?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3년 전 영화 '한공주'가 떠오르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