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Q] '남한산성' 관객수, 왜 '사도'·'광해'의 '추석 사극 흥행불패' 못이었나?

2017-10-11     주한별 기자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언제부터인가 설 명절, 추석 명절은 극장가의 '대목'이 됐다. 그 중에서도 사극 장르의 영화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매력 탓인지 명절 연휴 '흥행 보증 장르'라고 불린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기대되는 사극 영화가 개봉했다. '문장의 마술사' 김훈 원작 베스트 셀러 '남한산성'이 영화화 된 것이다. 캐스팅도 충무로 최고 수준이다. 연기파 배우 이병헌과 김윤석은 물론 자신만의 존재감으로 사랑받아온 배우 박해일, 배우 고수와 박희순이 뭉쳤다. 개봉 전부터 '안 될래야 안 될 수 없는 영화'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남한산성'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미치는 듯 하다. 의외의 복병 '범죄도시'를 만났기 때문이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는 관객들의 입소문의을 타고 '남한산성'을 앞질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추석 시즌에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남한산성'에서도 주연을 맡은 이병헌의 인기작이다. 조선시대 암군으로 손꼽히는 광해군의 삶에 상상의 픽션을 더해 만든 '광해'는 역사적 재미에 퓨전사극의 매력을 더했다. 

이준익 감독의 '사도' 역시 2015년 추석 시즌에 개봉한 영화다. 이미 여러차례 드라마로도 그려진 바 있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과 극적인 세자의 죽음을 다뤘다. 배우 송강호와 유아인의 뜨거운 연기 호흡도 화제를 모았다. '광해'와는 달리 기본적인 역사에 충실하지만 뛰어난 연출력과 극적 긴장감을 영화로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재가 된 사건이 조선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점도 영화 흥행에 한 몫 했다. 

그렇다면 추석 시즌 개봉, 사극 영화라는 공통점에도 '남한산성'이 두 영화와 다르게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한산성'은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 배우들의 연기와 영화의 문학적 연출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눈에 파묻힌 남한산성에서 삶과 죽음을 논하는 신하들의 뜨거운 설전과 당대 동아시아 정국이 복잡하게 얽힌 '남한산성'의 이야기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남한산성'의 진중한 장점은 약점으로도 손꼽힌다. '오락영화'로서의 재미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광해'가 광해군의 삶에 픽션을 가미해 드라마적 요소를 살리고 '사도'가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의 죽음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영화적 재미를 살린 것과 달리 '남한산성'은 끝없는 잔잔함과 눈 속 고요함이 아름답게 표현된다.  

김상헌(김윤식 분)의 요청으로 어명을 산성 밖 군사들에게 전하려는 대장장이 날쇠(고수 분)의 이야기가 픽션적 재미가 있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며 관객들에게 시원한 '사이다' 재미를 선사하지 못한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끊임없는 논쟁이 지루하다는 관객들도 있다. 

영화 '남한산성'은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영화다. 눈 속 남한산성과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을 논하는 선비들, 그리고 영화음악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까지 영화로서 완성도는 충분하다. 그러나 추석 연휴,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을 수  있는 통쾌한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남한산성'은 추석 연휴라는 '골든 타임'을 이용하지 못했다. '남한산성'의 손익분기점 관객 수는 500만명이다. 현재 '남한산성'은 3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관객수 증가 폭이 주춤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화의 성격, 스타일에 따라 흥행이 유리한 시기가 있다. 다소 진중한 영화였던 '남한산성'은 추석 연휴의 왁자지껄한 극장가 분위기와 어우러지지 않으며 아쉬운 흥행 스코어를 거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