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라들어요" 수줍은 20대 정현, 인터뷰 땐 어른 같더니

2018-02-02     민기홍 기자

[장충=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테니스 왕자’ 정현(한국체대)의 별명은 다양하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등 톱 랭커들을 꺾어서 ‘거물 사냥꾼’이라 불리기도 하고 인터뷰를 워낙 잘해 ‘외교관급 화술’이라는 극찬도 듣는다. 안경 낀 그를 ‘교수(프로페서)’라 칭하는 외신도 있다.

영예로운 별칭을 살펴보면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 같지만 정현은 1996년에 태어난 청년이다. 테니스 라켓을 쥐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아이스맨’이 코트 밖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정현은 후원사인 라코스테 주최로 2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오그라든다”는 표현을 썼다.

먼저 자신을 도와준 주변 사람들의 응원·축하 인터뷰를 보더니 “당황스럽고 재밌다. 선생님, 친구들, 형의 메시지가 너무 딱딱하다. 프로답지 못한 거 같다”며 “놀려야 겠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평소와 다른 주변인에 도대체 적응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정현은 자신의 경기영상도 좀처럼 못 본다 했다.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2018 호주오픈 핫이슈였던 정현-조코비치 16강전도 돌려보지 않았다고. “다른 선수들 건 찾아보지만 제 경기는 다시 안 본다. 이겼을 때도 그런데 지면 더 그렇다”고 미소를 띠었다.

사회자인 김환 아나운서가 화려한 세리머니를 언급하며 휴대폰 메인화면이 무엇인지 묻자 정현은 “제 사진을 깔지 않는다. 심플한 게 좋다”고 답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모인 사진기자들이 배경 현수막에 걸린 사진의 나온 포즈를 요구하자 그마저도 부끄러워했다. 결국 대신 막 테니스를 시작한 소녀처럼 가볍게 백핸드를 날리는 동작을 취했다.

행사 마무리 단계에서도 정현은 또 한 번 수줍어했다. 자신을 위해 마련된 성대한 자리의 마침표를 찍는 의식인 케이크 커팅이 영 어색해 보였다.

코트 안에선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종료 후엔 유려한 인터뷰로 숱한 화제를 낳은 정현이지만 사복 입은 그는 영락없는 20대 청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