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 현대건설 이다영의 '생각대로 되는 배구' [SQ포커스]

25일 흥국생명전서 6득점, "감독님께 배워가고 있다"

2017-10-26     이세영 기자

[수원=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주위에서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께 하나하나 배우려 하고 있어요(웃음).”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수원 현대건설에 가장 크게 바뀐 두 가지를 꼽으라면 이도희 감독 선임과 이것을 들 수 있다. 바로 세터 이다영(21)의 주전 도약이다.

시즌을 앞두고 기대만큼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부상 전력도 있고, 프로 4년차임에도 코트를 오래 밟진 않았기 때문에 경기 운영이 미숙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다영은 시즌 초반부터 이런 시선을 확실히 거둬들이고 있다. 비시즌 이도희 감독의 강훈련을 견디며 기량을 끌어올렸고, 이를 코트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현대건설의 개막 3연승에는 분명 이다영의 공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

이다영은 25일 인천 흥국생명과 2017~2018 도드람 V리그 홈 개막전에서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를 3개씩 잡으며 6득점을 기록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3연승, 승점 7을 확보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이다영은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어느 곳으로 공을 배분해도 통했다.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흥국생명의 중앙을 잘 파고들었다. 미들 블로커 김세영이 83.33%, 양효진이 38.46%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좌우 날개 공격수들의 정확도도 높았다. 엘리자베스가 공격 성공률 56.75%, 황연주가 46.66%를 각각 찍었다. 팀 전체 공격 성공률도 50.59%로 흥국생명(27.68%)의 두 배에 달했다.

고비 마다 나온 블로킹도 일품이었다. 180㎝의 장신인 이다영은 점프력도 좋아 이따금씩 날개 공격수들의 스파이크를 차단했다. 이날은 쌍둥이 언니 이재영의 공격을 막고 기뻐하기도 했다. 경기 후에 취재진과 만난 이다영은 “지난 시즌에는 많이 못 잡았는데, 올해는 두 개를 잡아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올 시즌 컵 대회부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저 감독님께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며 쑥스러워했다.

이때 이다영과 함께 인터뷰에 참석한 양효진이 한마디 했다. “원래 재능과 끼를 가지고 있던 선수다”라며 말문을 연 양효진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도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놀랐던 건 내가 대표팀에 다녀오고 나서 보니 짧은 시간인데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이어 “주전으로 뛰는 첫 시즌이라 마음에 부담도 되고 어려울 수도 있는데, 요즘 보면 오히려 즐기면서 하는 것 같다. 지금도 짧은 시간에 이만큼 늘었지만, 한 단계 올라서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이다영도 지금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매 경기가 끝나면 감독님과 풀 영상을 보며 어떤 점이 잘 됐고 안 됐는지 공부한다”며 자신의 경기 운영을 복기한다고 했다.

이날은 이다영의 생각대로 배구가 됐지만, 시즌은 길다.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도 있기 마련. 특히 이다영에게는 체력이 떨어지는 시즌 막판이 고비가 될 수 있다.

그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프로 데뷔 후 풀타임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이다영은 “앞으로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주전급 세터로 일취월장한 이다영이 세터 출신인 스승 이도희 감독만큼의 명성을 얻을 수 있을까. 이다영이 장차 대형 세터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