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리뷰] '살인자의 기억법' 관객수 130만… 저력은 김영하 원작 소설과 다른 '결말'?

2017-09-12     주한별 기자

[UP & DOWN] 

UP
- '역시' 설경구, 설현의 '재발견'… 배우들의 연기
- '스릴' 뿐만 아니라 '재미'도

DOWN
- 원작 소설보다 결말 '반전' 약하다?
- 새로운 스토리, 그러나 결국 또 '부정'(父情)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개봉 2주만에 관객수 13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손익분기점은 230만명으로 현재의 관객수 증가 추세라면 손익분기점을 너끈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그런 만큼 원작 소설과 영화의 비교가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배우 설경구는 인터뷰에서 "원작 소설은 모티브가 됐을 뿐 영화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과 소설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 '살인자의 기억법'은 주인공 김병수(설경구 분)의 1인칭 시점으로 '원톱' 서사였던 소설과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바로 민태주(김남길 분)의 역할 확대다. 소설에서 김병수의 묘사만으로 보여지는 민태주는 영화 속에서 김병수와 대립하는 살인마로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김병수의 딸 은희(설현 분) 역시 원작 소설과는 다른 캐릭터다. 원작에서는 딸 은희 역시 김병수의 망상 속 인물로 그려지지만 영화에서는 은희와 김병수의 '모녀관계'가 중요한 관람 포인트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소설과 영화, 두 '살인자의 기억법'의 각기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

소설의 경우, 주인공 김병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특징이 주효한 매력이다. 독자 역시 김병수의 눈으로 사건을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병수는 알츠하이머 환자임으로 김병수의 서술이 모두 옳은 '진실'은 아니다. 믿을 수 없는 서술자를 좇아 이야기를 읽으면 놀라운 반전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는 카메라의 시점을 빌리기 때문에 원작 소설의 1인칭 시점을 재현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만의 매력을 획득하게 된다. 조연에 불과했던 민태주 캐릭터에 사연과 독자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김병수와 대립시키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부정'이라는 또다른 감정적 이야기가 돋보이게 된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차갑고 냉정했던 소설보다 다소 뜨거운 영화다. 김병수의 딸에 대한 '부정'이 그렇고 영화 내에서 펼쳐지는 액션 씬이 그렇다. 텍스트였던 '살인자의 기억법'을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한 감독 원신연의 고민이 돋보인다.

소설과 영화 중 어떤 것을 먼저 보면 좋을까? 배우 설경구는 "영화를 먼저 보시고 소설을 보시는 편이 좋다. 소설을 먼저 보게 되면 소설의 강렬한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영화를 먼저 보는 것을 추천했다. 실제 영화보다 소설의 '반전'이 더 크니 '살인자의 기억법'을 영화와 소설, 둘 다 즐기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영화의 스릴과 볼거리를 먼저 접하고 소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