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Q] '나쁜남자의 뫼비우스' 김기덕-조재현 'PD수첩'이 전한 '미투'

2018-03-07     홍영준 기자

[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괴물의 민낯'이었다.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이 지닌 '거장의 민낯'을 밝힌다던 'PD 수첩'은 세 명의 여배우와 한 명의 스태프, 그리고 한 명의 영화감독을 통해 그들의 실체를 덤덤히 폭로했다. 두 사람은 '나쁜남자의 뫼비우스'를 만들어내며 여배우들을 영원한 고통 속에 빠뜨렸다. 제작진은 최대한 객관적 태도를 유지했지만 방송을 접한 대다수 시청자들은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6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란 주제로 방송됐다. 방송 전 공개된 예고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대중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이 프로그램은 본 방송을 통해 훨씬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과 적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익명과 모자이크를 부탁한다"고 밝힌 영화감독 A는 '거장' 김기덕과 조재현의 문제를 직업적인 가치 훼손의 측면에서 꼬집었다. 

"현장 안에서 지위 차가 있는 사람들 간에 벌어졌고 그게 성폭행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직업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는 의견을 전한 그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여배우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인이 김기덕 감독 영화에 캐스팅이 됐다고 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던 영화감독 A는 한참 있다가 김기덕 감독 현장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연락이 와서 만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지인은 본인이 생각을 해도 더 이상 연기를 지속하기 힘들 것 같은 상황이 됐다고 이야기하더라"며 영화계를 떠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본 영화감독A의 이야기보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일했던 스태프D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제가 만약 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면 방관자로 남는 거다. 근데 말하자면 방관자도 죄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연 전 김기덕 영화 스태프D는 해변에서 여배우와 촬영을 했던 일화를 들려줬다.

스태프D에 따르면 당시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현장에서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그는 "치마를 잡고 들치면서 그런 말을 한 거다. 소리를 치면서 '야, 다리 벌려'라고 하더라"라며 "여배우가 얼마나 수치심이 들었겠느냐. 이름이 없는 조연 배우가 거기에서 뛰쳐나가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영화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촬영을 하는 건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현장은 내가 상상하던 영화 현장과는 너무 큰 거리가 있었다"고 김기덕 감독의 촬영 방식을 문제시 했다.

 

 

처음으로 인터뷰에 나선 여배우 A는 김기덕 감독을 "여성 성기 명칭과 남성 성기 명칭, 화장실 벽에 낙서되어 있을만한 그런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성관계'란 표현보다는 한 글자의 속어를 즐겨 쓴다는 김기덕 감독은 평소 '남성의 성기는 권력'이라는 표현으로 여배우A에게 심한 모욕감을 안겼다고 한다.

영화 '뫼비우스'(2013)에 캐스팅됐지만 단 한 장면도 찍지 못했다고 주장한 여배우A는 새벽 1시 정도의 굉장히 늦은 시간에 김기덕 감독이 방에 함께 올라가자고 요구했다고 끔찍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에서) 배제되고 싶지 않아서 방에 들어갔다"고 밝힌 여배우A는 "집에 가려고 하면 '같이 자자고'하더라"며 "성관계를 요구했고 나중에 손을 떨 정도로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여배우A가 처음부터 방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김기덕 감독은 장소를 벗어나려고 하면 갑자기 "대본에 대해 얘기해야 된다"고 복도에서 막 화를 냈다고 여배우A는 진술했다. 여배우 A는 "'저 갈게요'하고 나오려고 하면 또 나와서 날 잡고, 문 막아서고 자고 가라고 (요구했다)"며 "성관계를 요구했고, 난 너무나 끔찍했고, 간다고 하고, 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기덕의 주장은 조금 달랐다. 그는 "술자리가 늦게 끝나 집으로 곧장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며 "배우A가 나와 동석했던 다른 여성을 엘리베이터에 억지로 태워서 내 방으로 밀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성관계를 거부한 여배우A에게 "당신같이 감독을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해 본 적도 없고 일할 수도 없다"는 말로 협박을 시작했다고 여배우 A는 주장했다. 

심지어 여배우A는 성관계를 꾸준히 요구하다가 바지를 벗은 적도 있다고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한 마디로 바바리맨 같은 거다"라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하니까 다시 입으시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기덕과 영화 촬영을 마친 여배우C가 전한 그의 촬영 방식은 훨씬 충격적이었다. 가족과 지인에게도 말 못했다고 입을 뗀 여배우C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김기덕 감독이 너를 알아가야 된다고 하면서 막 옷을 벗겼다"고 주장했다. "거부하는데도 옷이 찢어질 정도로 (완력을 사용했다)"고 말한 여배우C는 "온몸으로 저항했더니 따귀를 10대 때리더라"고 충격적인 상황을 묘사했다.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에게 저지른 폭력을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전하며 정당화했다. 여배우C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어린 시절 공장에 다니면서 하루에 천대, 이천 대씩 맞았기 때문에 이렇게 자꾸 손이 올라간다며 좋아하는 표현이 서투르다는 이유를 댔다.

촬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이후엔 더 끔찍했다. 당시 합숙을 했던 장소를 여배우C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합숙장소에서 김기덕, 조재현, 조재현 매니저 셋이 여자를 겁탈하려고 하이에나처럼 덤볐다"고 전한 여배우C는 결국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게 차례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관계가 끝난 뒤 김기덕은 "이런 관계가 유지돼야 다음 작품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고 덧붙이며 여배우C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배우 조재현이 끊임없이 방문을 두드려 "노크 자체가 너무 공포스러웠다"고 밝힌 여배우C는 '공포의 전화벨, 공포의 문 두드림'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조재현 매니저는 여배우C에게 영화계 뒷일을 봐줄 테니 성관계를 하자며 제안했고, 이를 거부하자 '너 김기덕 감독이랑 조재현이랑은 잤잖아'라면서 수치심을 안겼다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제보가 연달아 이어지자 제작진은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과 직접적인 인터뷰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기덕 감독은 장문의 메시지로 입장을 대신했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조재현은 마음이 복잡하다며 인터뷰를 미뤘다.

김기덕 감독은 제작진에게 보넨 장문의 메시지에서 "첫 번째, 저는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적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며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면서도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김기덕은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다"며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기덕 감독의 입장을 접한 여배우 C는 "절대로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며 "정확하게 나쁜 짓을 한 그들의 행태가 확실하게 드러나게 방송이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충격적인 방송이 끝나갈 무렵 제작진은 "방송이라 차마 전하지 못할 많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C도 "더 심하게 당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분들이 이걸 보면서 그래도 그 상처가 많이 회복돼 나처럼 몇 년이나 암흑기에 살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함께 다룬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은 영화 '악어'(1996)를 시작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섬'(2000) '수취인불명'(2011) '나쁜 남자'(2011) '뫼비우스'(2013)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PD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을 통해 단순히 팩트만 나열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괴물의 민낯'을 보여준 감독 김기덕과 그의 페르소나로 불린 배우 조재현이 어떤 행보를 걷게 될지 누리꾼들의 관심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