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축구'로 스페인-포르투갈 괴롭힌 이란, 독일전 앞둔 한국이 배울 점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순위]

2018-06-26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침대 축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이란이 아시아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며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확실한 팀 컬러도 각인시켰다.

이란은 2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1-1로 비겼다.

1승 1무 1패(승점 4)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는 스페인, 포르투갈(이상 승점 5)을 끝까지 괴롭히며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이란만 만나면 작아졌다. 2011년 이후 5경기에서 1무 4패를 기록 중이다. 역대 전적에서도 9승 8무 13패로 약했다. 선제골을 내주면 시도 때도 없이 넘어지는 ‘침대 축구’로 시간을 끌었고 단단한 수비와 그 못지않은 강력한 공격력에 뛰어나기 때문.

이란은 4년 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악몽 같은 경기를 선사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아르헨티나로선 기억하기 싫은 경기였다. 이란은 전원 수비에 가까운 전술로 아르헨티나를 괴롭혔다. 후반 추가시간 리오넬 메시의 환상적인 감아차기 중거리 슛이 없었다면 득점 없이 0-0 무승부가 나왔을 터였다.

‘늙은 여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지휘 하에 이란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공격력까지 갖춰 나왔다. 첫 경기 행운의 자책골로 승리를 챙긴 이란은 2번째 스페인전에서 불운하게 실점한 뒤 스페인과 맞불을 놓으면서도 밀리지 않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이날 포르투갈마저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할 뻔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을 막아냈고 경기 막판 동점골을 넣은데 이어 결정적인 찬스로 역전에 성공할 뻔 했다. 아쉬운 무승부였지만 이란 축구의 무서움을 널리 알린 대회였다.

상대 팀들로부터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이란이다. 그러나 그러한 수비 축구는 이번 대회 약팀들이 강호들을 상대로 들고 나올 수 있는 주요 전술로 자리잡았다. ‘침대 축구’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마땅했지만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를 흔들어놓는 ‘늪 축구’는 뛰어난 전술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적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분명히 교훈이 될 만한 전술이다. 꼭 지나치게 수비 위주의 축구를 펼쳐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일전을 벌인다. 이날 승리할 경우 16강 진출도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모든 걸 걸어야 하는 경기이니 만큼 이란과 마찬가지로 우리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맞춤 전술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