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Q] 신태용 감독 확고한 신념, 왕년의 주축 김영권 'OK' 홍정호-박주호 'NO' 외친 이유

2018-01-15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논란의 중심에 자리했던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대표팀이 재승선했다. 그러나 과거 그와 함께 대표팀 수비를 이끌었던 홍정호(29·전북 현대)와 박주호(31·울산 현대)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태용 감독은 1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2일 터키 안탈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날 23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시즌이 한참 진행 중인 유럽파가 빠진 만큼 기회를 갖지 못했던 일부 선수들의 승선이 예상됐다. 김영권이 다시 기회를 얻었지만 K리그로 리턴한 홍정호와 박주호는 제외됐다.

 

 

그 중에서도 김영권의 승선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앞서 김영권은 지난해 8월 말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을 마치고 ‘관중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축구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악의를 갖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장 완장을 차고 하기엔 적절치 못한 말이었다.

이후 치러진 10월 러시아와 친선경기에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대표팀 주축에서 멀어져갔다. 지난해 12월 열린 동아시안컵에선 명단에서도 빠졌다. 신태용 감독은 당시 “김영권에게 심리적 안정을 심어주기 위해 제외했다”고 밝혔다. 김영권은 여론의 질타에 심리적으로 쫓겼고 이는 피치에서 불안한 수비로 나타났다.

이번엔 재승선했다. 신 감독은 “그동안 쉬면서 많이 안정을 찾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그러나 이번 터키 전지훈련이 타이틀이 걸려 있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을 보여줘야만 감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소속팀에서 1년 이상 뛰지 못하며 완전히 전력에서 제외되며 이번 겨울 K리그로 둥지를 옮긴 홍정호와 박주호는 기대와 달리 아쉬움을 나타내게 됐다.

 

 

이유는 분명했다. 신 감독은 “홍정호와 박주호는 대표팀 코치 때부터 함께 생활하며 많이 지켜봤다. 둘 다 분명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1년 정도 경기에 뛰지 못했는데 팀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뽑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리그에 복귀했으니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며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뽑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름값 하나로, 팀 하나 옮겼다고 해서 뽑힐 것이라는 생각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아왔으니 K리그에서 최선을 다하면 자연스레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전 대표팀 소집 명단과 비교해 이번엔 9명의 새 얼굴이 합류했다.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가 부상으로 빠졌어던 것을 생각하면 7명. 이명주와 주세종(아산 무궁화), 김민우(상주 상무)는 군입대하며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윤일록(요코하마 F.마리노스)은 이적, 염기훈(수원 삼성)과 권경원(톈진 취안젠)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팀 상황 등으로 제외됐다.

이 자리를 김영권과 홍철, 김태환(이상 상주 상무), 손준호, 이승기(이상 전북 현대), 이찬동(제주 유나이티드), 김승대(포항 스틸러스)이 메웠다.

 

 

신 감독은 “본의 아니게 참석이 어려운 선수들 자리를 새로운 선수들이 대체했다. 수비 조직력 부분과 새로운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을 대신하기에 어떻게 유연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어떤 상황이 올지, 어떤 부상이 나올지 모르기에 많은 (선수)풀을 갖고 있어야 월드컵 때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이번 명단 구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손준호에 대한 기대감은 남다르다. 신 감독은 “손준호는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도움왕을 차지했다”며 “윤일록이 빠져나가며 손준호를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기량을 점검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새로운 선수들이 예비전력인 것만은 아니다. 신 감독은 “특정 포지션이 약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모든 포지션이 다 경쟁이 필요하다. 인적 풀을 넓히기 위해 (많은 선수들을) 안고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번 터키 전지훈련 이후엔 오는 월드컵 직전 소집을 앞두고 오는 3월 마지막으로 전지훈련을 갖는다. 그 때엔 최정예 라인업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어쩌면 K리거들에겐 마지막 기회일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신 감독은 “월드컵에 가기 전까지 언제든 문은 열려 있다. K리그도 3월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코칭스태프도 발품을 팔아 K리그 경기를 보러 다닐 것이다. 어느 순간 좋은 선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 누군가 불의의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고 최후의 순간까지 경쟁 의식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 2018 1월 터키 전지훈련 명단(23인)

△ 골키퍼 = 김승규(빗셀 고베) 김동준(성남FC) 조현우(대구FC)
△ 수비수 = 윤영선 홍철(이상 상주 상무) 장현수(FC도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정승현(사간 도스) 김민재 김진수 최철순(이상 전북 현대) 고요한(FC서울)
△ 미드필더 = 정우영(빗셀 고베) 이찬동 이창민(이상 제주 유나이티드) 김성준(FC서울) 손준호 이재성 이승기(이상 전북 현대) 이근호(강원FC) 김태환(상주 상무) 김승대(포항 스틸러스)
△ 공격수 = 김신욱(전북 현대) 진성욱(제주 유나이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