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리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X소지섭, 멜로 장인들의 만남… 원작 팬들도 설득 가능?

2018-03-09     이은혜 기자

UP&DOWN

UP
- 손예진 소지섭,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멜로 장인들의 만남’
- 김지환 이유진 김현수, 아역 배우들이 주는 신선함

DOWN
- 원작 그늘 못 벗어난 분위기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최근 한국 영화계를 색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무채색’ 그 자체일 것이다. 충무로에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영화들이 줄줄이 등장했고, 액션 느와르 범죄 등 비슷비슷한 장르의 작품들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비슷한 내용과 구조의 영화들이 이어지다보니 국내 영화계는 ‘다양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비상업적 영화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고, 멜로물은 쉽게 제작되거나 수입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의 개봉은 ‘리틀포레스트’(감독 임순례)의 순항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한국형 멜로물로 재탄생 됐고, 일본 원작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는 2006년 여름을 배경으로 우진(소지섭)과 그의 아들 지호(김지환)가 1년 전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와 다시 만나게 되며 겪는 일들을 그린다. 2006년의 이야기에 소지섭과 손예진의 과거 이야기까지 곁들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자극적이지 않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 속 손예진과 소지섭은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대학 시절과 부부로 보내는 시간을 교차로 보여주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풋풋한 설렘부터 서로에게 익숙해진 분위기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분위기까지 폭 넓게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손예진은 캐릭터의 매력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새침함이 돋보이는 모습은 물론이고 남다른 승부욕을 앞세운 장난 섞인 모습,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보여주는 모성애 섞인 모습 등은 손예진이 왜 멜로물을 대표하는 배우가 됐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와 분위기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지섭과 손예진의 아들로 등장하는 김지환 군은 성인 연기자들 사이에서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과 일찍 철이 든 모습을 확실하게 구분해 연기한다.

소지섭과 손예진의 고교 시절을 연기하는 이유진과 김현수는 고등학생 특유의 풋풋함과 설렘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두 사람은 사랑에 서툰 10대를 연기하며 소지섭과 손예진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서사의 한 조각을 만들어 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일본의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애절하기만 할 뿐 아니라 홍구(배유람/고창석), 최강사(이준혁) 뿐 아니라 특별출연한 현정(손여은), 공효진, 박서준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 시킨다. 그러나 코미디가 더해지며 원작 특유의 애절함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관객들의 아쉬움을 자극하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 분위기 반전의 키를 쥐고 있어 관객들이 전개에 이질감을 느낄 가능성도 높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여러 부분에서 일본 원작과 차별화를 두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겉모양이나 방식 등만 바뀌었을 뿐 크게 변화한 부분은 없다.

차별점은 원작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해바라기 밭 대신 심포리의 굽이진 길들, 폐쇄된 간이역의 터널, 산자락에 위치한 집, 손예진의 작업실 등이 등장한다는 것과 각 캐릭터들이 조금 더 가볍게 그려졌다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만이 갖는 특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중간한 소품과 색감 사용은 원작 특유의 분위기를 따라가려 했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탄탄한 원작에 한국 멜로 특유의 분위기를 더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국내 박스오피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원작 팬들과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