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틴 벗는' 최윤영 '변신하는 배우라 아름답다'

2014-12-12     박영웅 기자

[300자 Tip!] 배우는 항상 '이미지의 변신'이라는 숙제가 뒤따르는 직업이다. 하지만 이미지를 변신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배우!' 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를 완성한 이들에게는 더욱 고된 일이다. 하지만 이런 힘겨운 작업을 거침없이 선택한 여배우가 있다. 바로 최윤영(28)이다. 그는 지난 2009년 데뷔 이후 항상 밝고 유머러스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소화해왔다. 특히 2012년 방송된 히트작 '내 딸 서영이'는 최윤영이라는 배우를 한 가지 이미지로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어쩌면 행복한 일일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캐릭터 하나만 완성돼도 편안한 배우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윤영은 달랐다. 편안한 배우생활 보다는 변신하는 배우생활을 선택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 11월 21일 막을 내린 KBS 1TV 일일드라마 '고양이는 있다'는 최윤영에게는 특별한 작품이다. 공동 주연 혹은 서브 주연이 아닌 드라마를 전체를 이끄는 주연이었다는 점 외에도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통해 연기적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거기에 시청률까지 대박을 치면서 최윤영에게는 마치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 됐다. 이처럼 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진짜 배우로 커 나가는 그를 지난 6일 홍대 한 카페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 아쉬움과 뿌듯함이 교차했던 '고양이는 있다.'

최윤영에게 배우로서의 많은 의미와 선물을 안겨준 것이 '고양이는 있다'였다. 그가 '진짜 배우'로서 자리를 잡는 데 필요한 요소요소를 모두 다 주는 훌륭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윤영은 아쉬움과 뿌듯함이라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고양이는 있다에 무척 감사해요. 저에게 이 작품은 많은 것을 줬기 때문이에요. 주연으로서의 역량, 이미지 변신 등등. 특히 뿌듯함이 커요. 이 드라마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젊은 층도 일일 드라마를 볼 수 있게 시도했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일일드라마에 나오던 막장도 없었고요, 전형을 탈피한 작품이었죠."

"하지만 아쉬움도 큰 건 사실이에요. 우선 다른 분들이 보실 때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말씀들은 하시지만 제가 처음 예상했던 시청률보다는 덜 나와서 아쉬워요. 또한, 일일드라마의 전형을 탈피하고 시트콤 같은 새로운 시도를 끝까지 하기 원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최윤영은 이런 새로운 시도를 끝까지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런 결과를 나름대로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드라마 초반 전형을 탈피하고 시트콤 분위기와 새로운 소재로 접근하다 보니 일일드라마를 보시던 기존 (중장년층) 주 시청자 층들께서 이탈하셨어요. 1회 때 시청률이 23%대가 나오다가 2회부터 10%대로 시청률이 떨어졌으니까요."

"결국, 드라마가 초반의 취지보다는 약한 느낌으로 변했죠. 저는 초반에는 드라마가 좀 더 젊게 가길 원했지만, 기존 시청자들의 중요성을 깨닫고부터는 너무 한쪽만 고집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전적으로 이해해요."

◆ 그래도 의미가 큰 '고양이는 있다.'

이처럼 최윤영에게 '고양이는 있다'는 작품적으로는 음과 양이 존재하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배우로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성과를 넘는 큰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그동안 최윤영은 밝고 활발한 명량 소녀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진지하고 다소 어두운 '고양순'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은 저에게 '변신' 부분에서 많은 것을 가져다준 작품이에요. 그동안 제 이미지는 밝고 명랑한 소녀의 이미지가 강했어요. 특히 '내 딸 서영이'(2012)가 크게 성공하면서 거기서 나온 제 이미지가 굳어지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저도 다른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것 같아 뿌듯해요. 사실상 20대 마지막 작품으로 큰 의미를 준 드라마죠."

그동안의 이미지 탈피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최윤영은 새로운 이미지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 저는 목소리도 저음이고 평소에는 조용하고 진지한 느낌이 강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동안 배역들 대부분이 이와는 반대였어요. 귀엽고 발랄한 역들이었죠. 그래서 평소와는 달리 과하게 행동을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원래 성격대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게 더욱 힘들더라고요. 더욱 섬세한 감정 연기가 필요했죠. 그래서 예전 연극시절 많이 해오던 정통연극 연기를 돌아보고 새로운 노력을 많이 기울였어요. 배역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많이 했고 연기 연습도 더 많이 했죠."

◆ 복잡했던 '고양순' 캐릭터에 대한 그의 생각은?

최윤영이 이토록 애정을 들여 연기한 고양순 캐릭터는 사실 미묘한 캐릭터였다. 선역이냐 악역이냐가 헷갈릴 정도로 어찌 보면 얄미운 존재가 바로 드라마 속 고양순이었기 때문이다. 극 중 고양순은 당혹스러운 표절을 저질렀고 부모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결혼을 감행하는 등 선과 악이 뚜렷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양순이는 하고 싶은 거 다하는 캐릭터예요. 심지어 자기 생각을 다 관철하려고 남자들에게 욕하고 소리를 지르기까지 하죠. 사실 욕도 많이 먹었죠. 하지만 양순이의 이런 부분이 저의 연기 변신에 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양순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선인도 악인도 아닌 현실적인 사람 혹은 이기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기 때문이죠. 본래는 착한 사람이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참 미묘하잖아요. 다만 캐릭터적인 부분은 사전에 감독님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욕을 덜 먹기 위해서였죠."(웃음)

◆ 최윤영이 이루고 싶은 배우로서의 꿈들 그리고 연기관

'고양이는 있다'를 통해 배우로서 큰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최윤영. 그도 이제 30대가 바로 앞이다. 이젠 배우로서 꿈과 목표가 뚜렷해질 나이다. 그래서 그에게 배우로서의 꿈과 목표를 물어봤다. 여전히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 그였다.

"우선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을 하고 싶어요. 이런 다양한 역을 통해 배우로서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거죠. 저에게 고정된 하이틴스타 이미지도 벗고요. 또한, 정극연기와 감정이 깊이 들어가는 멜로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이런 것들을 모두 이룬 후 30대 안에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이 꿈이에요." (웃음)

최윤영은 이런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연기관도 뚜렷했다.

"제가 연기관을 논하기에는 아직 부족해요. 연기관이라기보다는 편견 없이 연기를 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한 예로 최근 저는 주연을 대부분 맡고 있는데 개성 없는 주인공보다는 기억에 남는 조연 연기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는 생각을 하고 있죠. 이러기 위해서는 저에게 계속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 나는 어떤 배우인가?

한참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최윤영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극 전체를 살려주는 배우와 자신을 살려주는 배우중 본인은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솔직한 답변을 남겼다.

"저는 배우에게는 앙상블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보다 먼저 극이 돋보이길 원하죠. 씬 안에서 내가 돋보이는 부분이 필요할 때는 살려야 하지만 그 외에서 나만 돋보이려 하는 것은 극 전체를 부자연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드라마 회당 내신과 아닌 건 철저하게 나눠 놔요. 극 전체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것이 진짜 배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최윤영을 한마디로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시청자들이 믿고 보는 배우 제 이름 하나만으로 드라마를 기대하고 믿고 보는 배우. 이런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웃음)

[취재 후기] 귀엽고 밝은 소녀일 줄만 알았던 최윤영. 최근 그는 하이틴 스타이미지로 배우 심은경과 닮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며 넋두리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그를 만나보니 얼마나 진지하고 아름다운 숙녀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성숙함을 바탕으로 30대에는 그의 꿈대로 원숙하고 뛰어난 여배우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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