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맨' 박주호, '브라질 악몽재현 없다'는 든든한 맏형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05-24     안호근 기자

[파주=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악몽과도 같았다. 엔트리 선발부터 논란이 많았고 결과 또한 1무 2패로 좋지 못했다.

이근호(강원FC)의 이탈로 대표팀 최고참이 된 박주호(31·울산 현대)는 24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방심이 우리에게 굉장히 큰 타격으로 온다는 것을 배웠다”며 “상대가 생각보다 강했고 그로 인한 압박감도 컸다”고 힘겨웠던 4년 전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도, 각오도 다르다. “당시엔 부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갈 수 있다. 개인으로나 팀으로서 모두 준비를 잘해 가진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방심보다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드컵에 대한 욕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브라질 대회 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김진수(전북 현대)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그의 대체자로 월드컵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 본선 무대에선 윤석영(가시와 레이솔)에 밀려 피치를 밟지 못했다. 벤치에서 지켜본 월드컵이지만 느낀 게 많았다.

대표팀은 28인 예비 명단만을 발표했다. 이 중 권창훈(디종)과 이근호가 연달아 낙마했지만 아직도 3명이 더 제외되야 한다. 그러나 박주호는 안정권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왼쪽 사이드백은 물론이고 미드필더로서도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대표팀에 들어올 때 두 포지션을 생각하고 들어온다. 이번에도 감독님 말씀처럼 수비수로 뽑혔지만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선택은 감독님이 한다. 그에 따라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박주호는 유럽 무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가능성을 보였다. 올 시즌 월드컵 출전을 위해 울산으로 이적해 온 뒤로도 꾸준히 미드필더로 나섰다.

포지션 편식은 없다. “자신이 있다기보다는 소속팀에서 미드필더로 뛰었기 때문에 적응이 수월한 편”이라면서도 “항상 앞을 내다보고 플레이 할 수 있는 수비가 경기 운영은 더 편하다. 수비수로서 뛰었을 때에도 어떻게 할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박주호다.

현역으로서 한창 때인 나이지만 평균 나이대가 젊은 대표팀에서 박주호는 이용(전북)과 함께 최고참이다. “(염)기훈이 형과 (이)근호 형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생활면에서 (기)성용이와 (구)자철이 등을 어떻게 도와줄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며 “대다수 팬들이 3전 전패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은 없으면서도 최선을 다해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다. 1승을 이뤄냈을 때 어떤 반전을 이뤄낼지 모른다. 선수들도 항상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훈련 분위기도 자신감을 갖고 끌어 올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베테랑으로서 역할에 대한 고심이 느껴졌다.

대표팀은 권창훈과 이근호를 포함해 당초 승선이 확정적이었던 염기훈(수원 삼성)과 김민재(전북) 등이 줄줄이 빠져나간 상황이다. 부상에도 우선 이름을 올린 김진수는 아직 공을 잡지도 못하고 있고 장현수와 기성용 등도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최고참의 무게까지 떠안은 박주호가 이번엔 4년 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