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영화관]③ 독립영화계 라이징스타 변준석

2014-11-18     용원중 기자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올해 독립영화계는 눈부신 젊은 배우들을 배출했다. ‘한공주’의 천우희, ‘들개’의 변요한, ‘셔틀콕‘의 이주승, ’족구왕‘의 안재홍과 황승언 등은 신선한 개성으로 상업영화와 드라마 진입에 성공했다. 변준석(24)은 이런 대열에 설 유망주다.

꽃미남 마스크와 섬세한 연기결을 장착한 그는 지난해 서른 넷 연상의 작곡가와 열아홉 재수생의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화려한 외출’에 이어 올해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못’(11월20일 개봉)에서 신선한 향기를 발산한다.

◆ 네 친구의 비밀 다룬 ‘못’에서 순진한 건우 역…안정된 연기·매력 발산

졸업을 앞둔 네 고교생 친구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덮치고,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성장영화 ‘못’에서 변준석은 아버지를 도와 중국집 배달을 하며 친구와의 깊은 우정, 여자 친구와의 풋풋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순수한 건우 역을 맡았다. 세 편의 영화에서 연달아 10대 청춘을 연기한 그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어려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고, 연이어 캐스팅이 되니까. 그런데 역할이 너무 한정돼 있다 보니까 강한 역할 해보고 싶더라고요. ‘화려한 외출’의 승호는 어리숙하지만 그나마 조금 파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순진한 학생 역할은 이제 누구보다 자신 있어요.(웃음)”

‘못’의 대본을 읽은 뒤 이제훈·서준영 주연의 독립영화 ‘파수꾼’(2011)이 자꾸 연상됐다. 내용은 다르나 분위기 비슷한 청춘영화라 자신도 모르게 비교를 많이 했다. 주변에 ‘못’의 성필(강봉성)이나 두용(이바울), 현명(호효훈) 같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자신은 항상 건우였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모습에서 과거 자신이 어른거렸다. 특히 좋아하는 여자를 친한 친구에게 빼앗겼을 때도 다투는 법 없이 끙끙 앓으며 당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촬영에 임했다.

“제 나름의 연기철학이 ‘가장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은 연기다’거든요. 고교 2학년 때까지 정말 건우 캐릭터였어요. 어리숙하고, 공부만 하고, 놀 줄 모르는. 그래서 캐릭터를 찾아가기보다 저의 내면에서 이끌어내려고 했어요. 제 모습을 가장 많이 보여준 작품이에요.”

‘못’의 촬영은 만만치 않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2월,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부산 일대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영화 속 중요한 오브제인 못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심장마비에 걸려 죽겠구나 싶었다. 성필의 여동생인 여자친구 경미(김원희)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다 사고가 나는 장면, 경미와 성필에 대한 죄책감, 친구들을 향한 미안함과 두려움 등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못’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받아 ‘족구왕’과 함께 호평 받았다. 영화제에 처음 참가해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었던 변준석은 “큰 스크린에 내 얼굴이 단독으로 나오는 걸 보니 나도 이제 슬슬 시작하는구나”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고백했다.

“요즘 우리 사회와 대조를 하면서 관객들이 ‘못’을 봐주셨으면 해요.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학생과 어른들이 많은 걸 생각하며 감상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 힘 있는 자의 눈치만 보다가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게 하는 모습 등이 정말 안타깝거든요.”

◆ 초특급 동안 덕에 연이은 10대 연기…서울예대 동문인 변준필과 ‘형제 배우’

중학교 시절엔 특목고인 애니메이션 고교 진학을 꿈꿔서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내성적이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등 ‘끼’는 많았다. 네 살 터울인 형 변준필이 서울예대를 졸업한 뒤 배우로 활동하고 있어서 고1때 형을 따라 대학로에서 연극 ‘관객모독’을 봤다. 단박에 연극에 매료돼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을 품에 안았다.

과거 개그맨 지망생이었던 아버지가 적극 지원해줘 서울예대 연기과에 입학했다. 내성적이던 성격은 외향적으로 탈바꿈됐다. 19세에 우연히 알게 돼 친분을 이어오던 김조광수 감독의 단편영화 ‘귀’에 친구를 따라 점보러 가는 고등학생 역할로 영화에 발을 담갔다.

“축구선수를 하다가 배우로 전환한 형은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에 많이 출연하고 있어요. 저보다 훨씬 키가 크고 남자다워요. 대학 동문인데다 같은 직업이라 잘 통해요. 서로 이해해주고 많은 대화를 나누죠. 서로 대본 맞춰보고, 사진 찍으면서 연습도 많이 하고요. ‘못’ 시사회 때 형이 와서 “많이 컸다. 열심히 하는구나” 뿌듯해 하더라고요. 했음. 형이 편하고 차분한 연기 스타일이라면 오히려 전 강하게 지르는 스타일이라 대조적이고요. 형이 이기우랑 많이 닮았다면 전 이현우와 기태영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요.“

변준석은 장편 상업영화이자 청춘영화 ‘스피드’(내년 2월 개봉)의 촬영을 마쳤다. 청춘스타 서준영, 백성형, 최태환과 공연한 이 작품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찾아온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서울대 의대생 서원을 연기했다.

“여러 증후가 있는 백혈병을 열심히 공부했어요. 특히 백혈병 환자는 외형적으로 말라보여야 하고 혈색도 좋지 않아야 해서 한 달 동안 6kg을 내렸어요. 잘 찌는 체질인데 주구장창 운동하고 소식하면서 뺐죠. 우정과 사랑 등 감정신이 많아서 힘겹게 촬영했어요. 제 단점 중 하나가 캐릭터에 몰입하면 잘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데 ‘스피드’ 이후 우울증에 걸려 혼자 여행 다니고 그랬어요. 이상하게 학교에서 연극했을 때도 그렇고 죽음과 마주한 캐릭터를 많이 맡게 되더라고요. 서원이 가장 강렬한 캐릭터라면 가장 정이 든 건 건우 역이었던 것 같아요.”

◆ "자연스러운 연기, 강렬한 캐릭터 연기가 꿈"

변준석은 호프집 서빙부터 전단지 붙이기, 세탁소 옷정리, 수영장 청소, 고깃집 음식물 쓰레기 처리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대화하듯이 편하게 연기하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였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이 캐릭터가 내꺼다 싶으면 어떻게 해서든 가져가려고 하며, 편안하게 연기해내는 근성과 실력을 쌓았다.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쟤, 연기하는 거 맞아?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해내고 싶어요. 요즘은 드라마와 영화 오디션을 많이 보고 다녀요. 하나의 캐릭터를 가지고 하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 아이돌 그룹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노래를 잘하질 않아서 연기로 인정을 받자는 생각이 확고해 눈길도 주지 않았어요. 고집 세고 욕심 많은 AB형이에요. 하하.”

변준석과 같은 독립영화 신인들에게 과거에 비해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현실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미간의 주름살이 깊어진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 항상 밀려서다.

“제 이미지가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과 겹친다고 해요. 그래서 캐스팅에서 밀리곤 하죠. 아이돌과 더불어 모델들까지 밀고 들어오네요. 키가 크지 않다보니 오로지 연기력으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에요. 힘들어요~ 연기를 열심히 해야죠!”

[취재후기] 국내외 남자배우들은 그에게 롤 모델이자 지침서 역할을 한다. ‘스카페이스’의 알 파치노를 보고는 “남자배우는 깡, 눈빛, 자신감에서 이래야겠구나” 여겼다. ‘제보자’ 박해일의 깨끗한 이미지, ‘파파로티’ 이제훈의 곱상한 얼굴과 대조되는 남자다운 연기, ‘쩐의 전쟁’ 박신양의 호흡을 자유자재로 쓸 줄 아는 연기를 지향한다. 베이비페이스가 현재의 장점임을 누구보다 잘 캐치하고 있는 변준석은 언젠가 강한 역할에 도전해 보는 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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