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4인승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감동의 도전정신 "목표 없는 게 장애"

2018-03-02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모두가 주목하지 않았던, 불가능이라고 말했던 이들의 쾌거.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강원도청)과 함께 한국 썰매의 새 역사를 쓴 봅슬레이 4인승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의 이야기다.

슬라이딩 종목의 불모지로 불렸던 한국이 이토록 날아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를 모르는 도전 정신에 있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브레이크맨 김동현은 “장애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안 들리는 게 아니라 목표가 없는 게 장애”라며 “장애는 이겨내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감동적인 말을 남겼다.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은 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란히 출연했다. 달콤한 열매를 얻기까지 어떤 고난의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 밝혔다.

한국 봅슬레이는 썰매도 없어 다른 나라의 장비를 빌려 타고 아스팔트에서 훈련을 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선수를 수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의 결성 과정을 봐도 그렇다. 육상 선수로 활약하다가 2010년 9월 종목을 전향하게 된 서영우를 제외하면 모두 운동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원윤종도 평범한 대학생으로 캠퍼스를 누비던 8년 전 서영우와 함께 봅슬레이를 접하게 됐고 김동현은 그보다 조금 빠른 2008년 가을, 정정린은 2012년 5월에 시작했다.

소치 올림픽 2인승에선 18위, 4인승에서 20위에 그쳤지만 그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그렸다. 2015~2016시즌엔 2인승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파죽지세를 달렸다. 그러나 이후 코치진의 이탈, 부상, 국산썰매와 외국산 썰매 사이에서 고민 등으로 인해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400여 차례가 넘는 홈 트랙 주행을 통해 강점을 살렸지만 1차 주행에서 부진을 뒤집지 못해 6위에 머물렀다.

4인승은 2인승에 비해 크게 기대를 받지 못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사고를 쳤다. 첫 주행부터 2위를 차지하더니 마지막 독일 팀의 끈질긴 추격 속에도 100분의 1초까지 동률을 이루며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일럿 원윤종은 “많은 분들이 4인승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온 결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정린은 “외신 등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마지막 날 열심히 해서 국민 여러분께 좋은 장면을 만들어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고 김동현은 “우리 4명이 아니라 40명에 가까운 팀이 함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원윤종은 “경기에 나선 건 4명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준 이용 총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진, 전담 팀과 후원해주는 분들, 연맹 등 모든 분들이 대한민국 봅슬레이 팀이라고 늘 생각했다”며 “모두 하나의 목표로 정말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다. 4명만의 성과라고 생각지 않는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서영우도 감동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경기 후 이용 총 감독에게 “탈의실에서 다같이 만났는데 이렇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다 같이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며 “8년 동안 한 가지 목표로 달려왔는데 이렇게 결실 맺게 돼 감격의 눈물이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합숙으로 인해 1년에 300일 이상을 함께 지내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낼 기회도 많지 않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팀 워크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 번 해봤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원윤종은 “겨울 종목이다보니까 시즌은 겨울에 시작한다”며 “당분간은 쉬면서 정비를 하고 이게 끝이 아니니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드라마 미생의 OST이기도 한 이승렬의 ‘날아’를 꼽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있고 발 디딜 곳 하나 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한 대도.”

그간 봅슬레이 대표팀이 겪어도 수많은 고초와 열악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 있지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이를 딛고 힘껏 일어선 봅슬레이 대표팀과 꼭 들어맞는 가사다. 앞으로 남은 4년, 베이징 올림픽을 바라보는 봅슬레이 4인승 팀이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며 더욱 높이 날아오를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