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지태환, 삼성화재 센터마저 강하다

블로킹 3위-속공 5위, 수준급 센터로 발돋움... 현대캐피탈전 2세트 블로킹쇼 압권

2014-12-26     민기홍 기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또 선두다. 삼성화재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른다. 센터마저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태환(28)이 주인공이다.

지태환은 2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3라운드 홈경기 현대캐피탈전에서 블로킹 5개를 포함해 9점을 올리며 팀의 3-0(25-22 25-22 25-22) 완승을 이끌었다.

4200석을 가득 메운 삼성화재 팬들은 미남 센터의 블로킹쇼에 매료됐다. 특히 2세트가 압권이었다. 케빈과 문성민은 지태환의 철벽 수비에 연이어 막혀 고개를 숙였다. 5개의 가로막기 중 4개가 2세트에 집중됐다.

지태환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1위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좋은 날 이기게 돼서 기분이 좋다”며 “현대캐피탈과는 많이 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미팅을 통해 토론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수줍게 웃었다.

◆ 평범한 고교생이 수준급 센터가 되기까지 

지태환은 2010~2011 시즌을 앞두고 1라운드 6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연이은 우승으로 대어급 선수들을 수급하지 못한 삼성화재는 그가 성장하기에 안성맞춤인 구단이었다. 그는 데뷔 시즌부터 39경기에 나서며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남들보다 배구를 훨씬 늦게 시작했다. 중학교 때까지도 배구를 할 생각이 없었다. 고등학생이 돼서야 코트를 밟았다. 한양대 박용규 감독은 190cm가 넘는 신장에 긴 팔을 보유한 그에게 배구선수를 권했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경기도 고양이 고향인 지태환은 전남 벌교제일고로 전학해 1년을 유급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엘리트 스포츠를 접해보지 않았기던 평범한 학생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고교 졸업반 때 또 1년을 쉬었다. 대학 배구에서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한양대로 진학한 그는 성실한 플레이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운명처럼 삼성화재를 만났다. 롤모델로 꼽았던 고희진과 한솥밥을 먹게 되는 영광도 누렸다. 확실한 주전 센터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매년 33경기 이상씩 출전하며 성장해왔다.

이번 시즌 비로소 꽃을 피우고 있다. 데뷔 첫 해 세트당 0.211개에 불과하던 블로킹 개수는 매년 상승해 0.656개가 됐다. 블로킹은 전체 선수 중 3위다. 속공 성공률도 58.12%를 기록해 전체 5위다. 조연에 불과했던 그가 어느덧 수준급 센터로 발돋움한 것이다.

◆ 센터진의 노쇠화, 지태환이 더 빛나는 이유 

고희진(34)은 삼성화재의 상징적인 존재다.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최강’ 삼성화재가 수년째 변함 없이 정상을 달리는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리그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고 경기장 안팎에서 리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블로킹 높이는 낮아졌고 한 경기를 풀로 소화하게 되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에서 건너온 이선규도 마찬가지다. 고희진보다 한 살이 어릴 뿐이다.

20대 후반의 지태환이 삼성화재의 중앙을 책임져야만 하는 이유다. 이재목, 안정경 등이 실전에 투입돼 활약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작전타임간 신치용 감독이 지태환을 자주 혼내는 모습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지태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팬들로부터 ‘철벽남’이란 별명을 얻으며 배구 인생의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요즘 속공이 잘 안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또한 “(유)광우형과 감독님, 코치님의 조언을 통해 더 잘 하려 한다”고 분발을 다짐할 뿐이다.

삼성화재가 강한 이유는 어느 팀보다 조연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박철우의 군입대 공백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8연패를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가고 있다. 이번 시즌의 주조연은 지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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